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운리 뒤 능선 해발 800m지점에 있는 할매소나무로 불리는 ‘천연송’
지상 4m지점에서 두 갈레로 갈라진 버섯모양의 수형이 매우 아름답다.
(2016. 8. 24)
유별나게 길고 무더운 올해의 여름 끝자락에서 친구들과 더위를 즐기는 탁족행사를 위해 지리산으로 향했다. 동서 간 소통을 위해서 건설된 ‘88올림픽고속도로’가 왕복 2차선으로 운전하기가 불안했던 사고투성이의 불명예를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난 ‘달빛고속도로’를 가보고 싶다는 욕망도 더하여 택한 지리산행이다.
길은 훤하게 잘 뚫렸으나 지나다니는 차량은 생각보다는 적었다. 동서간의 인적 물적 교류가 아직은 뚫린 길만큼 활발하지 못하다는 느낌에 마음 한편이 씁쓸해진다.
뱀사골에서 국립공원 초소를 통과해서 구름도 쉬어 넘어간다는 와운마을 천년송가든에 차를 세우고 안내표지판을 따라 5분 거리 능선에 소나무 두 그루가 20m 간격으로 늠름한 위세를 자랑하고 있다. 해발 800m지점 동서로 뻗은 능선에서 뱀사골 계곡을 멀리 내려다보면서 버섯 갓 모양의 아름다운 수형이 보는 사람의 마음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아시소나무로 불리는 할아버지소나무
천년송보다는 세력이 약하나 부채모양의 수형이 단아하다.
(2016. 8. 24)
한국인의 문화를 ‘소나무 문화’라고 불러도 될 만큼 소나무와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매달아 부정을 내쫒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소나무 밭에서 들려오는 소나무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자라고, 소나무와 솔가지로 방에 군불을 떼어 겨울을 나고, 흉년이 들면 소나무 껍질을 벗겨 송피떡을 만들어 굶주림을 달랬으며, 솔잎으로 차를 만들고 몸을 맑게 해주는 선식(仙食)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생을 마감하고서도 소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가서 소나무가 울창한 소나무 밭에 묻혔다.
소나무에 대한 상념을 떨치고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도 누운 듯 쉬어 넘는다는 와운 마을 하늘에는 여름 산답지 않게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디푸른 하늘에 눈이 시리다.
한아시소나무가 할매소나무를 포옹하고 있는 듯 한 모양
(2016. 3. 26)
와운 마을에서는 한아시(할아버지)소나무와 할매소나무가 짝을 지어 자라고 있어 매년 정월 초사흘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왔다. 제관은 섣달 그믐날부터 몸을 정갈하게 하고 옷을 세벌씩 마련했으며 부정을 타지 않도록 근신했다고 한다.
한 벌은 평상복, 또 한 벌은 측간을 갔다 온 다음 입는 옷이고, 마지막 한 벌은 제사를 지낼 때 입는 옷이다. 혹시라도 부정을 탈까봐 취한 특별한 조치이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치성을 드려 소원을 빌었으며 정성을 들이면 아들을 낳는 소원도 들어준다고 한다.
아래쪽에 있는 할매소나무를 ‘천년송’이라 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나, 마을입구부터 한아시소나무까지 나무계단을 만들어 잘 관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커다란 화강석 제단을 한아시소나무위에 설치해서 두 나무에게 함께 제를 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할매소나무가 4m 지점에 두 갈레로 갈라져서 늠름하고 세력이 왕성한 반면 한아시소나무는 줄기가 단아하게 올라가서 부채모양의 수형을 형성하고 있다.
구름도 쉬어 넘어간다는 지리산 뱀사골의 와운리에 여름 산답지 않게 맑은 하늘
(2016. 8. 24)
※나무정보
•나무등급 : 천연기념물 제424호(2000. 10. 13 지정)
•위 치 : 전북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산111
•나무나이 : 약 500년
•나무높이 : 20m
•가슴높이둘레 : 4.3m
•가지펼침 : 동서 16.8m, 남북 17.9m
※천년송이 있는 와운 마을까지 차로 가려면 뱀사골 입구 초소에서 통제를 하니 천연송가든(010-3677-2361, 063-625-3023)에 예약을 하고 가면 통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