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축제 기간 내내 한국 시인들을 안내해 주었던 Carmen 과 Kenia> |
그라나다 제10회 세계 시인대회 참관기(7)/최종회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사람이 부자다.
김 달호/시인 & 경제학박사 그라나다를 떠나는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하여 니카라과 호수로 나갔다. 태양은 힘차게 그림을 그리며 떠오른다. 일주일간의 시 축제행사기간 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행사가 이어졌지만 아무런 불상사 없이 잘 치렀다는 언론매체의 보도가 따뜻하다.
| | | ▲ <그라나다를 떠나는 날 니카라과 호수에 떠오르는 일출> |
주최 측에서 공항으로 가는 차편을 준비해준다고 한다. 준비된 마이크로버스는 단체로 움직여야 해서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한다. 가는 길목에 있는 마사야 화산을 처음 니카라과를 방문한 민용태 시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마사야 화산을 경유해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호텔에서 주선해 주었다. 민 용태 시인은 활화산은 처음 본다며 신기해하는 모습이 해맑은 소년 같다. 호기심이 사람을 젊게 하는 생기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호텔을 떠난 택시는 30분 정도 지나니 마사야 화산 입구에 도착했다. 차에 탄 채 입장료를 내고 다시 산으로 5분 정도를 오른다. 활화산이라 유황냄새가 확 덮친다. 모든 차를 화산폭발에 대비해 출구를 향해서 주차해야 한다. 화산은 늘 속내를 들어 내지 않는다. 뽀얀 연기를 내뿜으며 속살을 조금씩 보여주었다가 닫곤 한다. 여신의 치맛자락을 들치듯이 보일 듯 말 듯 한 수십 미터 절벽아래가 까마득하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콘도라 같은 새 한 쌍이 유황연기 속에서 잠시 쉬고 있다. 구름에 덮이면 백두산 천지연을 닮은 것 같다. 밤에는 반대편에서 붉은 용암이 보인다니 화산의 진수는 밤에 봐야 될 것 같다. | | | ▲ <마사야 화산이 잠시 바닥을 보여주었을 때의 모습> |
다시 차를 타고 마나과 국제공항으로 갔다. 체크인을 하고 출국장 앞 홀 중앙에는 여자 흉상 아홉 개가 원을 그리며 출국하는 사람들을 송영한다. 그 흉상 아래에는 루벤 다리오 시 '방랑' (Divagación)이 음각되어 있다. 이 조각상을 구경하고 있는데, 여자 둘이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민용태 시인을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그라나다 시 축제에서 보았다며 반가워하는 사람들은 칠레에서 왔다는 대학생들이었다. 이 조각상이 설치하게 된 이유가 재미있다. 니카라과 교민사회에 많은 문화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Pachino Lee 사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사연을 알게 되었다. “2007년 1월 4일, 마나과 국제공항 로비의 퍼블릭 살롱에 루벤 다리오 시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시이자, 1896년에 발표한 중요한 작품인 시집 '신성모독의 찬송'에 실린 시 '방랑'을 새긴 상징적인 조각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엔리께 당시 니카라과 대통령이 주재했던 조각상 제막식은 미흡한 홍보로 거의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었다. 흥미로운 점은 조각가 마루까 세사르 데 고메스 여사가 재료 및 받침대를 포함해 조각상 제작에 들어간 경비 일체를 부담하였다는 사실이다. 즉, 이 예술작품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자비로 충당한 것이다. 공항건설위원회에서 로비에 설치할 조각상과 관련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때, 조각가인 마루까 여사가 마나과 공항공사 이사회에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녀는 조각상의 테마와 상징 또는 풍자방식을 자신이 선택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그녀의 제안은 말 그대로 거절할 수 없는 제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세사르 여사는 침착하게 루벤 다리오의 시 한편을 내놓으며 그녀의 구상을 설명했다: 살롱의 중앙에 지름 4미터의 원을 그린 후, 원 내부에 4.8 미터 정사각형 단을 설치하는 것이다. 스탠드에는 각각 다른 인종의 아홉 여인의 두상 조각을 올려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탠드들은, 역시 그녀가 자비로 구입한, 대리석으로 둘러쌓을 것이며, 각각의 스탠드에 루벤 다리오 시 ' 방랑'의 운문들이 새겨질 것이라고 덧 붙였다. 루벤 다리오가 각기 다른 인종을 그리며 지은 시 '방랑'은 그가 찬미하고 숭배하는 각기 다른 인종의 아홉 여인과 각기 다른 문화와 사랑방식을 표현한 것이다. | | | < 마나과 국제공항 출국장 홀을 차지하고 있는 세사르 여사의 조각 작품, 그림 중앙 뒷벽에는 루벤 다리오 초상화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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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은 마치 루벤 다리오만이 쓸 수 있는 매우 원숙한 서사시로, 그는 세계 문화, 역사, 세계정세 그리고 심지어 여인들을 사랑하는 방식부터 에로티시즘까지 수 많은 지식과 해박한 경험을 지녔기 때문이다.“ 세사르 여사의 예리한 창의성으로, 세계 여행의 테마와 루벤 다리오의 시 ' 방랑'을 연관 시킨 것이다. 그 시 중 서울대 김 현균 교수가 번역한 시 일부를 소개한다. 문인을 세계에서 가장 존중해주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출국장 메인 홀에는 이 나라의 독립운동가 산디노와 같은 크기의 초상화가 걸려 있지만 더 좋은 자리에 초상화가 걸려 있고 자신이 쓴 시가 대리석 새겨져 있으니 가장 존경받는 사람으로 대우를 해주고 있다. 사실 그라나다 호숫가 공원에도 그의 시 “La Fe(믿음)”이라는 시와 흉상이 있고, 그의 이름을 딴 학교도 많고 그의 생가는 유적지로 지정되었다. 물론 성장지 레온 시에는 박물관이 있고 그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레온 성당 중앙에 묻혀 있다.
Divagación/방랑 ¿Vienes? Me llega aquí, pues que suspiras, un soplo de las mágicas fragancias que hicieron los delirios de las liras en las Grecias, las Romas y las Francias.
그대 오는가? 그대 한숨 소리에 그리스, 로마 그리고 프랑스에서 리라의 황홀경을 연출한 마법의 향기 머금은 한줄기 바람 여기 나에게로 불어오네 <프랑스 여인에 대한 시>
Ámame en chino, en el sonoro chino de Li-Tai-Pe. Yo igualaré a los sabios poetas que interpretan el destino; madrigalizaré junto a tus labios. 날 사랑해다오. 중국어로, 이태백의 낭랑한 중국어로. 난 운명을 해석하는 현지 시인들에 필적하리, 그리고 그대 입술 옆에서 연가를 지으리. < 중국여인을 노래한 시>
Ámame japonesa, japonesa antigua, que no sepa de naciones occidentales; tal una princesa con las pupilas llenas de visiones,
날 사랑해다오, 일본 여인아, 서구의 나라들을 알지 못하는 옛 일본 여인아, 꿈으로 가득한 눈동자를 가진 공주 같은 신성한 교토에서“ <일본여인을 노래한 시>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공항 외교라운지에서 김 대사와 문화담당 최 서기관과 티 타임을 가졌다. 우리는 대사관이 지원해준 그간의 고마움을 표시했고, 김 대사께서는 일주일간의 시 축제 기간 동안 한국문학을 알리고 무사히 귀국하게 된데 대해 반가워했다. 나는 내 평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고 했다.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경유지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향했다. 마나과에서 로스 엔젤스로 가는 직항선이 없어서 택한 경유지다. 과달라하라에는 테킬라라는 술이 유명하다. 용설란의 즙으로 만든 독한 술. 알코올 농도는 29~40%이다. 이곳에 민용태 시인의 동생이 살고 있어서 만났다. 형과 아우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격의 없는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특히 농담은 동생은 물론 제수씨와 같이 하는 자리에서도 아슬아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점심에는 이 지역 유명 시인 Raul Aceves Lozano와 민 용태 시인 동생부부와 가까운 교포 정 권태교수와 같이 했다. 라울과 시 이야기를 하면서 경유지에서 밤 새워 와인을 비웠다. 나는 소년 같은 민 용태 시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마치 동굴 생활하던 시대처럼 아무런 숨김없이 마음을 털어놓는 가족들이 부럽다.”라는 말에 동감하듯이 웃으며 고마워했다. 일흔이 넘으는 나이지만 늘 맑은 소년 같은 민용태 시인과 단둘이서 다닌 10박 11일간의 동행은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화산이 바라보이는 리바스 시에서 낭송했던 자작시 『추억』을 다시 맘속으로 낭송했다.
추억
아름다운 사랑이 빚어낸 달콤한 키스의 언어들 빛바래며 몸부림치는 날 그리움에 지친 영혼들이 모여 맑게 목욕하는 마당이 추억이다 귀밑머리 하얗게 물들어가도 주름살 안쪽에 깊이 각인된 아름다운 추억은 지울 수 없는 문신으로 남아 지난날을 그리워한다
맑은 영혼이 씻어낸 추억 눈 감으면 온 하늘에 펼치는 무지갯빛 기억의 춤 사래. 수필가이자 시인으로 유명한 피 천득 선생은 “돈과 재물이 많은 것이 부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사람이 부자다.”라 하였다. 그의 문학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서초문인협회 부회장으로 『문학서초』의 편집장을 맡아 그의 자취를 찾아 약 30쪽의 특집을 내었던 기억이 새롭다.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 3층 민속관 입구에 있는 <금아 문학관>은 롯데그룹의 지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L.A.를 경유하여 귀국하는 길에 항공사에서 '하늘의 궁전'이라 자랑하는 최신예 비행기 A380 기상에서 나는 지난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나는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다. 끝 <추기>시 축제에 대한 7회에 걸친 참관기를 읽어주신 독자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사가 형식적이지 않고 시인뿐만 아니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제가 열렸으면 좋겠다. < 저작권자 © 이서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첫댓글 7회에 걸친 내용 잘 읽었습니다. 국위를 선양하고 문학인의 긍지를 세우고 오신 귀한 걸음에 축하와 경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글 읽고 축하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너무 틀에 얽매지 않고,
열린 음악회처럼 열린 마음으로 강남문협이 되도록 노력해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