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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마음과 글쓰기 이호철(경북 경산 성암초등학교)
우리는 참으로 풍요롭게 살고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들으면 뭐라고 말하겠지만 보편으로 보면 그렇다. 너무 힘겹게 살면 사는데 골몰해서 옆 돌아보고 생각할 여유가 없겠지만, 너무 배부르고 풍요로워 살기가 편해지면 몸과 마음이 게을러져 아예 옆 돌아보는 것 생각하는 것 자체도 싫어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도 창조력도 무디어지게 된다. 더 나아가면 아주 병이 들어 회복하기가 어렵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가난한 마음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 특히 글쓰기에서 가난한 마음은 생명수와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 가난한 마음이란 뭘까? 다들 많이 들어온 소리지만 몇 가지 내 나름대로 간추려보면 이렇다. 먼저,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 지녔던 때 묻지 않은 그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온갖 잡것들에 의해 그 마음을 자꾸만 잃어가고 있다. 한 번 그 마음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까 자라는 아이들에게 그 마음을 온전히 지닐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 다음은 참답게 살아가려는 마음이다. 그 마음의 길에 기름기가 달라붙거나 부유물이 많이 섞여 흐르게 되면 새로운 생각의 길이 막히거나 거기서 나오는 생각도 아주 흐리다. 그런데 어른들의 사회는 구제하기가 힘들어졌다. 아이들만이라도 참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아이들도 조금씩 참마음을 잃어가고 있어 걱정스럽다. 그래서 아이들 스스로 마음을 깨끗하게 거르고 올곧게 날을 세우는 능력을 아주 강하게 길러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다.
또 가난한 마음은 열심히 일하는 마음이다. 모두들 힘든 일 하지 않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것이 목표다. 그렇지만 세상에 힘들이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방법이 있다면 그건 사기다.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런 사람의 마음에는 허영심이나 욕심 같은 것이 없다. 다른 사람을 짓밟으며 자기만 일어서려고 하지 않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참마음도 늘 함께 한다.
한 가지 더 덧붙인다. 가난한 마음은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물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돌멩이 하나, 조그만 벌레, 못쓰는 쇳조각, 버려진 신발 한 짝, 거지 할아버지, 더러운 걸레에게까지 따뜻한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냉철함도 그 원천은 따뜻한 마음에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위험하다.
그밖에도 더 있겠지. 욕심 부리지 않는 것, 낮은 곳을 더 살펴볼 줄 아는 것, 아주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맛난 것이 아닌 것이 더 진정한 맛이라는 것을 아는 것, 불편하게 사는 것 뭐 이런 것들이다.
이런 가난한 마음에서 감동을 주는 좋은 글이 나올 수가 있는 것이다.
나 혼자 싸늘하게 밥 먹는다.
양양 조산초등 5학년 오송
점심시간이다.
몸이 가늘게 떨린다.
한 손을 주머니에
한 손을 식판을 들고
난로 옆에 앉았다.
형찬이가 내 옆에 있다가
날 보고는
“오 오송이다. 이사 가야지.”
내 주변엔 아이들이 안 앉는다.
‘왜 나만…….’
지현이가 왔다가
“어, 저리로 가야지.”
은옥이가 따라 간다.
‘언니들이 있나?’
두리번거렸다.
‘언니들은 나랑 같이 밥 먹어 줄 거야.’
그런데 벌써 다 먹고 갔다.
아이들은 넷 다섯 모여 앉아
소곤소곤 얘기하며
즐겁게 먹는데.
얘들이 날 따돌리는 건 아니다.
그런데 밥 먹을 땐 혼자다.
난로 옆에 있어도 싸늘한 게 춥다. (2003. 12. 19.)
이 시를 읽자마자 왜 밥 먹을 때 아이들이 오송이를 피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 까닭을 글쓴이가 알았다면 밝혀 썼겠지만 그걸 모르니까 쓰지 않았겠지. 그렇지만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은 좀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쨌든 모두들 피해 가버리고 오송이 혼자 떨어져 있는 외로운 마음을 나타낸 시다. 날씨가 차가워 몸이 떨린다고 했지만 그것이 나 혼자 떨어져 있다는 외로운 마음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로 옆에 앉아 있어도 싸늘하게 느껴지는 그 마음 이해가 간다. 오송이 자신은 ‘얘들이 날 따돌리는 건 아니다.’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따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 자기와 무엇이 좀 안 맞다고, 자기보다 좀 모자란다고, 자기보다 좀 깨끗지 못하다고, 자기보다 못산다고 사람을 따돌리는 것은 참으로 비열한 짓이다. 그런 아이들을 더욱 따뜻하게 대해줄 줄 아는 마음 공부부터 시켜야 할 것이다.
‘한 손을 주머니에 / 한 손을 식판을 들고 / 난로 옆에 앉았다.’에서 ‘∼을’을 ‘∼은’으로 쓰는 것이 맞겠다. 아이들 가운데는 앞뒤 문장에 맞은 토씨 쓰는 것이 잘 안 되는 아이들이 참 많다. 또 이 시와는 관련은 없지만 글을 쓸 때 잇는 말도 제대로 맞게 못쓰는 아이들도 참 많다. 잘 알도록 지도해야겠다.
거울 속 하늘
거제 고현중 3학년 김마리안나
시험이 끝난 5교시
하도 답답하여
거울로 하늘을 비춰보았다
운동장이 보이는 내 자리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구름들
오늘은 유난히 맑구나
오늘은 유난히 높구나 (2005. 6. 8.)
공부, 시험으로 억눌린 마음을 제대로 한 번 펴보지도 못하고 사는 게 요즘 아이들이다. 이 시를 쓴 아이는 시험이 끝나고 또 공부가 시작되는 5교시에 그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거울로 잠시 하늘을 비추어 본 모양이다. 바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마음껏 바라보지는 못하고 거울로 비추어 본 하늘이지만 유난히도 맑고 높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그 운동장을 마음껏 내달리고 싶기도 할 것이고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그 구름을 타고 하늘을 훨훨 날아 보고도 싶겠지. 그런 마음에서 터져 나온 탄성이 ‘오늘은 유난히 맑구나 / 오늘은 유난히 높구나’ 하는 말이다. 그래서 시가 된 것이다.
이 시와는 관련은 없지만 아이들의 탄성, 말하자면 감동에 겨워 내 뱉는 말이라고 다 감동을 주는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를 쓴 자신에게는 뜻이 있는 일이라 탄성이 나왔겠지만 그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면 어디엔가 모자란 점이 있다는 말이다. 그 모자라는 점을 채워주어야만 더 좋은 시가 될 것이다.
시험
거제 고현중 2학년 이정환
시험 전날
나 자신과의 전쟁이다
시험을 포기하자니
내신을 포기해야 하고
잠을 설치며 공부하자니
내 몸이 죽을 것 같다
끼니도 거른 채 보낸 시간
열두 시가 넘었다
밥 먹는 30분이 아까워
삼각김밥을 먹는다
밥도 제대로 못 먹을 만큼
공부에 목숨 거는 까닭이 뭘까
꼭 이렇게 해야 하나 (2005. 9. 6.)
시험 치는 전날이 마치 전쟁을 치르는 전날하고 같은 그런 아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다. 내 몸을 죽이면서까지 공부를 해서 시험을 치러야 하니 전쟁과 다를 바가 뭐 있을까. 이미 전쟁에 내몰렸으니 이제는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전쟁에 이기기 위해 잠도 못 자고 밥 먹을 30분 시간도 아까워 삼각 김밥을 먹어야 한다. 이 시에는 그런 쓸데없는 전쟁에 내몰리는데 대한 반기도 나타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시험에 대한 이런 마음도 표출해 보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며 자신을 죽이고 있겠지. 어른들은 아이를 이렇게 시험으로 경쟁을 시켜 옥죄는 일밖에 할 수 없는 것일까?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다시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병철이
부산 동백초등 6년 문혁대
오늘 초등부 수업을 하는데
병철이가 내 지우개를 찢었다.
오늘 산 건데.
하지만 괜찮다.
지우개는 사면 되지만
친구 사이가 멀어지는 건
싫다. (2004. 11. 17)
동무와의 도타운 우정을 나타낸 시다. 동무가 새로 산 지우개를 찢어도 괜찮다고는 했지만 지우개에 대해 마음이 아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누르고 괜찮다고 했다. 여기서 ‘괜찮다’고 한 말은 새 지우개보다도 우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나온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 손해 조금도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이 아이의 마음이 더욱 훌륭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병철이가 내 지우개를 찢었다.’고 했는데 무엇 때문에 찢었을까? 지우개를 빌려 쓰다가 모르고 찢었다면 괜찮다고 한 말이 훌륭하다고 하겠지만, 빌려간 아이가 일삼아 찢었다면 괜찮다고만 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 잘못을 깨우쳐 주는 것이 진정한 동무가 아니겠나.
시 첫줄에 ‘오늘 초등부 수업을 하는데’ 했는데 어떤 수업을 말하는지 또렷이 알도록 했으면 좋겠다.
우리 집 하우스
강원 양양 한남초등 1년 최유린
오늘 바람이 너무 쎄게 불어서 걱정이다.
저번 날에도 바람이 너무 쎄서
하우스 한 개가 망가졌는데
또 하우스가 망가지면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랑
힘들게 일해야 하는데
나는 하우스가 망가질까 봐 걱정이다. (2004. 12. 10.)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가 힘들게 일해서 지은 하우스가 바람에 망가질까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 시다. 그 마음은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식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식구들이 다 같이 매달려 하는 하우스 농사에 생계가 달려 있다는 것을 1학년인 이 아이도 다 알고 있는 것이다. 바람에 하우스가 날려 가면 그 속에 자라던 식물들이 죽거나 망가져서 그 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 그러면 생계에 큰 위협을 받게 되니까 더욱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을 것이다. 5, 6학년이 되어도 어머니 아버지의 직업조차 잘 모르고 사는 게 요즘 도시 아이들이다.
이 시를 보면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순박한 농촌 사람들의 모습, 유린이네 식구들이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순박한 모습도 그려볼 수가 있다. ‘오늘 바람이 너무 쎄게 불어서 걱정이다.’ ‘저번 날에도 바람이 너무 쎄서’에서 ‘쎄게’ ‘쎄서’ 하는 말은 ‘세게’ ‘세서’를 강하게 한 말로 이 아이의 입말이다. 1학년다운 시 맛을 더 살려 준다.
바람
강원 양양 한남초등 1년 조민철
어제 집에 가다가
바람 때문에 날아갈 뻔했다.
나무도 뽑힐 것 같았다.
물살도 빨라졌다.
모래바람도 불어왔다.
으스스하였다. (2004. 11. 27)
바람이 세게 불 때의 모습을 잘 보고 쓴 시다. ‘바람 때문에 날아갈 뻔했다.’고 한 말에서 1학년 아이가 얼굴이 상기되어 입을 쫑긋거리며 말하는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날아갈 뻔했다는 말 말고도 나무가 뽑힐 것 같다는 것과 물살이 빨라진 것, 모래바람이 불어왔다는 말로 바람이 아주 세게 불었구나, 하는 것을 더 또렷이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시를 쓰면서 자연현상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한다.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살아 있는 공부다.
해와 구름
강원 양양 회룡초등 2학년 김영석
자전거 타고
학교 가는데
해가 구름 안에
있었다.
해가 연한 노란색 아니라
아주 빨간색이었다.
그런데 구름이
빨갰다.
나는 감동을 해서
자전거에서 어퍼졌다. (2002. 11. 21.)
보통 때는 해가 연한 노란색인데 구름 안에 있으니 아주 빨간 색이 된 것을 새롭게 발견하고 놀라워 그것을 시로 쓴 것이다. 그렇게 감동스런 장면을 보다가 그만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고 말았겠지. 실제로 겪어본 사람만이 쓸 수가 있는 시다. 어떤 사물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 그 때 좀 더 자세히 깊이 살펴보는 버릇을 들이면 더욱 좋겠다. 새로운 모양, 아름다운 색깔 같은 더 많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전거에서 엎어졌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저전거와 함께 넘어졌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전거가 넘어진 위에 엎어졌다는 말인가? 2학년이지만 그건 알 수 있게 쓰도록 했으면 좋겠다.
홍실감
강원 삼척 고천분교 2학년 김희원
홍실감을 먹어봤다.
맛있고 달콤하다.
홍실을 먹으면 씨앗이 있다.
씨앗엔 허물이 있다.
허물을 먹으면 엄청 맛있다.
홍실이 다 안 익으면 떫다.
홍실이 땅에 떨어지면
개미나 참새가 먹는다.
그래도 내가 먹을 것은 있다. (2002. 11. 1.)
홍시를 먹어본 경험을 쓴 시다. 여기에서 남들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씨앗에 허물이 있는데 그 부분이 매우 달다는 것이다. 감 씨앗이 덮어쓰고 있는 부분을 ‘허물’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표현한 것도 알맞은 표현이라 하겠다.
그런데, 홍시를 먹어보니 ‘맛있고 달콤하다.’ 했고, ‘홍실을 먹으면 씨앗이 있다.’고 했다. ‘허물을 먹으면 엄청 맛있다.’고 했고, ‘홍실이 다 안 익으면 떫다.’고 했다. 또 ‘홍실이 땅에 떨어지면 / 개미나 참새가 먹는다.’ 고도 했는데 다 맞는 말이고 알맞은 표현이다. 하지만 좀 더 자기만이 보고 겪은 모습을 구체로 나타내었으면 좋겠다.
저학년 아이들은 흔히 ‘홍시’를 ‘홍실’ 또는 ‘감홍실’ ‘홍실감’ 이렇게 말하는데, ‘홍시’로 바로 가르쳐 주기 바란다.
텔레비전
경남 밀양 상동초등 6학년 이가희
작은 방에 텔레비전이 고장났다.
그래서 아무도 가지 않는다.
아버지는 작은 방에 계속 있는다.
심심해서 뭐 하까? 잠자나?
가보니 아버지가 책 읽고 있다.
나는 텔레비전이 고장난 게 고마웠다. (2002. 11. 18.)
아이는 텔레비전이 고장 나 아버지가 참 심심하겠다,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텔레비전이 없어도 아버지는 작은 방에서 꿈쩍 않고 있다. 참으로 궁금하다. 잠자겠지, 하고 가보았는데 ‘어라!’ 책을 읽고 있네. 그걸 보고는 ‘나는 텔레비전 고장 난 게 고마웠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시는 텔레비전에서 벗어나 책을 읽는 보기 좋은 아버지의 모습을 찾았다는 반가움이 나타나 있는 시다.
집집마다 식구들 모두가 텔레비전 귀신에게 홀리면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은 물 건너 가버리지. 책 읽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사람이 무미건조해지기 아주 쉽다. 나도 텔레비전 보기를 아주 좋아해 시도 때도 없이 빠져 있었다. 그러니 책 읽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신문 한 조각 제대로 보는 것도 어려웠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요즘 텔레비전을 안 보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이 시는, 살아가면서 이런 일상의 일에서도 좋은 시가 나올 수가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시이기도 하다.
고모할매 집 소
경남 밀양 상동초등 6학년 한동주
고모할머니 집에서 소가
으응 애이-
하고 울고 있다.
나는 저 소가 왜 우는지 안다.
며칠 전에 애미 소가 팔려가
슬퍼서 우는 거다.
소도 사람과 다를 게 없다. (2002. 11. 12.)
모두들 어미가 그리워 구슬피 우는 새끼소의 모습을 보고도 무심하게 넘기는데 이 시를 쓴 동주만은 새끼소의 마음을 헤아린다. 또 짐승의 모습이지만 바로 사람의 모습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소도 사람과 다를 게 없다.’고 한다. 이 시에서는 새끼소가 우는 소리 ‘으응 애이-’ 속에 어미와 헤어지는 슬픈 감정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모자란듯하다. 슬퍼하는 새끼소의 여러 가지 모습도 있을 법한데 그걸 더 보태었으면 싶다. ‘으응 애이-’하는 말끝에 ‘-’를 붙여 놓았는데 그건 울음소리가 길게 이어진다는 뜻인 것 같다. 그렇게 쓰지 말고 ‘이’자를 덧붙여 길게 이어내는 소리를 나타내어야 한다.
어쨌거나 어미와 헤어진 새끼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그 마음만 해도 참으로 훌륭하다.
바람에 날아다니는 나뭇잎
강원 양양 오색초등 3학년 최구름
창 밖에서
누가 손을 흔드는 거 같다
깜짝 놀라 보니
나뭇잎이 난다
나뭇잎이 돌면서
날고 싶지 날고 싶지
놀리는 거 같다.
파스슥 하며
공중에 떠서 돌다가
내려오고 내려오다 또 뜨고
나뭇잎이 바람보다 빠르다
바람이 뒤에서 부니
먼저 가지. (11. 14.)
바람에 날리며 떨어지는 나뭇잎의 모습을 잘 보고 쓴 시다. 창 밖에서 무엇이 어른거렸는데 그것이 누가 손을 흔드는 것처럼 느껴져 깜짝 놀라 보니 떨어지는 나뭇잎이다. 나풀거리며 나는 듯이 떨어지는 그 나뭇잎의 모습이 마치 ‘날고 싶지 날고 싶지’ 하고 놀리는 것처럼 보인다. ‘파스슥’ 하며 공중에서 내려오다 다시 떠오르곤 하는 모습도 잘 보았다. 그렇지! 나뭇잎이 바람 앞에 날려가니 바람보다 더 빠르지. 문득 그렇게 생각한 것도 이렇게 덧붙여 시를 써 놓았다.
사람의 눈은 모든 사물을 생각 없이 스쳐보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에서도 보이 것이 참 많아진다. 그만큼 느끼는 것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빠 제 정신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도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의 여유를 많이 주어야 한다.
아침밥
양양 오색초등 4학년 양승찬
일요일
아침밥은 콩나물 김치, 감자랑 물에 만 밥.
김치는 안 자르고 손으로 죽죽 찢어 먹는다.
파란 것은 약간 술맛이 난다.
그래도 맛있다.
이빨로 물고 손으로 찍 뜯어서 들고
아, 입을 벌리고 먹는다.
나는 이것만 있어도 맛있다.
아버지가 반찬이 고것밖에 없어 이런다.
나는
고것만 있어도 맛있는데
반찬이 없어도
그거면 충분한데
아버지는
어린애처럼 반찬투정 하신다.
엄마가 듣다가 밖으로 나갔다.
나는 밥을 맛없게 한 번 씹고 넘기고
성의 없이 먹었다. (2000. 11. 27)
이 글을 쓴 승찬이는 정말 건강한 어린이다. 반찬 가리지 않고 모두 잘 먹으니까. 그렇게 잘 먹을 수 있는 건강함은 바로 마음의 건강함에서 온 것이다.
특히 김치를 먹는 모습은 마치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김치를 안 자르고 죽죽 찢어서 먹으면 꿀맛이지. 잎이 파란 배추김치의 맛은 술맛이 조금 난다고 했는데, 먹어보지 않고는 누구도 느낄 수 없는 맛이다. 김치 한 쪽을 ‘이빨로 물고 손으로 찍 뜯어서 들고 / 아, 입을 벌리고 먹는다.’ 한 것도 마치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양 몸이 따라간다.
그렇게 맛있는데 어른인 아버지가 반찬 투정을 하고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런 모습을 보니 그만 밥맛이 가시는 모양이다. 음식은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니고 기분으로도 먹는 것이지. 보편으로 보면 아이와 아버지의 행동이 뒤바뀐 모습이다. 그런 일상의 모습에서 인간미가 느껴져 또 좋다.
은근히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좋은 시다.
본디 아이들의 마음은 가난한 마음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도 그런 가난한 마음을 자꾸만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글쓰기 지도를 하면서 그런 마음을 찾아 주고 끝까지 지니게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첫댓글 업어가요~~^^
맨 위에 실린 아이의 시를 읽으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 엄마여서 시의 감상을 떠나 느낌이 남다르네요.
참 좋네요~이 게시판 넘 좋아요 ㅎㅎ
고맙습니다~ 컴에서 읽으려면 눈이 아파서요 저도 업어 갑니다~~~~^^*
좋은글 감사한 마음으로 가지고 갑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군요. 아이들의 순수한 시가 감동적이네요...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