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살던 집을 정리하여 가족들에게 필요한 부분만 남겨놓고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서 남은 물질을 쓸것이며,나는 더 이상 나의 이름으로 그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한 친척 오빠가 " 니가 법정 스님이냐? 왠 무소유는?" 하면서 나의 결정이 마음에 안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했었다. 이렇게 무소유의 대명사가 되신 법정 스님이 지난 11일에 입적하셔서 오늘 13일에는
다비식이 봉행되었다. 많은 불자들과 그분의 가르침에 늘 감동됬던 사람들이 그분의 떠나심을 많이 슬퍼하고
있다.나는 법정 스님을 개인적으로 만난일은 없지만, 책을 통해서는 그분의 생각과 가르침에 늘 감동을 받아
왔었다.매스컴을 통해 전해들은 그분의 유언은 나를 또한번 놀라게했다. 그 어떤 장례예식도, 관도, 수의도
다 마다하시고 평상복을 입고,대나무 평상위에 누워, 가사 한장만 덮인채로 불길 속으로 사라지시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리고 말빚을 더 이상 지고 싶지않으니 지금 까지 출판된 모든 저서의 출간을 중지하라고 하셨단다.
아, 어떻게 그런 유언을 남기고 떠나실 수 있었을까? 나는 오랫동안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맑고 아름다운 한 영혼이 진리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을 처절하게 자신과 싸우지 않았던가!
불자들은 스님께서 이세상에 다시 오셔서 좋은 가르침을 달라고 기원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기도한다.
"하느님, 이 아름다운 영혼을 받아주시어 윤회의 고리를 끊어주시고 다시는 이세상에 오는 일이 없도록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하소서. 그분이 찾아 헤매던 진리도 결국 하느님의 품, 천국이 아니겠습니까?"
법정 스님은 이제 그분의 소원대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분의 육체와 세상번뇌를 태우는 불길은 송광사에서 높게 타올라 재가 되겠지만,그 분이 깨달아 우리에게
남겨주신 가르침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승화될 것이다. 법정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간은 그 어떤 종교로도 분류돠지 않는다. 진정한 신앙인은 차이가 없다, 다만 다른 이의 고통을 모른채 하는
사람들과 그 고통을 나누는 사람들로 구분 될 뿐이다.우리의 생각,말,행동은 '업의 파장'으로 끝까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