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터는 바로 이틀 전 명동에서 지름신을 만났다. -_-V
바쁜 일상에 지쳐 인터넷 쇼핑을 할 시간도 없었던
이스터는 우연찮게 그분(!!)을 뵙게 되었고
절친한 친구와의 오랫만의 데이트는
폭주하는 쇼핑으로 마감했다. -_-;;
핫팬츠, 원피스, 셔츠 등을 줄줄이 손목에 걸쳐 계산대로 향하다가
계산대 옆의 니삭스까지 집어든 이스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돌아와서 어딘지 허전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앗!! 티셔츠가 빠졌다!!"
굳이 살 필요도 없는 인테리어 소품들까지
사들고 돌아온 쇼핑에서 '티셔츠'가 빠지다니...
자신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상황.
너무 극단적인가?
음... 하지만 이러쿵 저러쿵 하이 패션을 즐겨 감상함에도 불구하고
활동량도 많고 캐주얼한 룩을 즐겨하는 이스터에게 있어서 티셔츠야 말로
일상의 MUST HAVE No.1 순위 아이템이니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간편하고 빠르게 입을 수 있고
팬츠와 스커트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포용력에다
어떤 패턴이나 프린트 심지어 원한다면 메시지까지
전달할 수 있는 티셔츠는 ...
게다가 저렴하다!!
한 민족의 뿌리가 유목민에 닿아있다는 역사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는 더욱 티셔츠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 확실해 진다.
그도 그럴것이 빠르고 간편하게 옷을 걸쳐야 했던
두겹의 천을 이어붙인데다 머리만 들어갈 수 있게
동그랗게 구멍을 뚫어 주었던
튜닉형 혹은 판초형 의상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으니
유목민의 피가 흐른다고 짐작되는 한국인에게는 물론
무엇이든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세태에 밀려
서두르고 시간을 아끼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현대인에게도
그 뿌리가 어디에 있던 최상의 의류 아이템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티셔츠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제 1의 요인은 바로 '스타 파파라치 컷'이라고 장담하지 않을 수 없다.
블론드 헤어를 무심하게 늘어뜨리고
데님 팬츠위에 수수하게 티셔츠 한 벌 걸쳐 입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스타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 정도쯤이야 나도 할 수 있겠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때로는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 그들이 입었던 것과
똑같은 프린트의 티셔츠를 구매하기도 하고
티셔츠와 데님팬츠 그리고 선글라스까지 척~ 하고 걸쳐준다음
근사한 백을 들고 외출할 때는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문득 마주친 거울 속의 나는
헐리우드의 '잇 걸'이나 '무심한 듯 시크한' 것과는
지구와 안드로메다 만큼 떨어져 있는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은 여자아이에 불구하다고 느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매번 티셔츠를 통한 스타일링을 할 때 마다 부딪히는
그런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쩌면 우리에게
티셔츠를 잘 입는 롤 모델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일지 모르겠으나
이스터가 생각하기에 케이트 모스를 넘어설 패션 감각을 가진
유일한 모델을 꼽으라면 바로 아기네스 딘 이 되겠다.
건강하고 또 톡톡 튀는 런더너 특유의 감각을
자신에 맞게 마음껏 연출할 줄 안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찍힌
사진들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아기네스 딘은
특히 티셔츠를 즐겨 착용하기 때문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줄 만 하다.
만일 그간 TV를 통해 보아온
완벽한 몸매의 전지현이나 정우성 등의 연예인들 처럼
흰 티셔츠에 블루 데님만 입어도
멋져 보이는 룩을 연출하는데 실패했다면
이제는 자신에 맞는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
아기네스 딘 처럼 다양한 액세서리 아이템과 티셔츠의 하모니를
완성하는 방식의 스타일을 따라해 보자.
목이 길어 슬픈 여인인가?
흔한 체형은 아니지만 드물게도 여름이 되면 목이 쑥~ 하고 튀어나오는 것이
좀 빈약해 보이는 모습으로 비춰진다면
올 s/s 시즌 최고의 액세서리 아이템으로 점쳐지는
스카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것을 권해 주고 있다.
물론 가늘고 긴 목이 아름다운 여인들에게도 적극 추천해 줄 만한 방법이다.
그러나 얼굴형에 자신이 없거나 목이 짧은 편 이라면
가장 피해야 할 유형의 티셔츠도 있는 법이다.
바로 목과 어깨가 만나는 지점에서 바로 타이트하게 라운드 되는 티셔츠!
즐겨 관찰하는 패셔니스타의 티셔츠들을 살펴보라
어느 정도 쇄골 라인아래로 떨어지는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론 어깨를 많이 드러내는 티셔츠라 해서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다.
특히 얇은 면 티셔츠가 득세하는 봄에 자주 보이는
옆으로 타원형을 그려주는 네크라인의 보트넥 티셔츠의 경우는
어깨가 큰 여성의 경우 더욱 넓은 어깨의 시각적 효과를 선사할 것이고
어깨가 얼굴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았던 여성에게는 꽤 근사해 보이도록 해 줄 것이다.
티셔츠는 최고로 쉽게 입을 수 있는 최고로 간편한 아이템이다.
소설 쇼퍼홀릭 의 레베카는
'레베카 맨하튼을 접수하다' 편 에서
루크와의 여행을 위해 티셔츠를 엄선해서 짐을 싸다 말고 이런 생각을 한다.
"티셔츠를 반쯤 여행 가방에 옮겨 넣다가 멈춘다. 멍청한 짓이다.
어느 티셔츠를 입고 싶게 될 지 대체 어떻게 미리 안단 말인가?
티셔츠란 원래 그날 아침 기분에 맞춰 골라 입는 법인데 말이다...(중략)
아침에 일어나 문득 '엘비스는 죽여줘' 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싶은데 그 옷이 없다면 기분이 어떨지 상상해보라 이거다."
쇼핑의 여왕이라기 보다는 자기 합리화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레베카의 이 말에도 과장은 섞여 있지만
어느정도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스터 역시도 여행을 떠날 때 여행지에서 옷을 사 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가장 부담없는 기분으로 많이 챙겨가는 것이
바로 티셔츠 니까 말이다.
어떤 시즌에는 스키니 진이 유행하고
그 다음 시즌에는 체크 셔츠가 거리를 휩쓰는 식의
소비 지향적인 패션월드는 틈만 나면 그 모습을 바꿔가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노린다.
물론, 이에 당하지 않기 위해 당췌 언제 유행했었는지도 까마득한
'나팔 바지'를 입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
그나마 리폼이라는 방식을 통해 손쉽게 재활용 하거나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면서도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베이직 아이템을 추천해 달라면
티셔츠는 어김없이 빼 놓을 수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