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과학적 합리적 근거도 없는 것을 미신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신이라는 것을 나도 모르게 종종 믿게 된다. 20년 동안 살던 집을 떠나올 때도 손 없는 날에 맞춰서 이사를 하였다. 손 없는 날이란 악귀가 없는 날로 해를 끼치지 않는 길한 날이라 하여 돈을 몇 만원 더 주고 이사를 왔다.
처음 이사 올 때부터 현관 정면 벽 쪽으로 더블침대만한 거울이 있었다. 거울 때문에 집도 더 넓어 보이는 것 같고 환해 보이는 것 같아 흡족했다. 그리고 애가 에어로빅을 다니니까 춤 연습하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집들이를 온 시댁 식구들도 그렇고 친정 오빠도 그렇고 거울을 당장에 떼라고 성화였다. 풍수지리상으로도 있던 복도 달아나고, 들어오는 복이 반사돼 안 좋을 수 있다는 왠지 불길한 이야기들만 늘어놓았다. 시트지가 요즘엔 예쁜 것들도 많으니까 사다가 붙이라고 한다. 풍경화도 좋고. 포인트 시트지도 좋고.
큰 거울 때문인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자전거 사고가 나서 이를 크게 다친 것도 그렇고, 몸이 안 좋아서 계속 병원에 다닌 것도 그렇고 별별 잡생각이 다 들어갔다. 왠지 더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함이 거울을 보면 볼수록 한층 더 고조되었다.
이것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요즘같이 달나라도 왔다 갔다 하는 세상에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정면 벽에 크기가 가로 곱하기 세로가 30센티 이상 되는 거울이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나와 있었다. 그리고 현관문과 마주 보는 곳에 위치한 커다란 거울은 들어오는 행운을 되돌려 보내는 역할을 하고, 또한 나쁜 기운이 들어올 염려도 있다고 나와 있었다. 현관문 맞은편에 벽이나 칸막이가 정면으로 버티고 있으면 좋은 기운의 흐름을 정지시켜버린다고도 했다.
나 역시도 흔히 빨간색 펜으로는 사람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거나, 시험 당일에는 미역국을 먹지 않고, 다리를 흔들면 복이 나간다는 등의 다양한 미신 이야기를 듣고 자라온 터라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시트지를 사다가 거울에 붙이고 나니 조금은 맘속에 있던 껄끄러웠던 생각들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시트지를 붙이고 그 다음날 남편이 보더니 이 보기 좋은 거울에다 시트지를 붙였냐며 다 뜯어버렸다.
“믿을 걸 믿어야지 참내 원, 왜 답답하게 거울을 보지도 못하게 붙여 놓았냐”며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며칠을 두고 설득을 해서 다시 붙였다.
철학관을 하는 형부가 있는데 이름과 생년월일, 태어난 시를 전화상이나 아님 문자로 가르쳐주면 직접 가지 않고도 그해에 운세라든지, 사주팔자, 작명 등을 일일이 보아서 팩스로 보내주고 또 묏자리는 직접 명당자리인지 아닌지를 가서 보아준다. 나 역시도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전화를 드렸더니 다짜고짜로
“글을 써보지 그래 처제”라고 한다
“형부는 농담도 잘하셔요. 무슨 그런 농담을 하셔요”
“아냐 한번 열심히 써봐”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진담반 농담반이겠지 하면서도 그래 한번 믿어보자.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주팔자를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남동 마당, 남동 문예지, 구민 글짓기대회, 새얼전국학생,어머니백일장. 크고 작은 대회를 나갔던 것도 그렇고 누가 등을 떠밀어서 간 것은 분명 아니었다. 몇십 편의 동시, 시, 수필 그렇게 화려하진 않지만 나의 수상 경력과 상패들이 이력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글을 보내놓고도 좀 더 잘 쓸 걸이란 아쉬움이 항상 함께 따라다녔다.
내 친구 중에 한명은 예쁜 옷을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또 한 명은 미용실에 가서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기분전환이 된다고 한다. 봄이면 무엇에 홀린 듯 봄내 나물을 캐러 들로 산으로 쏘다니는 것이 행복하다는 친구도 있다.
나는 예쁜 옷보다는 헤어스타일을 바꾸기보다는 좋은 글을 썼을 때 그리고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내 이름을 불러 주는 것 같고 좋은 글을 서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설령 그것이 보잘 것 없는 나의 만족에 지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한 번은 애가 시험인 줄도 모르고 미역국을 끓여서 먹였다가 뒤늦게 안 후 ‘애가 시험을 잘 못 보면 어쩌지 내가 왜 먹였을까’하는 후회와 한숨으로 온 종일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런 일들이 하찮은 미신일지라도 무엇이든 좋은 것만을 해주거나 먹이자는 나의 염원이 그런 미신에 흔들리는 것이리라... .
2014년 청마 해를 맞이하여 말굽 편자를 본뜬 팔찌를 만들기 위해 동대문에 가서 재료를 사다가 소원하는 모든 일들이 모두 이루어지리라고 기원하며 아이와 함께 만들었던 소원팔찌. 팔찌는 단순한 행운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말굽이 닳도록 훈련하고 노력하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념의 상징이기도 하고, 영험한 부적이 되고, 성실하게 노력한 것에 대한 보장성 행운을 의미한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소소한 재미와 함께 삶에서 일어나는 불행이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상징이나 미신이라 불리는 것들. 적당한 미신에 대한 믿음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그것을 행운으로 바꾸려는 인간의 노력에 다름아닐 것이다.
첫댓글 옛날 국민학교 국어책에 삼년고개 라는 야담이 생각 납니다 나는 그런거 안믿어요
이사날짜야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거고 나는 내 필요한날 이사 합니다 오히려 비용 더 드는날은 피해요 시험치는날 미역국 먹으면 몸에 피도 잘통하고 회전도 잘돼 잘칠거라 생각해요 우리딸 중학교때 지 생일날 시험날이지만 개의치않고 미역국 끓여 먹여 보냈지만 전교 2등이란 실적을 냈고 다리 흔들면 운동이 되어 건강에 좋지요 대신 정신사납게만 하지 않는다면 ... ^^
일단 미신이란 나자신이 남에 의해서 믿는거란거 ...
시험보구 계약하는날 웬만하문 미역국 먹지 말어유~^^
그런거 자꾸 믿으면 자신의 징크스가 되어 버리고... 소신이 없어져 자가발전이 없어지지요 결국 남에 의해서만 자신을 맡기는 꼴이죠뭐! 이것저것 신경 안쓰고 맘 편한데로 사는게 최고 ~ ㅎㅎ
종희 아지매 명답이네요 옛날 유명 하다는 철학관에 갔다가 아주 근심한 적이 있었지요 인간이 지어낸 말에 너무 신경 쓰지마시고 글이나 열심이 쓰세요 ㅎㅎ
미신과 풍수는 틀리지요
지금 거울과 가구의 배치는 집 내부의 풍수가 맞는 말입니다~풍수는 분명히 존재를 하지요
우리나라 재벌중 삼성, LG, 효성그룹 3개가 의령의 한 동네 가문이라는 사실도 간과를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내가 그동네에 가서 살아본다고 그들처럼 되는건 아니고 보면 !
@종희아지매 그렁께 집터가 중요해유
정치하는 집들은 조상님 음택을 중요시하고~ㅎㅎ
시인들은 모든종교를 포용해야 시의 재료도 풍성해지는거 같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