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고생 - 프랑스 파리 -
낭만의 도시 파리!
누가 이곳을 사랑과 낭만이 가득한 도시라 말했을까. 벌써 20년이 넘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 때문이었을까. 사랑을 주제로 한 수많은 작품의 배경인 에펠탑과 베르사유 궁전이 있는 파리는 내게도 생애 한 번은 가고 싶은 버킷리스트였다.
굳이 야경이 아니더라도 에펠탑이 주는 영감은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모든 영화의 서사가 되고, 그 자체만으로도 낭만에 젖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찾아간 7월의 파리는 무더웠다. 교과서 속의 많은 작품을 직접 눈에 담는 일은 벅찬 감동과 기쁨이었으나 동시에 목마름과 피곤에 젖어 ‘왜 사서 고생을 하나!’라는 회의감마저 들게 했다.
요즘 파리의 젊은이들은 직장을 찾기 어려워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는 여행 중에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한다는 경고성 영상이 끊이지 않는다. 아마도 유럽인으로서 역사적 자존심은 강하지만, 선조들이 남긴 유물에 기대어 관광 수익으로 살아가는 빡빡한 현실이 투영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물론 세계 어디나 젊은 세대의 삶은 고단하겠지만 유독 프랑스에 가면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맡기며 사진을 부탁하는 것을 삼가야 하고 가방을 단단히 챙겨야하는 현실은 비단 경제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기억은 더욱 혹독했다. 몰려드는 인파에 밀려 앞사람의 뒤통수만 바라보며 발자국을 따라가야 했고, 그렇게 4시간 이상을 떠밀려 다녔지만, 갈증을 해소할만한 편의점이나 자판기 하나 찾기 어려웠다. 겨우 입구까지 나왔을 때, 노상에서 파는 300ml짜리 생수를 3유로나 주고 사 마셔야했다. 그뿐이겠는가 찾기도 힘든 화장실을 겨우 찾아가면 2유로의 사용료를 내야했으니, 물 한 모금 마시고 화장실을 한번 다녀오려면 5유로를 지출해야 하는 셈이었다. 고즈넉하게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노상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프랑스를 경험하고자 했던 기대는 사라지고, 많은 인파와 줄서기에 지쳐 ‘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나’하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이제 파리를 떠올리면 낭만보다는 목마름과 인파에 치여 밀려다니던 기억이 먼저 난다. 박물관에서 만난 작품들의 감동도 잠시, 힘들었던 파리를 생각하면 아무리 ‘여행은 사서 고생’이라지만 낭만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팍팍한 현실을 마주하고 나니, 내게 파리는 다시 찾고 싶지 않은 씁쓸한 뒷맛으로 남았다. 파리의 예술은 아름답고 감동을 주었지만 그 예술을 마주하는 대가는 쉽지 않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