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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다.
장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3반
임도양
가끔 현실이라는 것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좌절하게 만든다. 꿈? 그런 거 필요 없어. 꿈이라니. 아직도 그런 비현실적인 것을 바라고 있니? 그건 얘들이나 꾸는 거라고. 현실적으로 살고 싶다면 돈이 필요해. 명예가 필요해. 권력이 필요해. 난 돈이 좋아. 돈만 있다면 내 꿈을 사는 것이야 아주 쉬울 테니까. 내 주변에 있는 얘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 모두가 하는 말.
어렸을 적에는 꿈을 꾸라고 한다. 하지만 사회인이 될 지금 이 시기에는 현실을 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뭐 하러 꿈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는가? 장래라는 것을 만들어 냈는가? 왜 괜한 설렘으로 시간을 보내게 하는가. 그것이야 말로 참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넌 어디 갈 거야? 역시 소문대로 경영과나 법과?”
“........아직 생각 중이야.”
하지만 꿈이 없는 나에게는 그런 말할 자격이 없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나는 어떤 비난의 말도 할 자격이 없다. 차라리 너무 비현실적이든가 너무 현실적이든가 흑 아니면 백이었으면 맹렬한 비판의 말을 던졌을 텐데. 소라껍데기 마냥 속이 텅 비어버린 나는 그저 씁쓸하게 미소 지을 뿐이다.
나는 무엇을 품을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시간은 흐르고, 눈빛들의 날카로움은 더욱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나의 속은 더욱 비어버린다. 돌을 떨어뜨린다면 아무소리도 안 들릴 만큼 아득하게-. 나는 나비가 없는 번데기다.
그래서 무작정 공부하고만 있다. 무엇을 선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하고 있다. 그러니까 미래를 위한 대비가 아니라 불안하기 때문에 연필을 쥐고 칠판을 보는 것이다. 수없이 쌓여가는 문제지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가오는 수능. 나는 불안해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나는 불안과 공허를 점점 더 크게 키워가고 있던 어느 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모두들 왁왁! 거리면서 이 더운 날 학교 나오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어디 있냐고 툴툴거렸다. 나도 거기에 맞춰 싫은 소리를 냈지만 사실 나오던 안 나오던 똑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학교도 꼬박꼬박 나왔다. 맘과 다른 소리를 하면서 연필을 굴리고 있었다.
다음날 나는 요상하게 눈이 일찍 뜨여져 평소보다 1시간이나 일찍 집을 나섰다. 자욱하게 낀 안개를 보니 오늘은 엄청나게 더울 것 같다. 얼마나 더울까? 아마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울 것이다. 에어컨이 쓸모가 없을 정도의 진한 더위. 그랬으면 좋겠다. 너무 더운 나머지 속이 뻥 뚫려버리게. 그 터져버린 잔해 속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끼익하고 열리는 문소리와 함께 나는 교실로 터벅터벅 들어왔다. 그러다가 어딘가에서 ‘아’하고 내는 멍청한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보다 더 일찍 온 놈이 있었다. 저런 애가 있었나? 하는 생각에 나도 그만 ‘아’하고 멍청한 소리를 내버렸다. 어색한 공기. 나는 인사를 건네는 것이 민망해 그냥 무시하고 자리로 가려는 순간 녀석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안녕.”
상냥한 목소리. 저런 목소리를 가진 녀석이 있구나. 어째서 모르고 있었을까? 모든 반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런 놈들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쩐지 굉장히 낯설었다. 녀석은 마치 내가 무슨 말을 하기라도 바라는 것 마냥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괜히 부끄러워져서 머리만 긁적이게 되었다. 멀리서 녀석이 ‘하하’하고 가볍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뭘 그렇게 긴장하냐면서. 아무것도 바라는 것도 없으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고. 나 혼자만 의식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급하게 자리를 찾아갔다.
탁탁 울리는 교실 책상 소리. 뚜루루루 굴러가는 연필과 샤프들. 그리고 조용히 그 앞에 앉아있는 나. 나는 그것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저 뒤에 앉아있는 녀석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제 보니 누군지는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름이.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부른 적도, 마주 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아마 내가 그를 처음 봤다고 느낀 건 잘못 된 것 같지는 않다.
“.......야, 미안한데 너 이름이.”
“나래. 이 나래.”
녀석이 ‘여자 이름 같지?’하면서 킥킥 거렸다. 아. 나래. 기억난다. 어딘가에서 그 이름을 보고 이거 남자새끼 이름 맞나하고 친구들과 얘기했던 적이. 진짜 이 이름보고 안 잊어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얼굴을 잘 몰라서 기억하지 못했던 듯하다. 나래. 나래. 진짜 여자 이름 같다.
“이거 섭섭한데. 하긴 거의 말도 나눠본 사이가 아니니까.”
“.......미안.”
“사과할 필요 없어. 모른다면 가르쳐주면 되니까.”
“너는 내 이름”
“재하지? 넌 가끔 입에서 오르내리니까”
녀석은 굉장히 평범한 말을 내게 건넸다. 웬일로 학교를 일찍 왔냐느니. 자신은 매일 이 시간에 학교를 나온다니. 이 시간은 학교에 아무도 없어 마음이 편해진다니. 너는 안 그러냐는 둥 녀석은 내가 입을 열도록 계속 말을 던졌다. 하지만 별로 잘 아는 녀석도 아니라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잘 맞을 거라는 생각도 안 들고. 그러나 녀석은 굉장히 상냥했기 때문에 나는 조금씩 몇 마디 던져주었다.
녀석과 대화 같지 않은 대화를 하다가 문득 그의 책상 위에 펼쳐진 책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공부하고 있었나? 녀석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나의 시선을 읽었는지 씨익 웃으면서 책을 들어보였다. 책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빈 공책이었다. 나는 당황하여 ‘어?’하고 또 멍청한 소리를 내버렸다. ‘아차’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녀석은 나를 보며 ‘궁금해?’하고 물어보았다. 나는 고개를 저을까 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꿈을 꾸고 있었어.”
꿈?
“사실 하고 싶은 게 많거든. 하지만 진짜로 원하는 것은 하나야.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여기에 그 각각의 꿈을 전개하고 있었지.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르려고 했지. 그런데 말이야. 그게 쉽지 않아. 다 좋아 보이거든.”
“넌 현실..... 같은 건 생각 안 하냐?”
“현실? 아아. 그것도 고려해야지. 하지만 너무 현실적인 건 인생의 활력소가 되지 않아. 꿈은 에너지를 품고 있는 엄청난 것이거든.”
아. 녀석은 이상파다. 꿈을 생각하는 흔하지 않은 놈들이다. 주변에 떠도는 말로 표현하자면 아직 유치원생 같은 아이다. 어떻게 보면 욕을 먹을 것 같은 놈이지만 지금 나에게 있어서는 이런 놈들도 한없이 부러울 뿐이었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굉장한 걸? 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굉장히 초라하고 작아지는 느낌이다. 나는 작아지는데 안에 불안과 공허는 나를 넘쳐 선다. 먹힐 것 같다. 금방이라도 꿀꺽 먹힐 것 같다. 정신이 아찔하다. 역한 것이 올라오려고 한다. 무엇 때문에? 무엇이 싫어서? 그렇다. 나다. 나는 나를 싫어한다. 이 경계선에 서 있는 우유부단한 내가 싫어 몸이 거부하는 것이다. 싫다. 정말 싫다.
“어이!”
녀석이 나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나는 헉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녀석이 나를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말끝을 흐리며 미안하다고 사과하였다. 이토록 불투명한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자기 속에 휘말린 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패닉상태에 빠진 적은 없었는데.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주륵-.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등을 돌리고 한숨을 쉬던 그때 녀석이 나를 불렀다. 나는 녀석을 보았다. 녀석은 굉장히 매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빛이 불쾌해 ‘뭐야.’하고 사과했으니 된 것 아니냐고 대꾸하자 녀석이 대뜸 이런 말을 했다.
“다음 주 일요일 아침 8시 버스터미널.”
“?”
“간편한 복장으로 올 것. 신발은 반드시 운동화.”
“뭐야?!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올 때 까지 기다리지. 하지만 되도록 늦지 않게 오도록.”
나는 갑자기 멋대로 이상한 약속을 잡는 녀석에게 계속 뭐냐고 물었지만 놈은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서 교실을 나서려고 하였다. 나는 놈의 이름을 부르면서 뭐하는 짓이냐고 화를 냈다. 하지만 녀석은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욱하는 마음에 ‘야!’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더니
“오늘 일요일이야. 알고서 왔다면 상관없겠지만 별로 알고서 온 것 같지는 않으니까.”
녀석은 그렇게 나가버렸다. 아, 오늘 일요일이었나? 그래서 다른 녀석들이 안 오는 것이었군. 이상하게 녀석과 대화를 하면서 시간은 흘러가는데 얘들이 안 오더라니. 나는 녀석이 나간 문을 빤히 쳐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대뜸 제멋대로 약속이나 정해 버리고 나오라고 강요하다니. 꽤 불쾌하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허무하게 웃었다. 내일 녀석이 나오면 뭐냐고 따져 물어봐야겠다. 놈이 가고 나서 나도 얼마 되지 않아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다음 날 녀석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오늘 또 무슨 날을 착각한 건가 싶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사이에 다른 놈들이 하나 둘씩 교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다행이다. 오늘은 착각하지 않았다. 뭔가 의미 없는 안도를 하며 다음 날 물어봐야지 하고 하루를 넘겼다. 하지만 녀석은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녀석이랑 꽤 친하다고 판명된 놈에게 물어봤는데 그 놈은 ‘나도 잘 몰라.’하면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무도 그의 행방을 몰랐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일요일이 되었다.
“........”
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버렸다. 늦게 일어나서 가지 말아야지 했는데. 이상하게 눈이 자연스럽게 떠졌다. 6시를 가리키는 시계바늘. 나는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고민하였다. 갈까, 말까. 솔직히 가고 싶지 않다. 녀석의 자리를 쳐다볼 때마다 어떤 녀석인가 고민을 해보았는데 놈은 굉장히 시건방진 것으로 판단되었다. 상냥함이라는 가면을 쓴 오만한 자식. 지가 뭔데 나보고 오라 가라 하는 것인가? 그 날 녀석과 대화한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욱하고 부아가 치밀어 올라왔다. 화난다. 지금 이런 감정으로는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한 방 날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슴 한 쪽에서는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가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꽤 평범하게 그를 대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일까? 뭉클뭉클. 무언가가 집힌다. 그러나 색깔은 두 가지다. 둘 다 오묘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서로 다른 모양과 다른 색깔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미묘한 무언가로 이어져 있는 그 것들. 과연 이것은 무엇일까.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잘 모르겠다. 가끔 사람의 마음은 머리로 생각할 수 없는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신비할 수도, 두려울 수도. 안 갈 거라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있었던 나는 어느새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신발을 싣고 있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녀석이 멀리서 두툼한 배낭가방을 메고 서 있었다. 나는 녀석이 또 그 기분 나쁜 얼굴을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야!’하고 호통 치며 부르려던 것을 녀석이 내 이름을 상냥하게 부르면서 무마되었다.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녀석이 나를 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이야, 의외다. 늦게 올 줄 알아서 나도 늦게 올까 했는데.”
“아아, 그럼 진짜 늦게 나오는 거였는데.”
“야, 너무한다. 좋다는 거야. 약속 지켜줘서.”
순간 나는 녀석에게 ‘네 멋대로 한 거잖아!’하고 소리 질렀더니 녀석은 두 손 모아 내게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 그랬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를 대면 생각해볼 수도 있는 일이 아니냐고 물으니 녀석은 휴대폰 시계를 보더니 늦는다면서 나를 잡고 냅다 뛰어 버스에 올라탔다.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보지도 못했다.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하지만 녀석은 글쎄? 하면서 도리어 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다. 마치 나를 희롱하고 있다는 생각이 없지 않아 들기는 하는데 설마하면서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진 것은 아닌가 싶어 이내 꾹 참아냈다. 어디로든 가겠지.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잠깐 잠이 들었다. 놈이 나를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는데 지금 내가 온 곳이 믿어지지 않아 다시 한 번 눈을 비비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나래. 여긴 태백산이잖아.”
“응. 우리들의 여비로 멀리까지는 못 간다고.”
누가 지금 그걸 모르는가! 나는 갑작스런 녀석의 등산계획에 진짜 화가 나 뭐하는 짓이냐고 화를 냈다. 우리들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런 짓 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아침 등산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정류장에서 나는 체면 따위 생각하지 않고 녀석의 멱살을 잡았다. 진짜 한 두 번도 아니고. 나도 멍청하게 녀석의 말에 잘도 놀아나고 있다. 놈은 여전히 여유 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살며시 뗐다. 오늘은 바람도 잘 부는 날이니 괜찮을 거야라며.
“바람 잘 부는 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상관이야 있지. 자자. 뜨거워질 때 올라가면 힘드니까 얼른 출발하자.”
내가 야!야! 하고 불러 세워도 녀석은 뒤도 안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능글맞은 녀석. 가만 서 있다가 그냥 돌아 갈까하고 발을 돌리려던 순간 녀석이 내 이름을 부르면서 얼른 올라오라며 소리쳤다. 개자식. 내 주말을 제대로 제압했다.
우리들이 올라가는 등산경로는 당골광장-반재-망경사-천제단이었다. 나는 산을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도중하차를 하거나 아프다는 핑계를 대서 돌아오곤 하였는데 녀석에게는 전혀 먹힐 것 같지 않았다. 놈이 말하기를 꽤 쉬운 코스니 괜찮을 거라고 나를 다독였다. 괜찮긴 뭐가 괜찮은가? 산이 오를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청바지를 입고 나온 사람에게 할 소리인가 그게? 진짜 사실대로 말했더라면 싫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왔으련만 지금 이게 무슨 개고생인가 말이다. 나는 가는 도중, 도중 멈춰 서서 잠깐이라도 숨을 돌리려 들면 녀석은 나를 부르며 얼른 오라고 재촉하였다. 녀석은 땀도 안 나는지 정말 잘도 걸어갔다. 누구는 다리가 후들거려 죽겠는데 말이다. 가끔은 진짜 안 될 것 같아 잠깐하고 외치면 녀석이 나를 보며 이런 말을 했다.
“나 같은 놈도 못 쫓아오면 쓰나.”
그 죽일 놈의 자존심이란. 녀석이 그런 나의 점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이를 악물고 녀석의 뒷모습을 정신없이 쫓았다. 쫓아가서 손이 닿을만한 거리를 만든다면 그때 기분이 더러울 만큼 뒤통수를 쳐줄 테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렇게 가까워져도 놈의 뒤통수를 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 기분 나쁠 만큼 상냥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하면 나도 모르게 손을 내리고 화가 식기 때문. 굉장히 분하지만 녀석의 목소리에는 그런 마력이 있었다.
주변의 풍경이 어떤지, 날씨가 좋은지 나쁜지, 바람이 부는지 안 부는지, 어떤 사람들이 지나가는지 안 지나가는지 그런 걸 신경 쓸 틈도 없었다. 무지하게 빠르고 경쾌한 속도로 올라가는 녀석의 발을 쫓느라 나는 내 속도를 늦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일까? 웬 놈의 등짝만 쫓아서 이렇게 멍청하리만큼 열을 내며 올라가고 있는 것일까? 녀석이 잡는다고 해서, 부른다고 해서 구지 쫓아갈 필요는 없었을 텐데. 나는 왜 그것을 거부 한 번 하지 않고 쫓아가고 있는 것일까? 혹시 그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 런지. 내 텅 빔에 그리고 나의 불안에 무슨 답을 내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설렘으로 그를 쫓아가는 것은 아닐까. 알지도 못하는데. 고작 일주일 전에 이야기한 것 빼고는 아는 것 하나 없는 급우에 지나지 않는데. 어째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일까. 답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그에게.
닿을 듯 하면 멀어지고, 멀어지는 듯 하면 닿을 듯 하고. 그 미묘한 거리를 유지. 그가 내게 맞춰주는 것일 수도 있고, 내가 그에 맞춰서 가려고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는 그 거리. 무엇을 생각하며 걷는지 모르는 4차원적인 소년의 뒤를 따르니 어느새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싫다, 싫다 말을 하면서도 나는 어느새 거기까지 가버린 것이었다. 나는 나의 멍청함에 헛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온 몸을 감싸는 이 알 수 없는 허망함에 나는 가던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과연 이 산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그는 과연 나에게 어떤 신선한 충격을 주기 위해서 나를 이끌고 가고 있는 것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적어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어. 하고 말해주면 어디 덧나나? 나도 그냥 멍청이가 아니고, 그냥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유를 알고 싶은 건 당연한 게 아닌가.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거의 보일 듯 말 듯 한 거리로 멀어진 녀석이 문득 내가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뒤돌아 확인하였다. 그리고 뭐라고 외쳤는데 내 귀에는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곧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챘는지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 내려와 ‘여기까지 밖에 안 되냐?’하고 다시 내 성질을 건드리는 말을 하였으나 지금 나에게는 효용이 없었다.
“야, 이 쯤 되면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끼가 낀 울컥거림. 그리고 구토.
“뭘 말이야?”
“여길 온 이유.”
녀석은 ‘아아-’하면서 그것 때문에 화가 났냐고 물었다. 물론 화야 나기야 나지만 어쩐지 지금은 화가 난다기보다는 불안하고 두렵다고 할까. 혼란스럽고 어지럽다. 그래. 그렇다. 지금 나는 완전한 공포 상태다. 보이지 않는 이 길과 의미에 나는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마치 뭔가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소름끼치고 두려워졌다. 양 손이 다리보다 더 심하게 떨린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던 그는
“여기선 말해줄 수 없어.”
그러니까 얼른 올라가자. 더워질 때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건 체력낭비니까.
녀석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손이라도 잡아줄까요? 했는데 나는 그런 녀석에게 싸늘한 눈빛 한 번 던져주고는 그를 앞질러 갔다. 뒤에 따라오던 녀석은 ‘올라가면 반드시 말해줄게.’하고 성큼성큼 다가와 금세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저 녀석 아직까지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다. 억지로 녀석의 앞을 가로질러 갔더니 웬 헛수고가 아닐 수가 없었다. 도대체 저 힘들은 어디서 흘러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괜히 민감한 내가 문제인 것은 아닐까. 둘 다 맞거나 둘 다 틀렸으면.......
정신없이 걸어 올라가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걷기 편해졌다. 이런 순탄한 길이 계속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가지고서야 그걸 산이라고 할 수 있냐는. 나는 그런 안일한 생각 따윈 집어치우고 정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길만 똑바로 걸어갔다. 주변의 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꿋꿋이 디뎠다. 웃옷은 물감에 물드는 한지마냥 땀으로 번져 올라가는 내내 벗어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바지는 이젠 아예 나와 한 몸이 되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아 처음부터 옷을 안 입고 올라온 것 같은 무시무시한 환각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멍청이처럼 볼 수도 있을 테지만 난 정말 그 무감각에 핏기가 싹 가시는 소리를 몇 번이고 들었다.
목에서 수분이 모자라다고 소리를 질렀다. 허나 나는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아 그저 침을 만들어 천천히 삼키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입 안에서 마른기침이 나온다. 마른 신음소리가 나온다. 이 더운 공기 사이로 모래무덤에서나 나올 것 같은 기침과 신음소리는 나의 짜증을 들쑤시는 일뿐이 하지 못했다. 녀석에게 마실 게 있냐고 물어볼까. 허나 방금 전 일을 생각하면 녀석에게 물 따위 얻어 마시고 싶지 않았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는 크게 심호흡 몇 번 해주고 나를 재촉하고 있는 커다란 등과 가방을 노려보면서 올라갔다.
녀석이 말한다. 얼마 안 남았다고.
그는 남은 힘을 끌어올려 천제단을 향한 마지막 오름길을 거침없이 올라갔다. 난 도저히 저 힘의 반의 반도 낼 수 없는데 녀석은 보란 듯이 굉장히 잘 올라가고 있었다. 분했다. 마치 나를 약 올리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그 마지막 장단에 맞춰 없는 힘까지 끌어내어 녀석과의 거리를 힘껏 줄였다. 낑낑 거리면서 올라갔다. 그리고 녀석의 발이 멈춘 곳 까지 올라가고 나서야 나는 고개 숙여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가슴에 묻힌 여러 가지 중 하나 뻥 뚫린 통쾌함을 느꼈다.
녀석이 수고했다며 물병을 건네주었다. 시원해 보이는 얼음물. 한 번도 딴 흔적이 없는 그것은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그것을 건네받아 정신없이 뜯어내 마셨다. 달콤했다. 이렇게 달콤한 것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 운동회를 제외하고는 마실 수 없는 귀한 맛인데 거의 몇 년 만에 이것을 마시고 있었다. 아, 정말 그립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내 마셨다.
바람이 불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나는 이 시원한 바람을 맞고자 고갤 들었는데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은 너무나 경이로운 풍경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산들이다. 여기저기 산들이 피어있었다. 하늘과 바다와는 전혀 다른 풋풋하고 진한 푸른색으로 산들은 피어있었다. 간혹 구름이 내려올 것 같은 그 신비한 경계선은 나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조금만 더 높은 곳에 갔다면 보였을지도 모른다. 바다가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어린애 같은 생각이 스스로도 우습기도 했지만 정말로. 정말로 바다가 보일 것 같았다. 아니. 나는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지 못하여 봤으면서 못 봤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지금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양다리가 후들거리다 못해 저려오는 것을 보면 꿈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이 뭉클거리는 요상한 기분은 무엇이라고 하더라. 이 두근거리다 못해 터져버린 이 기묘한 기분을 사람들은 뭐라고 부르더라. 시원할 수도 따뜻한 것일 수도 있는 이것을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하더라.
“아, 맞아.”
이걸 보고 감동이라고 했다. 어딘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한참을 멍하니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던 나를 그가 두드려 깨웠다. 그는 양팔을 벌리라고 했다. 그러면 더 좋은 걸 느낄 수 있다며. 나는 양팔을 벌렸다. 그때 바람이 다시 불었다. 그리고 그 바람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저 광경에 머물고 있던 마법 같은 힘들이 내 안으로 한꺼번에 밀려들어왔다. 바람이 나를 어딘가로 나가라고 날아가 보라고 날개를 달아준다. 이 텅 빈 양 팔에 투명한 공기를 달아 새처럼 날라고 등을 떠밀어준다. 아, 이건 감동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다. 이 알 수 없는 설렘과 기쁨.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들뜬 기분. 이건 무엇?
“하하-.......”
나는 그저 웃는 것 밖에. 뭐, 몰라도 상관은 없다. 언어가 필요 없는 기분이라는 것도 있을 테니까. 기분이 좋다. 가슴에 묻혀 있던 것들이 하나 둘 바람에 녹는 것 같았다. 가슴이 가벼워지고 있다.
“그러지 말고 이것도 한 번 해보지 그래?”
녀석은 옆에서 ‘야호’하며 소리 질렀다. 공중으로 퍼지는 소리. 어디선가 들리는 것만 같은 메아리. 나도 따라 소리 질렀다. 야호- 야호-. 아득해질 때까지 울린다. 아, 진짜 기분 좋다.
“산이란 건.”
“음?”
“산이란 건 기분 좋은 거구나.”
녀석은 ‘그치?’하면서 실실 쪼갰다.
“나는 가끔 올라와. 답답하거나 생각할 게 있으면 척척 올라오는 거지. 많은 생각을 하면서.”
“그래?”
“너도 생각하는 게 많다 못해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데리고 왔지. 왜, 남자들은 땀과 고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잖냐. 그런데 너는 운동 같은 거 안 좋아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나도 운동 좋아하는 편도 아니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 택한 거지.”
“야, 너무 한 거 아니냐? 난 고려 안 하냐. 난.”
“우리 별로 친하지도 않잖아. 그러니까 넌 아무것도 제안하지 않았을걸. 낯을 가리는 것 같았으니까. 이렇게 가끔 땀 좀 쫙 빼는 거 기분 좋아. 내 밑으로 보이는 이 광경들도 멋지고 말이야. 안 그러냐? 네 표정을 보니 꽤 흡족해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때 ‘그렇게 보였으면 그런가보지.’하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녀석은 ‘뭐냐, 그 어정쩡한 대답.’하고 웃어 넘겼다. 저기 저 경계가 아득해 보이는 곳을 계속 응시하다가 나는 녀석에게 가슴에 묻혀 있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기 시작했다. 그 어떤 누구에게도 말하려고 하지 않았던, 같이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던 그 모든 생각들을 녀석에게 털어내기 시작했다. 말하는 순간, 순간에도 내가 왜 녀석에게 이걸 말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나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녀석이 건성으로 들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 좋아하는 놈들은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눈 한 번 돌리지 않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해줬다. 내가 말하는 사소한 거 하나하나라도 흘려듣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속으로는 여기서 끝내야지. 하면서 멈추려고 해도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마치 뭔가를 갈구하듯이 내 입은.......
“그래서 그때 그랬던 거지. 무서운 듯 덜덜덜.”
“........”
“.......고맙다. 난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서 했던 건 같아. 여태 누군가에게 말하려고 한 적이 없으니까 말이야. 어쩐지 네 주변에 친구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너 꽤 괜찮은 놈이야. 하하하.”
나는 이제 슬슬 내려가자고 자리에서 일어서니 녀석이 무슨 말을 중얼거렸다. 나는 순간 ‘뭐?’하고 되물었고 녀석은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널 오늘 여기로 데려온 건 정말 잘한 짓 같다고.”
“야, 너무 자화자찬하는 거 아니냐? 고맙긴 해도 그건 별개로 화낼지도 모른다고.”
“화내도 상관없어. 난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하, 너 진짜 이상한 놈으로 보여.’하고 웃으니 녀석은 자리에 벌떡 일어나 나를 쳐다보았다.
“생각하는 건 자유로워. 하지만 그것을 꿈이라든가, 현실이라든가 구분하는 건 너 자신에게 걸려 있어. 모든 것의 시작은 너에게 걸려 있는 거지. 알겠냐? 모든 이야기는 너한테 걸려 있는 거야. 남이 아니라고. 남의 기준에 맞추는 건 적당히 하면 돼. 적당히. 거기에 완벽하게 맞춘다면 동물밖에 더 되겠어? 넌 도대체 뭐가 무서운데? 뭐가 두려운데? 그래가지고 어디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너는 너 자신을 다시 한 번 알 필요가 있어.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의 시선에 주눅이 들어 있는 건 아닌지, 원하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
그리고 녀석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하며 빙긋 웃었다. 나는 그 말을 가만 듣다 고개를 저으며 날 무슨 바보 취급하는 거냐고 되물었더니 녀석은 ‘그렇다면 다행이고’하며 기지개를 폈다.
“꿈이던 현실이던 목표는 똑같아. 네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욕망이니까.”
“.........이상한 녀석.”
‘너무 한 걸?’하며 그는 내 옆을 지나 내려가기 시작했다. 녀석은 내게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의 의도도, 나의 의도도 알 수 없었다. 벌써 저기까지 가버린 그가 뭔가 생각난 듯 걸음을 멈춘 나에게로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 같다고 하면 오늘 여기를 기억해. 그 통쾌함을 기억하해. 분명히 너에게 지혜를 줄 거야.”
지금 생각해봐도 그 말은 참 눈물이 나는 대사였다.
“두려워 마. 넌 이제 나래를 가졌잖아.”
“.......나래?”
“날개의 사투리.”
녀석이 한 번 빙긋 웃으며
“재하야, 넌 날개를 가졌어.”
우리들이 걸어 내려오고 있었던 태백산은 한 여름의 뜨거운 입김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었고, 그 열기에 땅은 한 없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땅처럼 딱딱하게 굳어 어디로 갈지 갈팡질팡, 우물쭈물해했던 어린 망령은 산에서 맞이한 푸른 산바람에 부서져 이제는 어른이 될 준비를 한다.
그렇다. 꿈이니, 현실이니 하는 것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남들의 객관적 틀에 맞추다 못해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은 내 이야기에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끌려 다녔던 것이다. 남들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안일한 생각에 빠져 나는 결국 이런 간단한 갈림길 앞에서도 발을 동동 굴렸던 것이다.
“?뭐냐, 우냐?”
이제는 괜찮다.
“무슨 소릴. 먼지가 눈에 들어간 거다. 멍청아.”
이제는 알 수 있다.
“오오,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너무 멋있어서 감동했냐? 안타깝게 난 남자한테 취미 없다~”
이제는 할 수 있다.
“그거 다행이군. 나도 남자한테 취미 없거든. 너 같은 놈한테는 더 그렇고.”
“뭐야?!”
나에게는 이 태백산 위에서 얻은 날개가 있으니까.
난 이제 비상을 준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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