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
<寄何谷(기하곡)>
暗窓銀燭低(암창은촉저) 流螢度高閣(유형탁고각)
悄悄深夜寒(초초심야한) 蕭蕭秋落葉(소소추낙엽)
關河音信稀(관하음신희) 端憂不可釋(단우불가석)
遙想靑運宮(요상청련궁) 山空蘿月白(산공나월백)
<오빠 하곡에게>
어두운 창에 은촛불 나직하고
반딧불은 높은 누각을 날아다닌다
근심스런 깊은 밤은 차가워지고
쓸쓸히 가을 낙엽만 지네
오라버니 계신 변방에서 소식 없어
근심스런 이 마음 풀 수가 없어요
아득히 오라버니 계신 청련궁을 생각하니
산은 비어있고 담쟁이 덩굴에 달빛만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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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客詞(고객사)>
掛席隨風去(괘석수풍거) 逢灘郞滯留(봉탄랑체류)
西江波浪惡(서강파랑오) 幾日到荊州(기일도형주)
<바다 상인의 노래>
돛을 올리고 바람 따라 가다가
여울 만나면 그곳에 머문다네
서강의 풍량이 거세어지니
몇 일이 지나야 형주 땅에 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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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貧女吟(빈녀음)>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年年還獨宿(연년환독숙)
<가난한 처녀의 노래>
손에 바늘을 잡고
밤이 차가워 열 손가락 곧아온다
남을 위해 혼수 옷 지을 뿐
해마다 독수공방 신세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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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荷谷謫甲山(송하곡적갑산)>
遠謫甲山客(원적갑산객) 咸原行色忙(함원행색망)
臣同賈太傅(신동고태부) 主豈楚懷王(주기초회왕)
河水平秋岸(하수평추안) 關雲欲夕陽(관운욕석양)
霜楓吹雁去(상풍취안거) 中斷不成行(중단불성행)
<갑산으로 귀양가는 오라버니 하곡에게>
멀리 갑산으로 귀양가는 나그네 우리 오빠
함경도 고원 길에 행차가 바쁘리라
귀양가는 신하는 충신 가태부와 같다지만
귀양보내는 입금이야 어찌 어리석은 초회왕이랴
강물은 가을 강 언덕에 잔잔하고
변방 함경도의 산 구름 석양에 물들겠지
서릿발 찬 바람에 기러기 나는데
중간에서 못가고 돌아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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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閨情(규정)>
妾有黃金釵(첩유황금채) 嫁時爲首飾(가시위수식)
今日贈君行(금일증군행) 千里長相憶(천리장상억)
<여자의 정>
제에게 황금 비녀 하나 있는데
다시집 올 때 머리에 꽂았던 것입니
오늘 그대의 행차에 드리오니
천리 먼 길에 오래도록 기억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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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采蓮曲9채연곡)>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
荷花深處繫蘭舟(하화심처계난주)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연자)
遙被人知半日羞(요피인지반일수)
<연꽃을 따며 부르는 노래>
가을은 맑고 긴 호수엔 벽옥 같은 물 흐르고
연꽃 우거진 곳에 아름다운 목련배 매여 있어요
임을 만나 물 사이로 연밥을 던지다가
멀리 사람들이 알아보아서 반나절이 부끄러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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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夜曲(야야곡)>
玉淚微微燈耿耿(옥루미미등경경)
羅瑋寒幅秋宵永(라위한폭추소영)
邊衣裁罷剪刀冷(변의재파전도냉)
滿窓風動芭蕉影(만창풍동파초영)
<깊은 밤의 노래>
옥 같은 눈물 찌금찌금 , 등잔불 깜박깜박
비단 휘장 싸늘하고 가을밤은 길기도 하다
변방에 보낼 옷 다 짓고 나니, 싸늘해진 가위
바람 따라 움직이는 파초 그림자만이 창을 채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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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閨怨(규원)>
月樓秋盡玉屛空(월루추진옥병공)
霜打廬洲下暮鴻(상타여주하모홍)
瑤琴一彈人不見(요금일탄인부견)
<여자의 원망>
달 밝은 누각에 가을이 다 가는데 나 홀로 빈 방에 있고
서리 내린 갈대섬에는 저녁 기러기가 찾아듭니다
예쁜 거문고 타보아도 임은 보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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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曲강남곡)>
人言江南樂(인언강남낙) 我見江南愁(아견강남수)
年年沙浦口(년년사포구) 腸斷望歸舟(장단망귀주)
<강남에서>
사람들 강남을 즐거운 곳이라 하지만
나는 강남의 근심을 보았습니다
해마다 모래벌 포구에서
단장의 이별하고 고향 가는 배를 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