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 전차' 등 신무기에 116명 부상 "폭력노조도 무대책 경찰도 모두 원망" 아들 병상 지키는 어머니 울분 토해
▶ 지난 17일 울산지역 건설플랜트 노조원들이 쇠파이프 구조물 끝에 뾰족한 창을 달고 밑에 바퀴를 붙인 시위도구를 이용해 경찰을 공격하고 있다. N-POOL 경상일보=김동수 기자
"공권력이 너무 무력해진 것 같아 화도 났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마구 휘둘러대는 쇠파이프에 맞고 그만 정신을 잃었습니다."
29일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5층. 지난 17일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의 시위 과정에서 눈 부위를 다친 김모(22)상경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20대의 건장한 청년이었지만 시위대의 폭력 때문에 공포감마저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울산 시위 현장에서 노조원들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수차례 맞고 기절했다. 왼쪽 눈가에는 아직도 피멍이 들어 있고, 눈두덩은 심하게 부어 있었다. 병상 옆에 있던 김 상경의 어머니 이모(48)씨는 "이 지경이 돼 있을 줄은 몰랐다"며 흐느꼈다. 그는 "폭력을 쓴 노조원도, 대책 없이 당한 경찰도 모두가 원망스럽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찰병원에는 현재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의 시위 과정에서 부상한 전.의경 61명이 입원해 있다. 10평이 채 안 되는 병실의 8개 병상에는 시위대에 맞아 머리.다리.허리 등을 다친 환자들이 누워 있었다. 얼굴을 60바늘이나 꿰맨 환자도 있었다. 병실 곳곳에선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의 시위로 인해 부상한 전.의경은 모두 116명이다.
또 다른 부상자는 "노조가 과거보다 길어진 쇠파이프를 사용하고, 날카로운 쇠파이프 수십 개를 수레에 실어 밀어붙이는 '수레 전차'라는 신무기까지 사용해 부상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시위대도 일부 부상하기는 했지만 경찰 쪽의 피해가 더 컸다.
당시 시위 현장에 있었다는 한 경찰관은 "경찰의 진압봉 길이가 1m5cm로 제한된 반면 시위대는 최장 3m에 이르는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상황이었다"며 "300여 개의 쇠파이프 앞에 경찰의 방패와 헬멧은 무용지물이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이번 시위에서 발생한 부상자 수는 최근 2~3년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번 시위와 관련해 35명을 구속하고 25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21명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1196명은 훈방했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시위 중 폭력을 사용하는 빈도는 줄어들고 있지만, 경찰 부상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국민의 정부(1998~2002년) 시절에는 연평균 1만2238건 중 폭력 시위는 126건(1.11%)에 경찰 부상자는 438명이었다. 참여정부(2003~2004년)에서는 연평균 1만1587건에 폭력 시위는 112건(0.96%)인 반면 경찰 부상자 평균은 685명으로 200여 명 이상 늘었다.
김승현.손해용 기자
[단호한 청와대] "공권력 무력화 행위 용납 못해" 경찰병원 찾은 김우식 실장, 중상 입은 전 · 의경에 충격
▶ 지난 26일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준영 경찰청장이 최근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 시위 현장에서 다쳐 국립경찰병원에 입원 중인 전·의경을 위문했다. [연합]
청와대가 최근 과격 폭력시위에 의한 공권력 침해 사례에 단호한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 계기는 지난 26일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서울 가락동 국립경찰병원 방문이었다. 당시 김 실장과 함께 병원을 찾은 청와대 관계자들은 갓 스무 살이 넘은 전.의경 상당수가 시위대의 쇠파이프에 맞아 허리.목 등에 중상을 입고 신음 중인 장면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김 실장은 병원 방문 직후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불법 폭력행위는 절대 용납해서 안 된다"며 "이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의 병원 방문과 동시에 경기도 오산 세교지구 철거민들의 농성 현장인 한 빌라에 경찰이 새총으로 골프공을 쏜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경찰청은 26일 해당 경찰서장을 직위 해제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정부의 최루탄 사용 금지 방침 이래 젊은 전.의경들의 피해가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라며 "서장의 직위해제는 좀 과도한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향후 시위 진압에 나서야 할 경찰의 사기에 영향이 없겠느냐"는 지적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가 경기경찰청장에게 직접 "경찰의 과도한 대응은 절대 자제해야 하지만 이번 서장 문책 수준이 과연 형평성에 맞는 조치였느냐"고 확인하기도 했다. 공권력 침해에 대한 청와대의 민감함과 정면 대응 방향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29일 "일부 노조가 협력 대신 강경 대응만을 고집해 온 데다 일부 노조 지도부는 노조 내부에서조차 정당성을 잃는 일이 발생해 법과 원칙에 따른 해결 원칙을 확고히 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