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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20일
이 극은 음악과 시수 축소에 항의하는 음악교과 선생님들의 집회를 위해 의뢰해온 공연인 듯 합니다.
징검다리 집회극/ 바람의 소리
1장. 바람의 노래
무대 한 끝에서 박수소리 두 번 들리면 눈 가리 아이가 쫓아 들어온다 뒤를 이어 친구가 들어와 술래잡기를 한다. 몇 번의 술래잡기 후에 친구가 숨죽이고 쪼그려 앉으면 잠시의 침묵이 흐른다. 이 때 소리 군단들의 “자연의 소리”가 이불 호청 뒤에서 들려온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듣는 아이들.
감녀 : 바람이 노래하나봐
반녀는 감녀의 도취된 표정을 의아히 보다가 자신도 눈을 감고 바람의 노래를 즐기기 시작한다. 두 명 모두 바람의 노래를 느끼기 시작하면 소리 군단들 한 명씩 이불 호청 뒤에서 자기의 악기를 들고 걸어나오면서 소리의 향연을 시작한다. 모두가 입장을 하고 나면 대형을 지어 아이들과 어울려 소리의 축제를 편다. 이 때 악기는 이 곳이 옥상임을 알릴 수 있는 것으로 하고 무대에는 이불 호청이 걸려 있어 빨래줄을 나타내고 대형은 이 이불호청을 이용하여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때 엄마 1은 무대뒤에서 소리로만 결합한다.
마지막 원을 만들며 소리를 모을 때 엄마 등장.
엄마1 : 야 너 학원 안가?
후다닥 퇴장들 한다
엄마 1 : 으이그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 ... (이불 호청 걷어서 들어간다)
2장. 망령들의 쪼이기 한 판
7차 망령들 4명 훌라후프 들고 들어온다. 박자에 맞추어 구호를 외치며!!
구호는 “지식” “기능” “선별” “경쟁” “1등만을 위한 세상”
7차1 : 폭넓은 기초교육을 위한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
7차2 : 100빠센트 완전 학습과 상향 평준화를 위한 심화 보충형 교육과정!
7차3 : 전문인 육성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선택형 교육 과정!
7차4 : 이것이 바로!
다같이 :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7차 교육과정!
7차1 :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을 감상적인 사고에 젖어 곰팡내 나는 거리를 헤메이며 다가오는 21세기를 기타줄 튕기며 베짱이처럼 살게 할 것인가?
7차2 : 순진하기 짝이 없는 감성 교육으로는 경쟁력 있는 노동력을 생산할 수 없다.
7차3 : 21세기를 주도할 창의적이고 지적인 한국인을 육성해야 한다.
7차4 : 아~~아! 그렇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자녀를 젖과 꿀이 흐르는 지상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해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
7차4 : 아이에게 바람소릴 듣는 능력보다 피아노 치는 기술을 가르쳐 주세요.
다같이 : 애들아~!! 학원 가야지?
양쪽에서 아이들 나오고 훌라후프를 든 7차군단 2명은 양쪽으로. 그 앞으로 엄마들 허리띠 매고 자리 잡는다. 7차군단의 학원 소리에 아이들 훌라후프 받아들고 열심히 돌리려한다. 엄마들은 허리띠 조이며 힘들어 한다.
7차1 : 아직도 한글을 못 떼셨나요? 이런 이런 부모가 이렇게 무관심해서야.
5세 아동 한글 100일 완성!!
7차2 : 옆집에 에디슨박은 원어민과 영어로 대화한다든데...
7차1 : 학교수업만으로 되나요? 수학 전문학원!
7차2 : 내신관리 한 과목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죠. 에디슨 과학학원.
7차1 : 아이들 논술관리. 줄줄 논술 학원!!
7차2 : 아이가 따 되길 바라는 건 아니시죠? 아이에게 체력을 키워주세요.
자신감은 강한 체력에서부터 시작된다구요. 경희 태권도 학원
7차2 : 피아노요? 기본이죠? 내신관리 중학교 입학한 후에는 늦어요.
7차1 : 내성적인 아이들의 자기 표현. 신동 미술학원.
7차2 : 내신 관리를 위한 첼로, 바이올린 음악 학원. 아이의 내신을 업~! 업! 시키세요.
7차1,2 : 오버랩되어 중얼중얼 거린다. 조기 영어 영재교육 등을 외친다. 양쪽에서는 엄마들 허리 조이다 쓰러진다.
엄마1,2: 못살겠다 못살겠다 허리 휘어 못살겠다.
반모1,2 : (둘이 번갈아가면서 허리를 졸라매며) 국어 10만원, 영어 20만원, 수학 20만원, 과학 10만원, 사회 10만원, 태권도 5, 바둑 5, 웅변 5, 피아노 5~만~원? 어디 학원비 무서워서 아이 낳겠어요?
반모1 : 어째 이느무 세상은 아이를 봉으로 아나?
반모2 : 아니 글쎄. 우리 아이가 영어 수학은 잘 하는데 음악. 미술만 실기로 보면 70점이니. 원 참! 그느무 음악 땀시 평균 떨어져 애가 전교 수석을 잡을 수가 없어요.
반모1 : 우리 앤 체르니 30까지 쳤는데도 음악 실기만 보면 평균점수라니? 평균점수라니?
딴 아이들은 첼로니, 바이올린에다 가져와 어쩔 수 없다네요.
반모2 : 아니 우리 앤 딴따라가 될 것도 아니데 이렇게 음악 미술에 치여야 되겠어요?
반모1 : 음악은 무슨..
반모1,2 : 정부는~~!! 사교육비에 허리 휘는 학부모들의 허리에 기부스를 해줘라~ 해줘라! (둘이 눈이 마주치고 7차 망령을 향해 조아 나간다) 기부스!! 기부스!! 기부스!!
(7차 남감해 하며 섰다가)
7차1 : 아~하!! 학부모님들. 고정들 합시다. 하고요. 제가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방뻡이 있습니다. 있고요. 한글을 포기하면 됩니다. 하시겠습니까?
반모 : 아~니요!! 한글을 모르면 대학도 못가는 데 무슨 소리!!
7차2 : 아 그럼 국제화 시대에 영어를 포기하시면 됩니다. 하시겠습니까?
반모 : 미쳤어요?!! 요즘 시대에 영어를 못하는 건 등신이에요 등신
7차1 : 그럼 수학은?
반모 : 주요과목이쟎아요
7차2 : 그럼 과학은?
반모 : 과학이 몇 단윈 줄 이나 알아요?
7차3 : 그럼 이것도 못한다. 저것도 못한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애긴데.
다 포기 못하시겠다면 뭐가 남겠습니까? 답변하십시요.
반모1 : (엄마들끼리 눈 마주치고) 피아노라도...
반모2 : 미술학원이라도...
7차1 : 아. 그러십니까? 국제화 정보화 시대에 음악, 미술이 뭐 필요하겠습니까?
저. 그럼 국익을 위해 포기! 포기할 수 있습니다.
7차2 : 중학교 음악 미술? 내신에 반영 안 하겠습니다. 안 하고요.
7차1 : 고등학교~~ 으~아~악!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언어영역, 수리탐구영역, 사회탐구, 과학탐구!!!
7차2 : 음악 미술은 대학 진학에 필요한 학생들에게만 가르치겠습니다.
국민의 정부. 함께해요~~!
엄마1,2 : 멋져요!! 함께해요~~!! 명문대학!! 내신관리!!
아이1 : 그럼 이제 국영수만 하란 말이에요?
아이2 : 국영수는 학원에서도 한 단 말이에요
7차군단 : 명문대학 내신관리
아이1 : 우와 봄냄새다
7차 : 맡지마
아이2 : 우와 바람이 노래하나봐
7차 : 듣지마
아이1 : 우와 별이다
7차 : 보지마
아이2 : 우와..
7차 : 느끼지마
7차모두 : 보지마 듣지마 느끼지마 말하지마 보지마 듣지마 느끼지마 말하지마 명문대학 내신관리 명문대학 내신관리(퇴장)
무대엔 찌르러진 아이1, 서서 영어를 외우는 아이2만 남아있다. 아이2 반녀는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다. 그런 반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감녀가 묻는다.
3장. 바람의 상처
감1 : 너 음악 선택안할거야?
반쪽 : 음악을 왜?
감1 : 으~응! 너 음악 좋아하잖아. 음악 선생님하고도 친하고...
반쪽 : 친하긴? 내신 관리하려고 친한척 한거지. 음악 좋아하면 머하냐? 음악이 밥먹여줘? 음악이 대학 보내준대? 선택? 왜 해? 안~해!!!
감1 : 그럼 우리 반에서 음악 선택하는 건 나 밖에 없는거야?
반녀 : 글쎄... (영어단어 중얼중얼)
그 때 담임이 종이를 들고 들어온다
담임 : 자~! 이제 2학년부터는 여러분이 원하는 선택과목을 들을 수 있다는 거 알죠? 선택과목에 대한 희망조사를 하겠어요. (종이를 나눠주며) 여러분의 희망을 써 주세요.
담임 : (종이를 걷고 하나씩 보면서) 일본어? 음.. 그렇지 일본어...근데 우리 학교엔 일본어 선생님이 없어요. 불가!! 미술? 그렇지 미술!! 음... 그래 전학가!! 불가!! 철학? 아니 철학은 내신에 안들어가쟎아. 다시 생각해!! 환경? 그렇지 21세기 지구환경오염이 아주 심각한 문제지.. 어.. 근데 10명도 안되네.. 할 수 없지 뭐 불가!! 그리고 선혜야 넌 S대 가야지. 입시요강 잘보고!! 알지? 또 서우정 음악이라... 야 서우정 넌 이공계쟎아 이공계는 음악 개설도 안됐어..
감녀 : 저 그래도 음악 하고 싶어요.. 저 음악 좋아하는데..
담임 : 됐어 됐어... 대학가서 해.. 대학가서 해도 되쟎아... 인생은 길어 응?
감녀 : 그래도.. 저..
담임 : 자 자 그만하고 ... 야 니네 한문은 어떻게 됐냐? 어? 한문은 왜 신청안했어? 우리 학교는 한문선생님 있쟎아. 나!! 야!! 신청해!! 다시 써!! (나눠주고 다시 걷는다) 자 다 됐죠? 그럼 여러분 선택과목을 다 결정한거지요? Good Choice!! 자 1교시 뭐야? 음악? 야 빨리 수업준비!! 늦으면 감점이지? 빨리 가!! (담임 퇴장. 담임 퇴장하는 반대편으로 음악교사 등장. 아이들은 무대를 반바퀴 돌아서 음악실로 이동)
담임과 아이들 사라지면 교장이 들어오면서 김선생을 부른다. 김선생 따라들어온다.
교장 : 김선생!! 나 좀 봅시다!! 아니 어떻게 된 겁니까?
음악 : 예? 뭐가요?
교장 : 어떻게 해서 학부모님들이 전화를 하게 하냔 말입니다. 난리가 났었어요 난리가..
음악 : 아니 왜요?
교장 : 아니 도대체 저번 중간고사 실기점수 어떻게 준 겁니까? 기준에 맞게 주신 거에요?
음악 : 예..
교장 : 그런데 왜 그런 소리가 나옵니까? 아니 그 말도 안되는 랩인가 뭔가 저질스런 대중가요를 부른 애는 A를 주고 첼로를 열심히 연습해서 온 애는 B를 줬다는게 맞습니까?
음악 : 저. 그게
교장 : 아니 그런 일이 있었냐고요
음악 : 네... A를 받은 애는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를 아주 멋지게 창의적으로 편곡을 했어요.
교장 : 아니 뭐라구요? 뭔소린지 알아듣지도 못할 말로 난리를 치는 걸.. 아니 김선생!! 김선생은 인간의 영원한 고전을 뭘로 보는 겁니까? 나도 음악 전공했어요.. 30년간 음악을 가르쳤단 말입니다. 김선생이 아직 경험이 짧아서 뭘 잘 모르는 모양인데... 선배로서 내 충고하나 합시다. 예술은 말입니다. 그 뭐랄까 아주 순수하고 인간의 영혼을 울리는 것이에요. 저속한 대중문화와는 틀리다 이 말입니다. 학교가 노래방이에요? 음악은 예술입니다. 싸구려가 아니란 말입니다.
음악 : 전 ... 아이들이 워낙 교과서의 노래를 흥미없어 하니까... 음악에 대해 동기유발을 해 보려고 시도해 본 건데...
교장 : 알아요.. 김선생의 그 마음과 열정!! 좋습니다. 내가 그거 모르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 교사들이 맘대로 교육하는 거 아닙니다. 다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에 맞게 정해진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하면서 아이들의 음악적 능력을 키워주는 겁니다. 마음대로 할 것 같으면 왜 학교가 필요합니까? 이게 다 김선생을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학부모들은 1점에 눈이 벌개서 달려드는데 교과서에도 없는 걸 마음대로 채점을 해서 점수를 주다니요... 이러다 말썽이라도 생기면 김선생만 다쳐요... 교과서에 있는 대로... 클래식한 걸 가르치세요. 아셨습니까?
음악 : 네....
교장 퇴장. 음악은 돌아서서 음악실 수업으로 전환. 이때 아이들도 음악실로 들어온다.
음악 : 야야 괜히 악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앉아! 이게 얼마짜린 줄이나 알아? (애들 앉는다) 자 오늘 실기시험 본다고 했지? 10번! 누구니? 나와! (감녀 나간다) 악기는?
감녀 : 리코던데요...
음악 : (한심하다는 듯) 리코더? (마지못해) 해봐!
감녀 : 저 제목은 바람의 노래구요... 제가 직접 만들어...
음악 : (감녀의 말을 자르며) 빨리 해봐!
감녀 : 네... (첫음을 신중히 낸다. 반녀는 계속 영어단어를 들으란 듯이 외우고 있다)
음악 : 야! 지금이 영어시간이야? 누가 영어공부하래? 넌 음악은 수업같지도 않다는 거니? 대학가는데 필요없다 이거야? 너 같은 애 때문에 음악이 더 필요한거야 알아? (감녀를 보고) 뭐해? 들어가
감녀 : 예? 저 아직..
음악 : 아까 들었쟎아. 리코더는 첫음만 들어도 안다고 했지. 기악시험이 장난인 줄 아냐? 몇 달을 가르쳤는데 리코더가 뭐야 리코더가? 그리고 리코더같은 걸로 하면 남보다 훨씬 잘해야 인정해준다고 했지?
감녀 : 그래도.. 이건 제가 직접 만든 노랜데..
음악 : 뭐? 악보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지? 악보도 없는 걸 누가 니 마음대로 연주하라고 했어? 너 악보나 그릴 줄 알어? 그거 몇 박자야? 단조니 장조니? 처음은 어떻게 시작해? 갖춘마디야 못갖춘마디야? 셈여림은? 빠르기는? 니가 음악의 기본이 뭔지나 아니? 도대체 니들이 음악이 뭔지나 알어?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 시험보는 사람들은 신경 좀 써라 첼로 레슨받은 애들이 억울하대쟎니? 이상! 교실로 돌아가! 야! 악기 건드리지 말라 그랬지? (아이들 돌아서 무대 저쪽으로 이동하면) 에휴 10반이 넘는걸 언제 다 입력해... 바람의 노래?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퇴장)
(아이2는 영어를 중얼거리면서 퇴장하고 무대엔 아이1만 남는다)
4장. 그래도 바람은 노래한다
아이1 : (바람의 소리 들린다. 리코더 불려다가 스르르 떨어뜨리고)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운 적 있어요. 내가 “도, 미, 솔”하고 치니까, 엄마 아빠가 무지 좋아했어요. 엄마는 내 뺨을 부비면서, 참 잘했어요.. 말해 주었죠. 우리 집 천장에 매달린 풍경이 소리를 낼 때마다 마음 껏 이것저것 건반을 눌러대면 막 박수도 쳐주셨죠. 기특하다고... 바람이 노래한다고.... 근데 이젠 왜 그렇게 안되죠? 어른들은 이제 우리 마음 같은 거 쳐다보지도 않죠? 그저 대학만 가면 대학만 가면 되는거죠? 내가 뭘하고 싶은지 뭐가 필요한지 보다 몇 점인지 어느 대학인지가 더 중요하죠? 그냥 점수 딸려고 하루종일 국영수만 공부하면 우린 훌륭한 사람이 되나요? 이름있는 대학만 가면 우린 좋은 사람이 되는 거에요? 그런 건가요? (리코더를 떨어뜨린다. 돌아서 나가려 한다. 바람의 소리 들린다. 바람의 소리를 느낀다. 다시 돌아와서 리코더를 쳐다보다 주워든다.) 그래도 바람은 노래 하는걸요? (리코더 소중히 안고 돌아서서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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