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나눔의 동산 소식
가을빛이 들기 시작한 산골은 아침의 쌀쌀함과 저녁의 스산함에 문득 겨울 걱정을 해야 될 것 같은 마음으로 문안드립니다. 평안하신지요?
코로나도 홍수도 세월 가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나봅니다.
봄, 여름이 코로나로 갇혀버려 허망하지만 우리 식구들은 그냥 열심히 삽니다.
대추는 아예 없고, 밤도 벌레 먹은 것뿐이지만 바람만 불면 달려갑니다.
밤 줍고 산에서 내려오던 쎈치 한 정숙씨가 “와... 구름... 멋져... 봐봐...”
아는 단어 다 꺼내 쓰며 떠들지요.
그 옆에 있던 재경씨는 이 때다 싶은지 “마트 가고 싶다...”며 눈치를 봅니다.
코로나로 지치고 답답하니 훌훌 나가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요?
살다가 만난 지금의 세상... 나쁜 기억이 아닌 좋은 추억으로 남겨보고 싶네요.
81세의 이 수연 할머님은 지적장애가 있으십니다.
20년을 함께 사셨는데 잔소리로 식구들을 쥐락펴락하시고 큰소리치시며 살았지요.
작년부터 기저귀도 사용하셔야 하고 기운도 떨어지니 잔소리도 줄었습니다.
오히려 식구들이 뭐라 해도 가만히 계실 때도 있습니다.
그 모습에 늙는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싶어 마음이 짠했습니다.
경순씨는 부지런한 성품이지만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적어 손이 많이 갑니다.
그런데 바퀴 한 개 달린 손수레 운전을 그렇게 잘하고 좋아하는 줄 몰랐습니다.
요즘 마당에 나무들 전지작업을 하면서 가지치기한 것을 손수레에 담았습니다.
소나무 가지 몇 개만 담겨도 경순씨가 버린다며 가지고 가버립니다.
채워서 가야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손수레를 끌고 휙 가버리지요.
잘난 척 할 기회가 생겼으니 우리 경순씨 신바람 났습니다.
카페동산 소식입니다.
여전히 학생들과 만나며 음료를 주고, 얘기도 들어 주고, 함께 떠들며 지냅니다.
컵라면 배달 덕분에 가정방문을 하게 되어 학생들과 친밀감도 생겼습니다.
졸업생들도 군대 간다고 오고, 군대 간 친구들은 부대에서 연락을 하기도 하네요.
안성, 안산 등 멀리 취업이 된 학생들은 카페가 그립다고 톡이 옵니다.
마음 둘 곳 없는 아이들이 어느새 카페가 집처럼 편안한 마음이 드나봅니다.
1학년 여학생 한 명이 자퇴한다고 하는 것을 겨우겨우 말렸지요.
어제는 와서 조잘조잘 많은 이야기를 쏟아놓고 갑니다.
취약계층의 학생들을 잘 품고 설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우선 할 일이지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으면 살게 되네요...
나눔의동산과 카페동산 사역에 늘 함께해 주시니 저희도 이렇게 살아갑니다.
참 고맙습니다...
2020년 9월 21일 나눔의 동산에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