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男子
작가: 이은집
(1부 이음)
놀라운 것은 온냉수를 적절히 배합할 수 있는 목욕탕 시설까지 완비된 것이었다.
2부.
나는 여재벌이란 적을 맞아 또 다시 전투에 돌입해야 했다.
제 일차의 전쟁터는 목욕탕이었다.
그녀가 커다란 타올 하나만 두른 채 그리로 들어갔으니까….
나 역시 비슷한 장비로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섭씨 四〇도를 넘는 쾌적한 온수가 찰랑히 넘쳐 흘렀다.
그녀는 그 안에서 한 마리의 물개가 되어 있었다.
『서 있지만 말고 이리 들어와요.』
적은 어디까지나 여유가 작작했다.
『네!』
그러나 나 역시 이런 전쟁에는 아주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두려움없이 그녀에게 접근해 잘 할 수 있었다.
『치워!』
이윽고 내가 닥아서자 바로 나의 무기가 감추어져 있는 수건을 나꾸어채며 그녀가 속삭였다.
그해 가을에 내가 보병 제 X사단에 전속되었을 때는 꽤나 어리숙했었다.
우선 입은 군복부터 꾀죄죄한데다가 커다란 따홀 · 빽을 둘러메었으니,
누가 보아도 첫 눈에 얼이 반쯤은 빠진 신병임을 알 수 있을 터였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九월 二一일. 그날 나는 처음으로 강원도 땅을 밟은 것이었다.
듣던대로 종이를 마구 구겨놓은 듯한 지독한 산악지대였다.
초조와 불안의 연속──.
그것이 당시 나의 심경이었다.
어떤 부대에 떨어질까?
특과학교를 나왔으니 설마 말단 소총부대는 안가겠지?
자위를 하면서도 동료 사병들이 팔려 갈 적마다 나는 조바심을 했다.
그러던 사흘 뒤 드디어 나는 특명을 받았다.
사단 사령부 본부중대였다.
『너 이자식, 빽이 있구나?』
보충중대 서무계가 나를 흘겨보며, 그러나 악의는 없는 웃음을 보내주었다.
사단 사령부라니 나 역시 다행스러웠다.
분류가 끝나자 곧 차량이 수송을 시작했다.
나는 닷지츄럭에 실려 사령부로 향했다.
부로크 콘세트로 이루어진 사령부는 꽤나 컸다.
HQ라고 쓰여진 콘세트 막사 앞에서 차가 멈추었다.
나는 따홀 · 빽을 메고 뛰어 내렸다.
『너 혼자야? 이리 들어와!』
신경질적으로 생긴 병장 하나가 나를 콘세트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는 엉거주춤 그의 앞에 가서 섰다.
『꼭 계집애처럼 생겨 먹었군!』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가 하는 말이었다.
순간 나는 얼굴이 홍당무가 돼버렸다.
어디로 가나 흔히 그런 소리를 들어왔다.
사실 내가 생각해 보아도 비록 키는 一미터 七〇센티로 좀 후리한 편이지만,
균형잡힌 몸매와 하얀 살결하며, 생김이 너무나 여성적이었다.
따홀 · 빽과 소지품을 검사한 그는 나에게 지시했다.
『중대장님하고 인사계님이 어디 가셨으니까 나중에 신고하고 내무반에 가서 대기하고 있어!』
『네!』
『이새끼! 목소리가 그밖에 안 나와?』
나의 대답이 약하자 그는 나의 배를 한대 쳤다.
나는 비틀하며 더욱 홍당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날 밤 내무반은 오랫만에 활기를 찾은듯 했다.
『야! 신병! 어디서 왔나?』
『고향은?』
『학교는?』
『나이는?』
누구나 한 마디씩 물었다.
나는 귀찮았지만 묻는대로 깎듯이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이병! 그런데 너는 사내냐? 계집애냐?』
심술궂게 생긴 유길수란 병장이 물어서 내무반 안은 폭소가 터졌다.
그날 저녁 점호가 끝났을 때 내무반엔 회식이 벌어졌다.
막걸리와 과자와 빵이 분배되고 내무반장 박하사의 인사말이 있었다.
『동작 그만! 조용히들 해! 에, 보다시피 오늘 내가 오랜만에 귀여운 아이를 하나 낳았다.』
그리고는 나를 불러 세웠다.
그러자 내무반안은 요란한 박수와 폭소가 터졌다.
나는 그의 앞에 가서 고개를 숙이고 섰다.
『아이를 낳았으면 페니스요? 벌바요?』
유길수 병장이 이렇게 물어서 내무반 안은 다시 폭소가 터졌다.
『글세, 그건 나도 아직 검사를 안해봤다만 우선 아이에게 젖을 먹이겠다.』
그리고는 막걸리를 한 식기 떠서 나에게 주는 것이었다.
이윽고 술이 내무반 전원에게도 돌리어지고 과자와 빵이 동이 났을 때,
불침번은 구석에 밀쳐 두었던 탁자위에 알철모를 엎어놓아 가지고 왔다.
나는 처음으로 나를 이처럼 환영해 주는 것에 너무나 감사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내무반에 이상한 공기가 감도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자! 그만 시작합시다.』
항상 짓궂은 유병장이 재촉을 하자 모두의 눈빛이 야릇하게 빛났다.
『좋아!』
내무반장이 대답을 하자 내무반엔 박수와 환성이 터졌다.
나는 이 뜻하지 아니한 사태에 팽팽하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이병! 신고 준비해!』
미리 짜여진듯 한 규영 일병이 앞에 딱 버티어섰다.
나는 도리없이 그에게 경례를 한 후 신고를 했다.
『신고합니다. 이병 성수민은….』
『야! 그밖에 소리가 안나와?』
『신고 똑바로 받아야 한다!』
『한일병! 잘 해봐라!』
여기저기서 키들거리며 놀려댔다.
결국 나는 이제껏 각 부대를 전전하며 당했던 것처럼 온갖 신고 방법을 다해야 했다.
그 중에도 맨 마지막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쫄병이고보니 어쩔 수 없었다.
한 녀석이 코먹은 소리로 타부를 연주하자 나더러 탁자의 알철모 위에 올라서서
옷을 하나씩 벗어가며 스트립을 추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