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내용은
현정헌- 2003학년도 서울대 법대 수시 합격자 -님의 수기입니다.
<서울대 법대 수시 면접 수기>
우선 대기실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대기실에 들어가면 번호표를 나눠줍니다. 저
는 순서가 좀 늦은 편이어서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죠. 기다리는 시간에는 그동안 정리해
왔던 공책도 살펴보고,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무척 떨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따뜻한 물도 한잔 마시면서(대기실에서 따뜻한 물을 주더
군요)눈을 감고 심호흡을 크게 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되고, 번호가 불리면 대기실 밖으로 복도에 준비된 책상에 앉습니다.
그 위에는 면접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저 같은 경우는 10분 정도였습니다.
그 안에 시간분배를 잘해서 생각해야죠. 문제는 간단히 정리해보면
1.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신체적, 정신적 불평등과 태어난 후에 가지게 되는 사회적, 정치
적 불평등에 대해서 예를 들어 설명하시오.(지문에 한자어도 섞여있는데 대부분 쉬운 단
어이 고 모르는 단어도 문맥상 유추가 가능하므로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2.(영어지문 인데 요점은)‘미국에서 채택된 고용차별방지법은 백인남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 이 지문과 함께 ‘고용할당제와 같은 방법으로 고용된 사람들은 정당한
경쟁에 의해 선발된 것이 아니므로 자신감을 잃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잃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제도가 정당한가?’ 라는 지문이 밑에 제시 됐습니다.(즉, 지문 2개를 읽
고 1문제에 통합하여 대답하는 것입니다.)
3.(법대 전공적성)춘향전, 심청전, 흥부전과 같은 고대 소설에 나타난 사회 의식과 법체계
를 현대 법의식과 사법체계의 관점에서 평가, 비판하시오.
이와 같은 문제가 주어졌습니다. 10분 정도의 생각을 마친 후에 드디어 제가 들어갈 차례
가 오고, 노크를 한 다음 들어가서 가볍게 인사를 하고 번호표를 드린 후 자리에 앉았습니
다. 교수님은 3분이 계시더군요. 가운데 분이 연세도 가장 많으신 것 같고 main 채점관
(?), 그리고 양옆에 젊으신 두 분이 보조 인 것 같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제 기억대로 대화
체로 쓰겠습니다.
(가운데 교수님) : “첫번째 문제부터 말해보게”
(나) : “우선 선천적 불평등에는 신체 장애와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알고있
는 장애인 중에 점점 몸이 굳어가는 병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현재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팔을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태어나면서부터 신체적 불평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
다.(그 장애인 이야기는 시험전날 텔레비전에서 봤던 이야기였습니다.)그리고 다음으로 선
천적으로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무슨 예를 들었는지는 생각이 잘 안나네
요..어쨌든 정신적 장애의 한 종류를 예로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후천적 장애에는 우선
경제적 불평등을 들 수 있습니다. 재벌들은 한끼 식사에도 엄청난 돈을 뿌리는 반면에, 가
난한 사람들은 아직도 한끼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전세계인구
의 4분의1이 아직도 하루 1달러 미만의 생활비용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이 내용은
학원에서 선생님이 이런건 상식으로 좀 적어두라고 농담을 하셔서 갑자기 기억이 나더군
요) 그리고 검찰에서의 상명하복과 같은 명령체계도 후천적인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
다.”
(여기까지는 무난한 답변이긴 했어도 좀 튀는 부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별로 비중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가운데 교수님) : “좋아. 그럼 두 번째를 말해보게.”
(나):“예, 우선 저는 고용차별방지법에 찬성합니다. 물론 지문에서 주어진 것과 같이 백
인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나, 고용자들의 자신감 결여와 같은 문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면접에서는 다른 의견도 우선 존중하는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지요)하지만 이 법의 혜택
을 받는 사람들은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불평등과 아픔을 겪어왔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다른 앞서있는 사람들과의 출발점을 맞춰주는게 우선 가장 급한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존
롤스가 정의론에서 밝혔듯이 평등을 위한 불평등이 필요한 것이 현대 사회입니다.(이것도
학원에서 토론때 들었던 다른 아이의 의견을 인용한 것입니다. 제가 다녔던 한 학원의 강
사가 말씀하신 것 중에 하나가 ‘문제를 받으면 우선 의견을 90%생각하고 나머지 10%의 시
간은 뼈대있는 인용을 생각해내라. 이러한 작은 보조가 논리의 힘을 끌어내준다.’ 실제
로 교수님들이 이런 것을 상당히 좋아하신다고 하더군요. 참고가 되시길) 또한 우선 기회
를 얻고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신
감또한 저절로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운데 교수님) : “흠..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을 수 있겠나?”
(나) : “현재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여성고용 할당제가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교수님
이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원하시던 답변이었나 봅니다.) 조선시대 이후 성리학의 보급
과 함께 주자가례가 보급되면서,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적 신분은 현격히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의식이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심층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까도 말했듯이 경쟁자들의 공평한 출발선을 맞춰주기 위해 여성고용할당제와 같은 제도
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운데 교수님) : “좋아,,그렇다면 만약 서울대에서 학생을 뽑는데도 남녀를 50:50으로
뽑는건 어떤가?(웃으시면서) 그리고 만약 자네가 그것 때문에 밀려서 실력이 되는데도 떨
어진다면?
(나) : (처음으로 당황스런 질문이었습니다) (저 역시 약간 웃으면서)저는 서울대에서 지
금까지 누가봐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해왔다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며, 앞으로도 그럴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이 부분에서 교수님
들 많이 웃으셨죠) 그러므로 이러한 공평한 상황에서는 굳이 그런 제도가 필요하지 않다
고 생각합니다.
(가운데 교수님) : (제 대답에 세분 교수님 모두 웃으시면서)하지만 채점하는 교수들이
다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 수험생이 유리하지 않겠어?
(나) : (역시 웃으면서)모두 남자분이라서 오히려 여학생들이 유리하지 않을까요?(세분 교
수님 모두 많이 웃으시더군요. 이때 분위기가 무척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
해보면 뭘 믿고 그렇게 농담을 했는지,,,)
(처음으로 왼쪽 교수님) : 그렇다면 서울대에서 실시하려고 하는 지역할당제는 어떻게 생
각하나?
(나) : (갑작스런 질문에 약간 당황)저는 기본적으로 지역할당제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지역할당제라는 것이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지만 너무 서울로만 집중된 기회를 분산시
켜, 지방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를 가진다고 알고 있습니다.(역시 일단은 취지를
인정하는 쪽으로)하지만 이와 관련된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서울대에 들
어올 능력이 되는 데로 사는 곳이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떨어진다면 이는 역차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지금 이런 제도가 시행된다면 주거지는 입시에 유리한 지방으
로 해놓고, 정작 공부는 서울에서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좀
더 보완책을 마련한 후에 다시 생각해 보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이것 역시 무조건 틀렸
다는 쪽보다는 절충하는 쪽으로)
(가운데 교수님) : (고개를 끄덕이시다가)좋아. 이제 세 번째 문제에 대해 말해보게.
(나) : 예, 우선 저는 고전 소설들 중에 춘향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남녀 불평등의 문제입니다. 물론 조선후기에 남녀 평등사상이 고취되고,
사회적 의식이 많이 성숙했다고는 하지만 춘향전의 내용을 보면 춘향은 옥에 갇혀서 엄마
(이 단어는 말을 해놓고 상당히 후회했습니다. 품위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에게 호소하
고, 이몽룡을 기다리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결국 모든 일은 마지막에 이몽룡이 짠~(정말
로 면접 때도 짠~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그냥 편하게 말하자는 기분으로)나타나서 다 해결
해 버립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아직도 여자는 수동적, 남자는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적극적 인물이라는 의식이 당시 사회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 현재의 법의식에서 살펴볼 때 춘향이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있
었습니다.(이 답변이 제 나름대로 생각한 비장의 무기였죠. 발상은 간통죄 합헌문제에서
다뤄졌던 성적 자기 결정권에서 따왔구요)춘향이는 자기 자신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지
고 있는데 이를 부당한 방법으로 변학도가 침해하고 있습니다.
셋째로...(갑자기 생각해뒀던 답변이 안떠오름. 그렇다면 역시 배운데로)제가 생각해 뒀던
게 생각이 안나서 그런데 잠시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교수님) : 그러게
(나) : (한 20초정도 생각후)아~ 그리고 셋째로 현재에는 여성부나 여성단체와 같은 기관
들이 있지 않습니까? 만약 춘향이가 현대 사람이라면 이러한 곳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여성단체에서 들고일어나고,,여성부에 항의가 들어가고 난리가 나지 않겠습니까?(교수님
들 이때 또 많이 웃으셨죠)
첫댓글 if i were a professor as a interviewee,i must have chosen 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