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절편기 시운전 6
9월 7일 금요일
오늘은 독일에서 들여온 냉동절편기를 시운전하는 날이다. 새벽부터 45쪽에 달하는 기계 매뉴얼을 꼼꼼하게 다시 정리했다. 세팅(Setting)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 기계를 마주하니 문득 내가 국립의료원에 근무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1958년부터 1976년까지는 액화 탄산가스를 이용해 응급 병리 표본을 제작했었고, 197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오늘 몽골에서 시운전하려는 냉동절편기를 처음 사용했었다. 한국에서 이미 35년 전에 도입했던 기계를 이곳 몽골에서 이제야 시운전하게 되니 세월의 격차를 새삼 실감한다. 그래도 그사이 기계가 많이 발전하여 이제는 반자동 시스템으로 변해 있었다.
출근하자마자 고장 난 다안(多眼) 현미경을 수리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 다행히 곧이어 다른 수리소에서 고칠 수 있다는 연락이 와서 안심이 되었다. 다음 주 한 주 동안은 10여 명의 병리의사들이 수천 리 먼 지방에서 이곳 울란바토르로 출장을 올 예정이다. 이들은 부인과 세포학을 연수하고 몽골 국가 자궁암 무료 검진 사업에 동참하게 된다. 오전에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현미경 실습을 해야 하는데, 필수 장비인 다안 현미경이 없다면 애로사항이 많아질 뻔했다.
연구실에 도착해 보니, 미리 연락을 취해둔 덕분에 냉동절편기의 온도가 영하 20도로 알맞게 맞춰져 있었다. 부검 검체 중 뇌, 신장, 간을 절취하여 얼린 뒤 각각 15마이크론, 4마이크론, 7마이크론 두께로 절편했다. 이어 신속 염색을 거쳐 15분 만에 병리 표본을 완성해냈다. 기계가 발휘하는 신비로운 성능에 현지 직원들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들 돌아가며 실습을 해보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 특히 신장을 4마이크론 두께로 얇게 절편하는 것은 보통의 기술을 넘어서는 숙련도가 필요하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기기가 도입될 때 함께 들어온 일회용 칼과 동결 스프레이(Freezing aerosol), 포매제(Embedding medium) 같은 소모품이 앞으로도 계속 보급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보급이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전에 포매 센터(Embedding center)가 들어올 때 함께 보급된 플라스틱 카세트(Mould)의 공급이 끊어지자, 더 이상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고 다시 1960년대 방식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았다. 이를 생각하면 소모품 조달 문제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현실이다. 내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할 과제이다.
오후에는 면역화학(Immunochemistry) 강의를 진행했다. 이 기술이 몽골 병리 학계에 잘 안착하기만 하면, 한국의 병리 진단 수준과의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이어갔으나, 현지 직원들에게는 아직 당장 와닿는 현실의 일이 아니어서인지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로써 조직병리 검실에 근무하는 병리사들을 대상으로 한 이론 강의는 모두 마쳤다. 9월 마지막 주에는 라파엘 인터내셔널에서 지원해 준 특수 시약 제조 실습을 진행하고, 직접 시약을 만들어 각 병원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동안 내 70세 고희(古稀) 생일이 9월 6일인 줄 알고 있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바로 오늘인 9월 7일이었다. 음력으로 날짜를 따지다 보니 혼돈이 생겼던 모양이다. 고맙게도 병리과장과 매니저가 내 생일상을 정성껏 차려주고 축하해 주었다. 이어 노래방까지 동행하여 나를 위로해 주겠다며 한류 바람을 타고 들어온 최신 한국 노래와 팝송을 연이어 불러댔다.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지, 친구들의 빈자리를 채워준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눈물겹도록 고마운 하루다.
첫댓글 [냉동절편기]수술 중 신속한 조직 진단 (동결절편검사):에 스인다.
수술 도중 병변이 악성(암)인지 양성인지 급히 확진해야 할 때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조직 검사는 며칠이 걸리지만, 냉동절편기를 이용하면 20~30분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수술실에 있는 의사가 즉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암 환자의 수술 절제 범위(절단부위) 결정:
암 세포를 제거할 때, 잘라낸 단면의 가장자리에 암세포가 남아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이를 통해 암세포를 남김없이 제거하면서도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정확한 절단 범위를 결정합니다.
요약하자면, 냉동절편기는 수술 중 환자의 몸을 열어둔 상태에서, 암의 여부와 정확한 수술 범위를 빠르게 판단하기 위해 조직을 급속 냉동해 자르는 장비라고 이해하시면 됨니다 . 우리나라보다 40년늦게 몽골에 도입된것임니다.
냉동절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