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순의 [시의 향기와 함께]
강구안길 시장 풍경
‘파도가 잇단음표 줄을 잡고 너울너울 해안가에 밀려드는’ 통영항을 동피랑 벽화마을에 올라 바라보는 건 즐거움이다. ‘악보마다 목을 구부린 높은음자리 물새들이 돌아갈 집이 그리운 시간’ 과 함께 남망산 공원을 거닐며 통영항을 바라보는 건 행복이다. ‘우묵한 눈동자 같은 통영항 푸른 바다에 울컥 울컥 붉은 비린내를 토하는’ 노을을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라 바라보는 건 아름다움이다.
‘꿀빵 사이소, 김밥 사이소 생의 애환 길게 뽑는 아낙들의 아니리 소리’ 가득한 강구안길 시장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건어물 가게의 서재에 들러 ‘살아서는 밀물과 썰물을 다 마시고도 참서 한 권 되지 못한 해초들이’ 죽어서야 된 마른 경전 몇 권쯤 사서 겨드랑이에 끼고 걸어보는 것도 행복이다. ‘중모리 장단에 울음 하는 갈매기 몇 마리가 방금 펄떡이다 도살당한 생선을’ 노릴 때쯤 시인을 만나 그 회에 한잔하고, 말린 문어처럼 비닐 옷을 입고 시장의 모퉁이에 조등으로 걸려 ‘가을 소슬 바람을 타고 온 여승이’ 떠도는 구름 같이 읽는 불경소리를 듣는 것도 아름다움이다. 그러다가 ‘은빛 햇살이 바닷물에 잠드는 섬마을에서 뱃길 따라 푸성귀와 바지락을 팔러 온’ 노파를 따라갔을지도 모를 여승을 찾아 연화도로 가는 것도 큰 기쁨이리라.
연화도 산행을 기다리며 <강구안길 시장 풍경>을 시인의 음성으로 듣고 또 듣고 들었다. 예향 통영은 시 <행복>의 유치환 시인과 시 <꽃>의 김춘수 시인의 문학기행으로 내겐 친숙한데, 이제 인터넷 다음카페 ‘웃어라 통영 피어라 통영’에서 알게 된 이규성 시인의 시 <강구안길 시장 풍경>으로 통영과 더 친하게 된 것도 즐거움이고 행복이고 기쁨이다.
강구안은 통영사람들의 우체통이다.
‘울컥울컥 붉은 비린내’를 토하는 노을 같은 삶의 애환 출렁이는.
‘그러면 안녕!’ 그래도 ‘사랑했으므로 행복’한 푸른 편지 가득 찬.
강구안은 통영사람들 마음의 꽃잎이다.
‘그대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 손수건’ 같은.
강구안은 통영사람들의 ‘우묵한 눈동자’다.
‘잇단음표 줄을 잡고’ 파도가 ‘너울너울’ 밀려들고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 담긴.
‘강구안길 시장 풍경’ 속에서 이규성 시인님을 만난 건 큰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일정 때문에 오래 그 풍경 속에 함께 하지 못한 게 아쉽다. 그러나 ‘중모리 장단에 울음 하는 갈매기 몇 마리가 방금 펄떡이다 도살당한 생선을’ 노릴 때쯤, 그 생선회에 소주를 마시며 시인님이 암송해준 <강구안길 시장 풍경>은 즐거움이었다. 시인님의 그 모습과 함께해준 들꽃미소님과 두 친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게 아쉽다. 그건 연화도에서 통영항으로 돌아갈 배를 기다리며 친구와 고등어회에 소주를 좀 마신 탓이다. 하여 시인님의 시암송 보답으로, 유치환 시인의 <행복>을 다 암송하지 못하고 만 것도.
이규성 시인님이나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시며 예향 통영과 청마를 알리는데 애쓰시는 ‘웃어라 통영 피어라 통영’ 카페지기이신 들꽃미소님이나 고마운 분들이다.
이규성 시인님은 초면인데도 오래 전부터 얼굴을 보고 지낸 사이 같아 더 즐거웠고, 들꽃미소님은 청마나 김춘수 문학기행 때마다 도움을 주시는 분이니 늘 고맙다. 생각하건데 통영은 이런 분들이 많아 행복하리라. 이런 분들 때문에 통영의 ‘강구안길 시장 풍경’ 속 여행자들은 즐겁고 행복하리라.
통영의 어느 시인은 바다에 씨를 뿌리더라.
시란 씨앗을 흩뿌리더라.
이제 보아라, 가만히.
통영 바다에 쑤욱, 둥둥! 자란 섬들이
그리움의 ‘잇단음표 줄을 잡고’ 밀려오리니.
파도가 잇단음표 줄을 잡고
너울너울 해안가에 밀려든다
악보마다
목을 구부린 높은음자리 물새들이
돌아갈 집이 그리운 시간
우묵한 눈동자 같은 통영항 푸른 바다에
노을은 울컥 울컥 붉은 비린내를 토하고
꿀빵 사이소, 김밥 사이소
생의 애환 길게 뽑는 아낙들의 아니리 소리
중모리 장단에 울음 하는 갈매기 몇 마리가
방금 펄떡이다 도살당한 생선을 노리고
살아서는 밀물과 썰물을 다 마시고도
참서 한 권 되지 못한 해초들이
죽어서야 마른 경전이 되어
건어물 가게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은빛 햇살이 바닷물에 잠드는 섬마을에서
뱃길 따라 푸성귀와 바지락을 팔러 온
노파의 저자거리에 해가 저문다
분주한 사람들은 갈 길을 재촉하건만
이토록 애달픈 곡조의 뜻을
어느 달 어느 별이 알았을까?
말린 문어가 비닐 옷을 입고
조등처럼 걸리는 강구안길 시장에
가을 소슬 바람을 타고 온 여승이
떠도는 구름 같이 불경을 읽고 간다
-이규성 詩 <강구안길 시장 풍경> 전문
그리운 남해 통영의 연화도에 ‘말린 문어가 비닐 옷을 입고 조등처럼 걸리는 강구안길 시장에 가을 소슬 바람을 타고’와서 ‘떠도는 구름 같이 불경’을 읽고 간 여승은 하얀 탱자꽃으로 웃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