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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
14. 심리치료에 관해 가르칠 때, 나는 Martha Stark(1994, 1999)과 Henry Pinsker(1997)와 같은 저자들의 책을 읽도록 하는데, 그 이유는 다양한 치료자들이 내담자에게 실제적으로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제2장 정신분석적 감수성
54. 강렬한 감정을 지니는 부모의 자녀들은 흔히 강렬함을 추구하며, 방임적인 부모의 자녀들은 그들을 방치하는 사람을 상대로 선택한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를 둔 딸들은 알코올 의존성을 지닌 남자에게 슬프게도 어쩔 수 없이 매력을 느끼며, 우울한 어머니를 둔 아들들은 불행한 여성의 불길에 나방처럼 끌린다.
54. 어떤 사람들은 문제 있는 부모와 정반대되는 연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신이 경험한 고통을 해소시켜 줄 해독제가 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들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경험이 새로운 관계에서도 무서우리만큼 다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57. Freud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인간이라는 동물은 불만스러워하고, 항상 무언가를 바라며, 결코 완전히 만족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 이유의 하나는 인간이 한 시점에서 서로 상충되는 것을 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62. Christopher Bollas(1987)는 매우 유명한 저서에서 “환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 안에 있는 그의 모습을 발견해야 한다.”(p. 202)라는 유명한 말을 한 바 있다. 동일시와 공감은 그것이 효과적인가 하는 이론적인 문제를 넘어설 만큼 중요한 것이다.
65. 자신에 대한 의미 있는 이해와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감정’이라고 부르는 것을 다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성장하면서 영향을 받은 사람, 가족, 사회, 이념에 대한 분노나 증오 감정을 느껴보는 기간을 거치지 않고서는 그러한 과거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과거를 편안하게 수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66. 정신분석적 기질을 지닌 사람들은 강렬한 감정에 매력이나 쾌감을 느끼거나 강렬한 감정을 잘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사람들이 강렬한 정서경험을 추구하고 환영하는 정도 또는 자신의 열정적인 측면을 거부하거나 억압하는 정도에는 뚜렷한 개인차가 있는 듯하다............ 나와 같이 감정이 풍부한 사람들이 정신분석적 이론에 매혹을 느끼게 되는데, 그 이유는 정신분석적 이론이 정서적 색채로 가득 찬 우리의 경험을 표현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강렬하고 활발한 내면세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67. Jay Greenberg(1986)는 치료자가 새로운 긍정적인 애정 대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치료가 시작될 수 없는 반면, 치료자가 과거의 부정적인 대상으로 경험되지 않는다면 치료는 종결될 수 없다고 보았다(이러한 치료적 문제에 대한 매력적인 성찰을 담고 있는 Stark(1999)의 책을 참고하라.). 이러한 그의 예리한 지적에 대부분의 정신분석학자들은 공감하고 있다.
제3장 치료자의 준비
81. 반항적인 성향과 강한 자존심을 지닌 치료자들은 자신이 치료자로서 여러 가지 단점을 지니고 있다고 자꾸 지적당하는 모욕감에 대해서 좀 독특한 적응방식을 보인다. 즉,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슈퍼바이저, 교수, 치료자, 교재에 의해 제시되는 것보다 아마도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고 겉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믿는다. 권위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흔히 창의적 사고능력과 밀접히 연관된 것으로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103. Julia Kristeva는 『뉴욕 타임즈』(Riding, 2001)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 바 있다: “나는 분석기술을 익히기 위한 직업적인 이유로 정신분석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일단 장의자에 눕게 되면, 당신 역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나는 나 자신에 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분석경험이 문학, 철학, 심지어 현대 사회의 이해에 관한 나의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치유가 반드시 필요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p. B9) 겸손함을 배우는 동시에 치료과정을 이해하는 이러한 경험은 어떤 다른 방식으로도 얻기 어려운 것이다.
105. 지배적인 다수자의 행동방식과 신념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며 주변적인 삶을 살아온 사회적 소수자 출신의 치료자들은 이 분야에서 이점을 지니게 된다. 분열성 성향이나 수줍음의 기질을 지닌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주변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은 치료자의 필수적 자질, 즉 근본적인 인간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습관을 길러 준다. 게다가, 국외자처럼 느껴 본 경험은 많은 환자들이 말하는 “아무 데에도 속할 수 없다.”는 만성적인 소외감을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바탕이 될 수 있다. Abraham Lincoln이 동성애적 감정 때문에 고민했었다는 최근의 증거(Katz, 2001)는 그가 버림받은 사람과 노예들의 경험과 동일시하고 그들을 웅변적으로 대변할 수 있었던 놀라운 능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분야에서도, 치료자의 개인적 고통은 궁극적으로 그의 치료를 깊이 있게 만든다. 사실, 심리치료는 가장 고통스러운 불행이 직업적 강점으로 활용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제5장 치료의 경계 1 : 구조적 측면
151. 나의 일상적인 관찰에 의하면, 심리치료자가 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를 좋아하고, 분리(separation)를 싫어하며,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고, 쉽게 죄책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자기비판적이고,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보다 타인의 욕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특권의식을 갖기보다는 스스로 자격미달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탐욕, 분노, 이기심을 회피하려고 하며 자신에게서 경쟁심이나 적대감의 흔적을 발견할 경우 몹시 속상해한다. 이들은 내담자 내면에 있는 유아적 측면을 보살핌으로써 자신의 유아적 측면을 대리적으로 보살피려는 반전(reversal)의 자기방어를 선호한다. 이들은 자신을 부모보다는 아동,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와 동일시한다. 일례로, 나의 동료 한 사람은 “게으르고 무능한 부모를 둔 어린이를 위한 Bill Taylor Home”을 세우겠다는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제6장 기본적인 치료과정
191. 정신분석적 치료자들은 “그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서 돈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그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러한 일이 잘 이루어질 경우에 ‘그저’ 가만히 앉아 있음으로 인해서 내담자들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털어놓을 용기를 얻게 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내게 되며, 또한 자신이 자신감을 얻고 유능해지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 앞에서 주체감(sense of agency)을 얻게 된다. 치료자들은 그러한 변화가 일어난 것을 자신이 내담자를 지혜롭게 잘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되는데, 이러한 생각을 포기하기까지는 상당한 훈련과 좌절을 겪어야 한다. 치료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면서도 내담자들이 어려움 속에서 버둥거리도록 내버려두지도 않지만, 또한 내담자를 잘 이해한다거나 해결책을 잘 알고 있다며 성급히 말하지도 않는다. 치료자는 한 사람의 심리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자신의 대처방법이 타인에게는 파괴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212. 예를 들어, 뚜렷하게 반사회적인 성향을 지닌 내담자를 치료하는 사람이 자신의 성격 중에서 좀 더 무례하고 권력지향적인 측면과 연결해서 정말 냉소적이고 냉혹하며 거친 남성적 태도를 나타낼 수 없다면, 그 치료자는 내담자와 작업동맹을 발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213. 다시 말하건대, 우리 치료자들이 개인 치료를 받는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와는 매우 다른 심리적 역동을 지닌 내담자를 치료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영혼의 숨겨진 부분에 대한 이러한 탐색을 통해서 치료자로서의 능력이 증진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유연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환자들은 어떤 한 치료자의 진정한 치료방식에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신참 치료자이든 그렇지 않든 치료자가 자신의 기질적인 성향에 비추어 거짓되거나 너무 이질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태도를 취하려 하는 것은 권장하고 싶지 않다.
218.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일상적 자원이 부족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될 때 심리치료자를 찾게 된다. 치료를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은 어려운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미 친구, 친척, 교사, 의사, 영적인 지도자들로 하여금 두 손을 들게 만든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러한 사람들은 탁월한 지적 능력과 관심을 지니고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내담자가 변화에 저항하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에 직면사면서 결과적으로 분노를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Schlesinger(2003)가 예리하게 비교한 바에 따르면, 한 사람의 성격 구조를 현격하게 변화시키는 일은 깊이 뿌리 내린 관료체제를 현격하게 개혁하는 일과 유사하다.
219. 이러한 이야기는 예시를 위한 것이지만 주의를 요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분석가가 전이를 유발하고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감정의 격랑을 잘 견뎌냈으며 자신의 치료적 경계에 대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 경계를 잘 지켜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지닌 권력을 잘 인식했지만 이를 남용하지 않았다.
222. 심리치료가 적절하게 잘 진행되는 경우 내담자들은 현실적인 유능감을 서서히 키워나가면서 치료자에 대한 의존심이 감소하며, 그들의 지위에 대한 심리적인 평등의식이 증대되고 열등의식은 감소한다. 정신분석적 치료의 표준적인 기법들은 환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발견하고 수용하며 확장하도록 돕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충고나 명백한 개입을 자제함으로써 치료자는 환자가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스스로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은연중에 전달한다. 치료시간에는 내담자가 이야기 주제를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줌으로써 치료자는 내담자가 문제 영역을 스스로 포착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신뢰감을 전달한다. 또한 내담자가 표출하는 강렬한 감정을 참고 견뎌 줌으로써 치료자는 내담자의 권력이 반드시 파괴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인다. 치료자에게 보다 적극적인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내담자들을 치료할 때도, 치료자는 가능하면 그들의 잠재적인 자율성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223. 이상적인 경우, 환자는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갈 무렵에 치료자의 전문적 능력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치료자의 지혜, 선함 또는 능력에 대해서 경외심을 느끼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의 이상화는 치료에 유익할 수 있으나, 성공적으로 수행된 치료라면 치료의 종결이 가까워짐에 따라 치료자와 환자 두 사람 모두의 이상화 감정은 정상적인 감사함 정도로 축소되어야 한다. 환자는 자신의 의지대로 치료에서 떠나갈 수 있으며 차후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권력을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시점에 이르게 되면, 내담자와 치료자 사이에는 서로 평등하다는 따뜻한 감정이 느껴지게 된다. (치료자들은 자신들끼리 이러한 직업이 피학적 성애자(masochist)의 천국이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즉, 환자와 편안하게 함께 있을 수 있고 경청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질 무렵이 되면, 치료자는 이처럼 친구 같은 사람을 떠나보내고, 다른 불만이 가득한 새로운 사람을 맞이해야 한다.)
227. 나는 이러한 반복적 경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치료자의 사랑이 체험된다고 생각한다. 내담자는 자신의 아동기 경험과 매우 놀라울 만큼 유사한 방식으로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치료자는 초기 애정대상과는 달리 내담자의 이러한 고통을 잘 견뎌주고, 이러한 상호작용이 무서울 만큼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공감과 해석을 통해서 내담자로 하여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 과거에 일어났던 일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한 상황을 재현하면서 환자가 나타내는 행동들을 비판단적으로 검토하게 되면, 환자는 점차적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제감을 증대시키게 된다. 그러한 반복행위에 수반되는 감정들은 수용되면서 초기 경험과는 다른 방식으로 처리된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초기 경험이 재현되는 과정에 휘말리게 된 점에 대해서 치료자가 느끼는 자책감을 내담자가 분명하게 인식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이러한 경우 내담자는 그러한 후회에 내포되어 있는 사랑의 회복을 느끼게 된다. 치료자가 자신을 완벽하고 결점이 없는 존재로 나타내려는 자기도취적인 욕구를 어렵게 이겨내면서 솔직함 속에서 치료적 관계의 회복을 소망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환자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228. 미 공군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인 나의 동료 Nicole Moore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바 있다(개인적 교신, 2003년 8월 20일)
환자에게서 사랑할 만한 어떠한 것도 찾을 수 없을 때 나는 그러한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그러한 것을 찾아 헤맨다. 나는 종종 그 사람의 과거경험에서 내가 진정한 연민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곤 한다. 즉, 나는 그러한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아이를 사랑할 수 있게 되며, 그 아이의 이미지를 마음속에 담아둔다. 환자들이 치료자로부터 반향되어 전해지는 사랑을 느끼게 될 때, 그들은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믿기 시작하며서 점차 호전되기 시작한다.
229. 아무리 혐오스러운 것이라 하더라도 진실한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을 찾아내어 표현하는 노력을 지원하면서, 치료자는 내담자가 그러한 자신의 실제 모습으로 인해서 사랑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러한 사랑의 맥락 속에서 내담자는 서서히 자신에 대한 탐색을 확대하고, 새로운 행동을 실험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Shaw(2003)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고 있다.
분석적 사랑은 사실 매우 복잡하고 위험한 것이며, 모든 사랑이 그러하듯이 매우 고통스러운 실망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서 사랑을 폄하하고 배척하고 철회하지 말고, 우리는 가능한 한 진실하고 깊이 있고 존중하고 책임감 있게 사랑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p. 275).
제8장 몰리의 사례
308. 그녀는 심리치료를 통해서 15년 이상 정직함의 즐거움, 삶에 대한 주인의식, 깊은 감정의 체험, 애정 어린 평등한 관계의 형성, 자기이해감과 자기조절감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제9장 도나의 사례
334.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현저히 증대되면서, 충동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경향도 함께 줄어들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과 자신 모두를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함께 지니고 있는 전체적인 인간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으며, 양가감정을 경험하면서도 이것을 마음속에 담아 둘 수 있게 되었다.
337. 처음에 이들은 장애를 지닌 청소년으로 나타났다가, 나중에는 공생적 관계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는 강렬한 공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자녀를 갖게 되는 성인 환자가 된다. 이들은 자녀를 학대하고 친구와 친척이 다 떠나가게 만든다. 이들은 이 의사에서 저 의사로 옮겨 다니면서 그러한 의사들이 선호하는 약물들을 소비해 준다. 이들은 ‘회전문’ 같은 환자가 되어 발달과정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응급치료와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수만 달러의 돈(대부분 세금으로 거든 국가예산이다)을 집어삼킨다. 이들의 치료기록은 전화부만큼이나 두꺼워진다. 그러나 일단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하여 안정된 관계에 들어가게 되면, 정신병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헌신적인 치료자에 의해서 병원입원을 예방할 수 있다.
제10장 정신분석적 치료를 통해 얻는 부수적 교훈
353. 이러한 맥락에서 정신분석가, 특히 남자 정신분석가의 사망률이 다른 남성 전문가, 내과의사, 정신과의사를 포함한 일반인의 사망률보다 낮다는 최근의 연구결과(Jeffrey, 2001)가 시사하는 점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대다수의 정신분석가들은 정신분석을 받은 경험이 신체적 건강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자신의 약점에 대한 방어적 반응을 줄임으로써 건강의 혜택을 얻을 뿐만 아니라, 내담자들이 흔하게 겪는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을 대리적으로 배우기 때문일 수도 있다.
360. 주관적인 ‘공허감’을 느끼는 내담자가 치료에서 배우게 되는 것은 자존감이 성취물이나 획득물 또는 들뜬 기분에 의해서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 동기의 만족감에 의해서 강화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람은 일시적으로 주의를 끄는 외부적 요인보다는 진정한 것으로 느껴지는 내면적 경험을 알게 되고, 완벽주의적 이상을 추구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도덕적 교육에 의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치료과정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때그때의 순간에 머무를 수 있고 현재를 더 나은 상태와 비교하지 않으면서 순간순간의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나는 3장에서 치료자가 자신의 실수와 한계를 인정하지만 치명적인 것으로 여기지는 않는 모습을 통해서 공허감이나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내담자들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치료자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굳건한 자존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보면서 이러한 환자들은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363. 정신분석적 치료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문제와 한계에 대해서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자신을 공격하는 대신, 변화될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키도록 노력하며, 변화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자신을 공격하기보다 스스로 위로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단점을 점점 더 수용하게 됨에 따라,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사실, Young-Eisendrath(2001)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연민심을 발달시키는 것이 고통의 감소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치료적 목표라고 주장한 바 있다. Neville Symington(1986, p. 170)은 자존감이 사랑하는 능력과 명백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사실 단기치료나 심한 장애를 지닌 환자의 치료를 통해서 치료자가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가득 찬 내담자를 용서의 화신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나의 임상적 경험에 따르면, 치료기간을 정해 놓지 않은 장기적인 정신분석적 치료를 통해서 얻게 되는 한 가지 두드러진 성과는 자신과 타인 모두를 용서하는 능력이다.
김신웅 행복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