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understanded
신경섭
‘지슬’이 감자를 뜻하는, 평화와 상생의 섬 제주도 사투리이지만
‘지극한 슬픔’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 말을
이제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듯해요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위에 서 있지 말고
낮은 자세로 서서 바라보라 하셨죠
그래요 우리들은 가장 낮은 곳에 서 있었어요
We understanded, We under-standed
이제 그만 됐다고, 엄마 아빠 보러가야지
바닷물은 우릴 밀어 올리는데
우린 아직도, 제 자리에 있으란 말을 이해할 수 없어
손톱 끝으로 바닥을 뚫고 더 내려가고 있어요
We understanded, We under-standed
생사의 순간 안에 있어야할 사람은 밖에
밖에 있어야할 사람은 안에 있었다지요
헌법 안에 있는 사람들과
헌법 밖에 있던 사람들이 따로 있었다지요
죽음의 세월안에 있는 우리들에게
In과 Out의 경계에 있던 우리들에게
돌아오라, 돌아오라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기적을 바라는 기도를 드리고,
전 세계가 Come back home, Come back home 마음 모은 것은
우린 알고 있었지만, 나갈 수 없었어요
우린 돌아갈 시간을 잃었고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세월은 멈췄지만
시간은 4월에서 5월로 넘어가듯
계절은 돌고 또 돌겠죠
노란 리본을 가슴 주머니에 달고 우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는 소식
알고 있어요, 우리도 잊지 않고 하느님의 눈물 타고 땅으로 갈게요
바닥에 우리 눈물 타고 송홧가루 얼룩져 흐르면
우리를 잊지 마세요
forget me not, forget us not, for get me no t
(나를 잊지 말아요, 우릴 잊지 말아요, 티 없이 맑은 나를 갖아요)
We understanded, We understandied
시 전문 월간지<유심>6월호에 게재된 한국작가회의 사이버 분향소에 올라온 애도시 열두 편 중 현직교사인 신경섭 시인의 시 <We understanded> 전문입니다. 현직 교사 시인들의 시가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직접 가르치는 제자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보면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슬픔, 분노와 좌절을 경험 했으리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추한민국의 사월은 우리에게 온갖 상상을 초월하는 참담한 광경들을 거듭 목격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절실히 깨닫는 중입니다. 죽음과 삶에 대한 모든 존엄이 곤두박질치는 참혹한 나날을 우리 모두 겪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 하겠습니까? 이 참담하고 불온한 시절에 문학이, 시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이라고 합니다. 이 슬픔과 분노를 통하여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며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역사는 진보한다고 착각해선 안됩니다. 2012년 10월 사망한 영국의 좌파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라면 어떨까요? 그의 자서전 <미완의 시대>는 이렇게 끝납니다. “그렇지만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무기를 놓지 말자. 사회 불의는 여전히 규탄하고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눈앞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우리들이 기억 속에서마저 아이들을 그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습니다. "우리를 잊지 마세요" 라는 아이들의 절규처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아이들을 편안하게 기억하고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은 우리의 의무인 동시에 결국 우리가 사는 길일 것입니다.
첫댓글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저자인 신경섭 시인이 철자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여(메일과 문자로) 바로잡았습니다.
아마 유심에서 옮겨 적은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나 봅니다. 서로 연락할 수 있어서 큰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