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默想, Meditatio)
김범종 신부
인천교구 사순 제 2주일 주보
일반적으로 묵상(默想, Meditatio)이란 어떤 실재나 개념을 더 깊고 완전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사고(思考)를 집중하여 그 대상을 숙고하는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을 기준으로 자신의 존재를 바라보고, 그 삶을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생명과 친교, 사랑의 신비에 따라 평가하고 살아가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러므로 묵상기도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선물인 지성과 기억, 의지를 모두 활용하여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묵상기도의 주제는 다양합니다. 무엇보다도 신앙의 다양한 실재들, 예를 들어 삼위일체 하느님 그리스도의 생애와 신비, 성체성사, 교회, 은총의 선물 등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묵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성경의 구절들을 반복적으로 되새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이야말로 가장 탁월한 묵상의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묵상기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묵상은 지적 활동을 수반하지만, 단순한 지식 습득이 목적이 아니라, 그 인식된 실재와 친교에 들어가는 것이 목적임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묵상을 통해 말씀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들 앞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그에 따라 일어나는 정감(情感)에 집중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하느님 말씀의 묵상을 바탕으로 자신의 존재와 삶의 상황, 과거의 경험, 현재의 필요 등을 성찰합니다. 이는 단순히 자기 내면을 바라보는 작업이 아니라 성령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묵상은 단지 하느님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분을 만나는 데 목적이 있으며, 만남을 통해 주님과 친교를 이루고, 궁극적으로 그분과 하나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묵상이란 하느님의 말씀이나 신앙 체험을 바탕으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 하신 그 사랑에 자신의 사랑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묵상기도가 자신의 감정과 결심, 사랑의 행위와 자기 봉헌의 행위로 연결될 때, 우리의 영성 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믿음과 인내를 통해 이루어지는 꾸준한 묵상기도는 신앙인과 하느님의 관계를 더 지속적이고, 인격적이며, 깊은 친교로 인도합니다. 꾸준한 구송기도와 묵상기도를 통해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도가 깊어짐에 따라 영적 체험이 우리에게 주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기도 중 영혼이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인식하며 단순하고 신뢰에 찬 방식으로 그분과 대화하거나, 말없이 그분 앞에 머물며 사랑하는 분께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입니다. 이러한 영적 체험은 잠깐의 기도 시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신앙인의 온 삶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체험한 신앙인은 삶의 모든 순간과 상황속에서 하느님께서 자신의 마음과 피조물 전체 안에 현존하신다는 사실을 깊이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기도 안에서 살아가는 이는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며, 그분의 뜻에 일치하고자 노력합니다. 그 노력의 방법으로 하루의 사건들을 그분께 말씀드리며, 사랑을 표현하고, 용서를 청하며, 자신의 활동과 노동을 봉헌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성령께서 영혼 깊은 곳에 내주(內住)하시며 이루어지는 자발적인 흐름이며, 그리스도와 일치되어 있음을 아는 이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깊고 생생하게 살아가는 데서 비롯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