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눈물의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발급으로 이어지겠습니다.
서둘러 농취증을 발급 받고자 면사무소로 향하는데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워 잘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이는 농취증발급을 끝까지 안 해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기 때문이며 먼젓번에 담당직원에게 너무 자신만만한 행동을 보였으니…….
굴욕스런 말을 꺼내면서 바짓가랑이를 잡고 사정하기가 여간 존심상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인데...... 최면이 땅에 떨어진 이 시점에 무엇을 두려워하랴! 어렵게 자초지정을 이야기하면서 사정을 하니, 그냥은 해 줄 수 없고 밭(田)에 있는 적치물을 치우고 사진 찍어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헉,.... 적치물이 장난이 아닌데, 이를 어쩌나? 농취증을 못해준다는 단호한 말과도 흡사한 조건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옆공장 K씨에게 치우라고 하면 거드름을 피며 쌤통이라고 콧방귀를 끼듯 콧구멍만 후빌 텐데... 아! 난감한 표정을 감추려니 속이 망신창이가 되어 복통이 일렁거렸습니다. 마치 임신한 여인의 입덧보다 더한 고통을 참는데, 번개처럼 번뜩이는 작전의 잔꾀가 뇌리를 살짝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담당직원에게 무슨 현장 사진을 찍어 오느냐?
증거인멸로 분쟁되는 사건도 아니고 현장보존을 하는 형사사건도 아닌데,
눈으로 확인하면 될 것 아닙니까?
연막을 치니.... 모레 시간 내어서 현장에 가 볼 테니 그때까지 깨끗하게 치워놓으세요.
물론이지요! 모레까지 깨끗이 치우겠습니다.
힘찬 대답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이미 번득이는 잔꾀의 작전을 실행에 옮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을 나서 옆공장 K씨에게 적치물을 치워달라고 설마하면서 기대반으로 말을 꺼내니... 무슨 소리냐! 임대기간이 아직 남아 있고 당신들 사정이니 알아서 하라! 못 치운다고.... 골이 비었느냐? 는 반문에 역시나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럼, 저희들이 적치물을 옆으로 임야에 옮겨놓는 것은 괜찮겠습니까? 작전상 그렇게 말을 꺼내니... 그야 여러분께서 수고하신다면 상관없습니다. 라는 답을 얻어 내었습니다. 젠장, 자기물건을 우리가 치워주는 것도 어렵게 사정하며 눈치 보는 현실을 거부하고 싶었지만 이 또한 작전이므로 썩은 미소와 함께 감사하다는 눈인사를 마치고 되돌아왔습니다.
이틀 후,
적치물을 치울 날이 밝았습니다. 이 친구 저 친구 평소 통화도 자주 없었던 후배에게 전화하여 2시간정도만 나를 도와주고 맛있는 점심먹자며 바람 쐬러 원적(소풍)가자는 제의에 동참하여 차량2대로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9시쯤이었습니다. 영롱한 이슬방울이 아슬 아슬 묻어 있는 풀잎가지 속을 헤치며,
영차, 영차 끌고 밀고 당기며 수천 개의 적치물중 서너 개만을 옮겼을 뿐인데, 이마에는 벌써 이슬방울보다 더 큰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더 이상 손발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럴 때쯤 목이 길어 슬픈 기린처럼 눈은 출 입구 쪽으로 쏠리면서 담당공무원이 현장에 빨리 나타나기를 작전상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끝내 모습은 나타나지 않아 밀려오는 불안감으로 숨조차 크게 내쉬지 못했습니다.
그가 나타날 때, 열심히 일하며 적치물을 치우고 있는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하게 하고 완성품은 곧 상차시켜 현장으로 납품된다는 것을 확인 시킨 후 나머지 분들은 계속 일을 하고 저는 면사무소로 담당공무원의 뒤를 함께 따라가서 농취증을 발급 받는다는 잔꾀의 작전이 물거품으로 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끼적거리다 중단한 적치 물들은 후일 옆공장 K씨에게 강력히 치우게 할 요량으로 힘찬 대답을 했었는데....
잔꾀의 작전이 무너지는 것 같아 초조하여 면사무소에 전화를 하니 담당공무원은 집안 사정으로 2일 동안 휴가를 냈다는 답변이기에 앞은 더욱 어두움으로 밀려왔는데 다행히 핸드폰번호를 알아내어 전화하는 순간 그의 어머님께서 갑자기 병환으로 보호자 역할을 하는 중이라며... 적치 물을 다 치웠냐? 묻기에 지금 열심히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거짓말로 대답하자 2일후에 면사무소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금년 말까지 깨끗이 치우는 조건부로 농취증을 발급해준다는 기쁨의 소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장을 와 보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네.....
와! 환호성을 외치며 손에 끼었던 장갑을 벗어 던지고 룰루 날라 적치물이여! 안녕하며 작별의 인사를 고하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오면서 머리에 각인시킨 글자는 조건부 농취증의 단어 이었습니다. 이런 제도가 있구나! 연신 탄신을 하면서 잔꾀의 작전보다 한수 높은 조건부의 단어를 다시금 회상케 하며 다음부터는 농지에 적치물등이 있으면 님들께서도 조건부의 농취증을 신청하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정말“아힘모약”인 것 같았습니다. 아힘모약이 뭐냐고요? 어느 유명한 분의 닉네임인데 알면 힘이고 모르면 약이 된다는 준말이래요.
이로써 농취증미제출로 어렵게 꼬여서 입찰보증금도 몰수당할 수 있는 위기에서 기사회생하여 경락잔금까지 납부하였으니 잔꾀의 작전이 50%는 적중되었다고 스스로 위안을 받으며 경매법정에서 “으^^악”소리를 쳤던 컨설팅직원을 만나기로 하여 길을 나섰습니다.
묘지이장에 대하여 어느 정도 협상이 진행되었다기에 낙찰 받은 현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여 목적지에 당도하였는데... 초행길인가? 다른 곳을 왔는가? 두 눈을 의심하며 주위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경락받은 임야에, 적치물이 쌓인 밭(田)은 그대로 인데 나를 잠시 어리둥절하게 만든 이유는 비포장의 흙탕물 길이 아닌 깨끗한 세멘포장길로 갑자기 바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잃을 뻔한 경매물건을 얻은 것도 큰 기쁨인데 그 경매물건의 진입로를 6M이상의 폭으로누군가? 깨끗이 포장까지 해 놓았으니 그 기쁨은 천배 만 배로 하늘을 나를 듯 구름 위를 떠돌 듯 가슴까지 벌렁거리며 요동을 치기 시작하였습니다. 평소에 복이 지지리도 없다고 나의 사주팔자에 대하여 부정했었는데... 그 현장만큼에서는 어부지리로 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으니 이제부터는 나의 사주팔자도 긍정으로 바꿔야 될 것 같습니다.
그 포장길을 거침없이 검은 차가 유유히 미끄러지듯 들어와 멈춰서면서 검은 선글라스를 낀 건장한 남자가 차에서 여유만만하게 내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컨설팅직원이었습니다.
오랜만이라면서 악수를 하고 동안 수고가 많았다며 덕담을 한 뒤 본론에 들어가 분묘이장문제에 대하여 진행과정을 묻자!
묘지 이장은 자신 있게 처리할 수 있되, 협상이 난해하므로 5천만원의 합의금으로는 안 되니 조금 더 증액하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이에 무슨 소리냐? 그 금액은 수수료까지 포함한 금액이며 자신 있게 해결해 준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이제 와서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그 금액도 엄청 파격적인 금액이므로 증액할 수 가 없다고 답하자!
그렇다면 중도에 손을 뗀다면서 자기가 협상 차 누차에 만나서 일을 진행시켰으므로 자기 외에는 누구와도 협상이 어려울 것이니 두고 보자....며 강한 협박과 무거운 겁을 주면서 사라졌습니다. 이에 격분하여 강력하게 대응하며 싸울까? 잠시 생각하였으나 그는 너무 직선적인 성격소유자이었고 묘지 이장문제는 해결 못하더라도 옆공장K씨와의 매매건은 중재자의 역할이 아직 남아 있었으므로 참았는데, 함께 동석했던 샤프님은 제가 맞대응하면서 성깔 있게 행동했다는 모습에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마치 한적한 들판에서 마피아 조직의 막후 결렬과도 같이 세찬 바람과 함께 고속열차가 전광석화처럼 스쳐지나갔고 컨설팅직원과 결별후의 환한 미소는 끝내 맛보지 못하고 다음 장으로 이어지겠습니다.
다음은 제4편 컨설팅직원과 결별후의 환한 미소로 이어지겠습니다.
꾸벅..... 타타르/이재광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