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애너지 덩어리
루시 모드 몽고매리,<빨간 머리 앤> 시공주니어,2012
곽은철
앤이 하는 행동, 말, 생각을 보면서 '삐삐롱스타킹'의 삐삐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를 떠올렸다. 셋은 공통점이 참 많다. 모두 나무, 꽃, 강물, 동물 등을 사랑하고 상상력이 대단하다. 또 수다쟁이 이면서 엄청난 개구쟁이 이다. 그리고 불행한 환경을 가진 아이들이다. 앤의 부모님은 앤이 아주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삐삐도 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바다에서 생활 하시기 때문에 늘 혼자였다. 제제의 부모님은 있었다. 그렇지만 집이 아주 찢어질 듯이 가난해서 사랑을 충분하게 받지 못했다. 그래도 앤과 삐삐, 제제는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법을 알고 있었다.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 답이다. 앤은 끊임 없이 나를 '웃겼다' '울렸다'를 반복했다. 삐삐와 제제도 그랬다. 특히 제제는 나를 많이 슬프게 했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더 읽고 싶어지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 졌다. 나를 이야기 속으로 빨아 들였다. 꼭 내가 앤의 곁에 늘 같이 붙어다니는 것 같았다. 앤의 그림자가 된 것 처럼...... 그래서 앤의 기쁨과 슬픔, 분노, 말썽과 사고들을 내가 겪은 듯 했다. 앤의 마음을 고스란히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다.
앤은 마차를 타고 초록지붕집으로 갈 때 부터 행복했다. 가는 길 내내 보이는 자연환경들이 모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그 길이 자기가 살 집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또 막역한 친구 다이애나가 자신과 친구라는 사실이 앤을 행복하게 했다. 둘은 늘 붙어다녔다. 앤은 다이애나의 까만머리와 예쁜 얼굴이 좋았다. 물론 마음도 잘 통 했기 때문에 친해졌다. 또 자기와 마음이 잘 통하는 앨런 부인이 마을에 오셔서 기뻤다. 매슈아저씨, 마릴라아주머니, 다이애나, 앨런 부인 외에도 이 마을에는 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 행복하고 기뻤다. 사람 뿐 아니라 이 마을의 모든 자연환경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래서 자기만의 이름을 붙여주고 불러주었다. 앤은 상상력도 풍부했지만 아주 작은 곳에서도 행복과 기쁨을 찾아내는 재주가 있었다.
앤은 잘 웃기도 했지만 화도 잘 냈다. 특히 자기의 빨간머리를 뭐라고 하면 참지 못했다. 그럴 땐 마치 순식간에 폭발하는 화산같았다. 린드 아주머니가 앤을 처음 보았을 때 얼굴도 못 생기고 빼빼 마르고 머리도 빨갛다고 말했다. 상대방을 생각하지도 않고 기분 나쁘게 하는 말투였다. 이 소리를 들은 앤은 참을 수 없었다. 입에서 기관총을 쏘는 것처럼, 처음 본 린드 아줌마의 흉을 있는대로 다 쏟아냈다. 앤은 린드 아줌마를 용서할 수 없었지만 매슈 아저씨 덕분에 사과도 하고 화도 풀었다. 학교에 갔을 때 길버트가 "홍당무! 주근깨 투성이!"라고 놀렸다. 이 때 앤은 또 폭발했다. 석판으로 길버트의 머리를 내리쳤다. 석판이 두 동강 나 버렸다. 얼마나 세게 쳤으면...... 이후로 앤에게 길버트가 고마운 일 들을 해주고 사과도 했지만 앤은 절대 받아 주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무서운 활화산같다.
제일 처음 앤은 행복한 기대감으로 매슈 아저씨를 만났다. 입양 된다는 기쁨에 뛸 듯이 행복 했지만 그 마음은 오래 가지 못 했다.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는 농사일을 도울 남자 아이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앤은 자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가방을 떨어 뜨리고 절망하여 울어 댔다. 또 어느 날은 막역한 친구 다이애나를 집으로 초대 했다. 딸기주스를 정성껏 대접했는데 그것은 딸기 주스가 아니라 바로 포도주였다. 다이애나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 때문에 배리 아줌마는 다이애나와 앤을 더 이상 만나지도 못하게 했다. 앤은 세상이 두 쪽 난 듯 엉엉 울며 배리 아줌마에게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앤은 배리 아줌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흔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무서운 슬픔이 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에서 앤을 가장 사랑해 주고, 믿어주고, 무조건 앤의 편만 들어 주던 매슈 아저씨가 돌아 가신 것이다. 앤은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웠다. 심지어 눈물도 나지 않았다. 꼭 슬픈 일들이 앤을 향해서 이어달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어떤 사건이 앤을 더 슬프게 할까 내기 하듯이...... 그러나 슬픔들과 앤의 경기는 승부가 나지 않았다. 앤은 그 많은 슬픔들과 정면으로 그냥 부딪쳤다. 앤은 아기를 끌어 안 듯이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였다.
앤은 대단한 사고뭉치이다. 앤이 저지른 가장 큰 사고 중에 하나는 조세핀 할머니의 침대 위로 점프를 한 것이다. 하마터면 늙은 할머니가 큰일 날 뻔했다. 할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서 노발 대발 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조세핀 할머니와 앤은 친해지게 되었다. 지붕의 마룻대 위를 걷던 앤이 떨어져 다리의 뼈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다. 앤이 반대쪽 지붕으로 떨어졌다면 앤은 죽었을 것이다. 앤은 참 용기도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 인 것 같다. 앨런 부인을 위해 케이크를 만들 때는 바닐라향 대신 진통제를 넣었다. 케익의 겉 모습은 아주 맛있어 보였다. 그렇지만 진통제 때문에 맛은 꽝 이었다. 그래도 앨런 부인은 꾹 참고 한쪽을 다 먹었다. 앤은 이런 앨런 부인의 따스한 마음이 좋았다. 어떻게 앤은 이렇게 많은 사건과 사고들을 혼자 다 쳤을까? 그러나 이런 일 들이 끝나면 늘 행복이 찾아 왔다.
앤은 정말 참 많은 일 들을 겪은 것 같다. 나도 이렇게 앤처럼 상상력이 뛰어나면 이런 일 들을 경험 할 수 있을까? 앤을 보면서 나는 어떤 일이 생기 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기쁨과 행복, 슬픔과 절망에서도 자신의 모든 애너지를 다 사용하는 앤이 참 특별해 보이고 부러웠다. "앤 너는 너의 빨간머리만큼이나 독특하고 특별한 사람이란다!"
2. 앤의 사랑, 분노, 슬픔, 사고 라는 주제로 주제를 분류하고 요약을 했구나.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