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는 어떤 나라인가
아이슬란드는 사실 나라라고 하기에는 인구 30만명,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신림동의 인구 정도밖에는 안된다. 그러나 이 조그만 나라의 면적은 남한의 크기와 비슷하다. 길을 걷다가 어깨가 부딪혀서 시비 걸 일 없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나라이다.
섬나라 아이슬란드의 주력산업은 어업이고, 주로 잡는 어종은 정어리이다. 그 다음으로는 아이슬란드를 먹고살게 해준 것은 관광산업이다. 북극이라는 남다른 환경 덕분이다. 그리고 극지방이면서 화산 지형인 이 나라의 지질학적 특성으로 발전한 화산 지형인 이 나라의 지질학적 특성으로 발전한 산업이 하나 더 있다.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화산활동으로 남아 있는 지열이 얼음 계곡을 녹이면서 강력한 수압 차를 발생시켜 수력발전이 발달했고, 이를 통한 풍부하고 값싼 전기를 바탕으로 금속 산업이 발달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알루미늄 캔을 만드는 제련업이 아이슬란드의 3대 주력산업 중 하나이다. 바다를 끼고 있어서 고기를 잡고, 전기가 싸서 알루미늄 캔 공장을 세우고, 남다른 자연환경으로 외지 사람들이 가끔 놀러오는 곳, 그런 나라가 바로 아이슬란드였다.
아이슬란드의 변신, 사민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그런데 이 한적한 북쪽 나라 아이슬란드가 어쩌다 경제 강의에서 본받지 말아야 할 나쁜 사례의 나라가 된 것일까? 때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자 한류 어종인 정어리가 사라져서 그야말로 커다란 흉어를 맞이했다. 정어리를 잡는 일이 주업인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살림이 어려워진 것은 당연했다.
대체로 사회민주당이 우세였던 북유럽의 흐름을 따라가던 아이슬란드는 이렇게 경제가 어려워지자, 1992년 좌파에 등을 돌리고 우파 세력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때 아이슬란드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하게 되는 데이비드 오드슨 총리가 등장한다.
그런데 오드슨 총리가 가장 존경하던 사람이 누구였냐하면 바로 영국의 마가릿 대처였다. 대처는 영국의 강력한 노조였던 석탄 노조를 박살낸 신자유주의의 기수이다. 그래서 말할 것도 없이 아이슬란드에서는 신자유주의의 깃발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는 쉽게 얘기해서 친기업적 성격을 띤다. 제일 먼저 취하는 정책이 기업의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다. 당시 아이슬란드의 법인세는 40%였는데, 이것을 12.5%로 낮추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었을 뿐 아니라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도 전면 자율화했다. 신린동만한 나라에 외국 자본이 들어오고 법인세를 대폭 낮추었으니 일시적으로는 당연히 경기가 좋아졌다.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은 금리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슬란드의 금리는 5.5%까지 올랐는데, 당시 유럽의 평균 금리가 2%였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 당신이 영국에 살고 있다면 두 배의 수익률이 생기는 아이슬란드 은행에 돈을 넣고 싶지 않을까? 게다가 아이슬란드는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도 모두 풀어버렸다. 결국 아이슬란드에 돈이 그야말로 물밀듯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