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년 해돋이
甲申년 1월 1일 새벽 세천 유원지로 가는 길은 일찍부터 자동차의 행렬이 줄을 서있다
새아침을 열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웅성이는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하나씩 하나씩 전조등을 밝히며 뿜어내는 소음소리가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들려온다
새해 맏이 해돋이 행사에 초청 받아 식장 산으로 가는 길. 어둠 속에서 서로를 알아볼 수는 없지만 산으로 향하는 그들의 마음속은 모두가 비슷한 소망을 빌기 위함 일거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새날의 희망을 가슴 가득 안고 싶어 정상을 향해 산길을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
입구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요원들의 부탁을 뒤로하고 건네주는 야광 등 을 받아들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중턱을 바라보니 야광 등 을 흔들며 벌써 산 정상가까이에서 야광 막대기를 들고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얼마나 일찍 올라 왔단 말인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러 간다고 나는 전날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빌고 싶은 소원이 많아서일까. 새해에는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건강을 위해 무엇인가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기 위해서 새날 아침을 여는 새벽길을 나선 것이다.
밤새 잠을 설치고 새벽두시부터 수선을 떨기 시작했다 네시가 되기 무섭게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내가 해돋이 행사에 구청 부탁으로 동구의 아침이란 시를 작시해서 詩낭송을 하기로 하여 시간에 맞혀 가야되는 조급함도 있었다
오랫동안 산을 오르지 안았으나 새날의 아침해를 맞이하려 간다는 기분에 들떠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시린 겨울 바람이 볼을 스칠 때마다 따뜻한 아랫목 생각났다.
어느새 산허리에는 삶의 이야기들이 포장마차 속에서 모락모락 더운 김을 뿜으며 피어나고 있었다 콧속으로 유혹의 냄새가 나를 끌어당기려고 하지만 시간이 정해져있는 나는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를 달래 가며 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새벽바람을 두려워 않고 잠을 설쳐가며 포장마차를 열고 있는 그들 !
삶이란 어느 누구에게나 고통과 기다림 그리고 희망을 뭉쳐가며 사는 것. 그들이 수고스러운 대신 더운 음식을 제공받는 이들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비록 돈을 내고 먹는 음식이지만 말이다.
그들의 마음속에도 해돋이 행사에 함께 참석하여 소원을 빌고 싶을 것이다. 어둠 속에 뿌려진 하얀 눈꽃이 산비탈의 속살을 보여주며 물들이고 있는 식장산. 정녕 대전의 母胎이다.
산을 거슬러 올라 갈수록 산길은 빙판으로 미끄러운데 등에서는 땀이 흘러 윗옷을 적시고 더운 김은 옷 위로 모락모락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먼동 이 트이고 눈 꽃핀 산을 오르는 마음은 천상이 따로 없었다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멀리보이는 불빛 안테나의 늠름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와 산 정상에 장승처럼 대전을 지킨다
어둠 속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 가보니 미리 온 구청 직원들이 풍선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소원을 적는 종이와 함께 받아들고 정상을 향했다 살갗을 파고드는 찬바람이 볼을 때리고
땀에 젖은 옷이 식어지며 추위가 몸을 덮는다
산 정상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너도나도 손에 손에 풍선을 들고 두 손 합장하고 소원을 빌고 있는 모습들 정상에 오른 기쁨에 소리 높여 야호 를 외치는 사람들 모두 가 한마음이다.
시간은 흐르고 기다리는 태양의웃음을 시샘하는 구름이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
“해가 나옵니다! ”
아나운서의 고함소리가 커져 가고 있는데도 구름은 비켜주지를 않는다. 잠시 빛을 보이던 햇살이 다시 구름 속으로 숨는다.
찬바람이 다시 얼굴에 와 닿으며 고통을 준다.
함성을 지르며 기다리는 순간 아나운서는 동구문학 김명동 회장님의 동구의 아침 축시를 낭송하겠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東區 의 아침
김 명동 글
넓은 들 한밭의 母胎로
우뚝 선 食藏의 정기 받아
옛것과 새것이
하나로 뭉쳐진 여기 東區
우리가 사는 곳
지나간 세월의
어둠과 침체의 탈을 벗고
뜨거운 太陽 앞에
당당히 고개 드는 얼굴
새 아침이여
뜨거운 태양 앞세우고
어서 오너라
우리는 환한 모습으로 너를 맞이하려니
希望 앞세우고 힘껏 오너라.
우리는 너를 맞아
더 크고 튼튼한 東區 가 되련다
낭송을 마치고 박수소리와 함성소리 벅찬 새날 이였다
내가 동구를 위해 시를 짖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만세소리가 산을 진동하고 해를 부르는 소리
“나와라” “나와라”
소리를 질러보지만 끝내 얼굴을 내밀지 않는 해님을 .심술궂은 구름을. 원망하며 하나 둘 발길을 돌리며 산정상의 자리를 떠난다.
가슴속에 뜨거운 태양을 담고 소원을 마음속으로 빌며 하산을 하는 얼굴들은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쉬웠지만 미끄러운 길 이였다 서로 손을 잡고 산 정상에서 마셨던 뜨거운 커피 향과 컵 라면의 따뜻함을 속으로 느끼며 눈 덮인 산길을 내려오는 등뒤로 어느새 구름은 걷히고 둥그런 태양이 웃고 있었다
길 위에 하얀 빛살을 뿌려 그대들의 소원을 주우며 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