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차례 뒤척이며 자다 깨니 4시 반. 조금 더 누워 있다,
4시 50분쯤 화장실 갔다. 아주머니들 청소 일찍 시작했네.
갑자기 비가 퍼부었다 말았다 한다.
오른쪽 귀 멍멍하고(아침에 더 심하다) 숨쉴 때 바람소리
같은 게 들린다. 예전 앓았던 병이 나온다더니, 국민학교 때
중이염 때문인가. 그래도 생각보다 심하게 몸이 안 좋진
않았다.
일보고, 세수하고, 양치하고, 맨뒤에 간 사람들따라 간다.
아침산책하러 공원에...
오늘은 안나님 차 있어 편하다. 지하철 계단 안 내려가도
되고, 비도 오는데..
공원 앞에 내려 걸어간다. 비 오니 나무, 이파리들 생기
넘친다. 여전히 새 잎들 나고 있다. 나무에 빗방울 맺혀
있는 게 이쁘다. 특히 바늘 같은 솔잎 위에.. 물 모여
하숫물로 흐르는 소리 듣기 좋다.
할머니꽃밭. 파초잎 같은 홍초, 황매화 닮은 샛노란 꽃.
노오란 채송화는 활짝 피지 않고 늘 몽오리져 있다. 언제
활짝 피려나. 또 몽울진 나리꽃은 언제 피려는지.. 길다란
대와 꽃봉오리에 맺혀 있는 물방울 어여쁘다. 물 머금은
휘파람새가 청청하게 짖는다. 소나무에 빨간 등 하나..
초파일도 아닌데, 누가 일부러 걸어놓았나..
사람들하고 떨어져 혼자 걷는다. 힘들어 벤치에 앉아 있다,
물 마시며. 갑자기 비가 퍼붓는다. 눈 감고 빗소리 듣는다.
빗소리가 바람소리 같기도 하다. 천천히 일어나 걷는다.
사람들 만나 한 줄로 걷는다. 무궁화 아치길 지나, 앞에
로사님과 안나님 우산 쓰고 나란히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있다. 역시 두 분, 같은 또래라 통하는 게 많을
거라. 게다가 같은 경험(수녀)을 하신 분이니.. 보기 좋다.
선생님은 저 앞에 먼저 가셔 보이지 않고, 뒤돌아보니
스님은 저만치 처져 오시고..
오늘은 공원 앞에 채소 트럭들 없다. 아니 하나가 뒤늦게
왔는데, 아직 끌르지 않았다. 비 와서 그런가..
안나님 차 타고 편안히 집 앞까지 왔다. 숨이 차 천천히
계단 올라와 도장에 들어와 드러눕는다. 6시 50분쯤이다.
7시 45분에 명상. 9시 정도까지.. 1시간 20분 정도 했나
보다. 졸지는 않고 나중에 음악에 맞춰 손과 팔이, 어깨가
움직이는 걸 본다. 약간은 의식도 있고..
9시 반, 방에 들어와 언니네 전화 거니 승영이 아직 안
일어났대고, 그래 나중에 걸어달라 했다.
9시 40분쯤 선생님이 모두 앉으라 해서, 선생님 앞에
네 명이 앉았다. 오늘은 단식 후 보식과, 내 몸에 맞게
'세상에 나와 있는 법'을 응용하는 법에 대해 얘기하신다.
그러는 중에 아침반 보살님(요즘 통 안 나오시더니)이
친구 한 분 데리고 오셨다.
10시 반에 운동 시작. 11시 40분까지. 승영이한테 전화
거니 그제사 밥 먹고 나올랜다고.. 오늘 승영이 도움 좀
받아야겠구나.. 혼자 방안에서 마그밀과 숯 먹다.
많이 힘들다. 사람들 소리가 귀에 좀 거슬린다.
1시 넘어 승영이 왔다. 문앞에서 승영이 나 보더니
불쌍한 듯, 뭐하러 이런 거 하냐고.. 잠깐 요가원
들어가서 인사하고 같이 나간다. 살살 걸어 은행 들렀다
택시 타고 집으로...
3층까지 걸어올라간다. 열흘 만에 간 우리 집. 숨차고
힘들어 윤경이방 침대에 잠깐 누워 쉰다. 바닥이 아니라
안 배겨서 편안하다. 시간 없어(승영이, 뒤에 친구 약속
있다 하여) 10분 누워 있다 일어나 가져갈 물건 챙긴다.
승영이는 TV 보고 있고.
다 챙긴 다음 마지막으로 작은 방에 있는 매실차 담가놓은
거 보러 갔다. 아, 곰팡이 같은 게 약간 하얗게 생긴 게
몇 개 보인다. 뚜껑 열어 보니 약간 술내 날라 한다.
다 그런 건 아니고, 괜찮은 건 또 괜찮다. 일곱 병 중에
서너 병이 조금 그렇다. 걷어내고 가라앉은 설탕 휘저어
준다. 승영이 밥도 못 사주고(지 말이 굶는 이모 앞에서
안 먹겠단다. 친구들하고 늦은 점심약속도 있긴 하지만.),
해서 용돈 좀 주었다. 안 받을라 한다. 많이 받았다고,
있으면 다 쓴다고.. 막 쓰지 말고 잘 쓰라고 하며 억지로
챙겨줬다. 책 사 보겠단다. 시근 있는 놈..
집 앞에 나가 택시 잡는다. 빈 택시 잘 없어 안 잡힌다.
힘들어 골목길 앞에 주저앉아 있다, 겨우 잡았다. 승영이
계속 내가 안 됐나 보다. 괜찮다고, 할머니 연습 하는
거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단식에 대해서도 조금 얘기해
줬다. 단식이 그냥 굶는 게 아니라고, 살 빼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요즘엔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고 한다면 그때뿐 실패하고 만다고.
그리고 굶고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활동하면서..
느끼는 것도 있고.. 완전히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고개 끄떡이며 듣는다.
귀대 얘기 하고 있으니, 운전수 아저씨 끼여든다. 소속이
어디냐고, 철원 8사단이라 했더니, ‘딱 걸렸구만’
그러신다. 자긴 ‘이기자’ 부대 있었다면서.
8사단, 12사단, 이기자 부대, 어쩌구 하며 아주 빡센 곳
얘기 한다. 나도 모르는 얘기, 둘만의 공감으로.
우린(우리 식구들) 그렇게까진 생각 안 했는데, 꽤 힘든
곳이긴 한가 보다. 그런데 승영이 잘 해내고 있는 것 보니
더욱 기특하다. 대견스럽다.
승영이 요가원 문앞까지 짐 들어다주고 돌아간다. 껴안고
등 두드려주고, 고맙다 그랬다. 이제 언제 볼지, 승영이
이번 휴가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인제 낙이 없단다. 휴가도
언제 받을지 한참 뒤일 테고, 나중에 면회나 가봐야지.
도장에 들어오니 3시 반. 요가원 식구들 다 퍼져 누워있다.
선생님도 모로 누워 계시고. 힘드실 거다.. 안나님은 인제
집에 가시고.. 봉추랑 상미만 상 펴놓고 영어공부 하고
있다. 봉추 외삼촌도 와 계시네. 목사 공부 하고 계신데,
서울에 또 일이 있으신가 보다.
로사님하고 같이 요리책 본다. 그리고 옥진이 한의원 날짜
얘기하고 부탁 좀 했다. 8월말까지 다 잡혀 비는 시간이
없다 그랬나 본데, 아는 안면으로 통해 8월 10일로 날짜
잡아주셨다. 참말 고맙다.
언니한테 전화 걸어, 고맙다고, 언니 아들 덕 봤다고 했다.
6시 반부터 운동. 근데 첨부터, 조금 더 속이 메쓱거리기는
하지만, 어지러움이 좀 더한 것 같다. 좀더 놔두면
어지러워 또 머리가 빙글빙글 돌지 않을까 괜히 걱정이
된다. 예전처럼 그런 증상 나올까 봐. 그래도 하는 데까지
해보자 하고 그냥 따라 해본다. 흉내만 내는 거지.. 결국
끝까지 못 따라하고 중간에 혼자 베개 동작 하면서 마무리
한다. 많이 어지럽다. 8시에 운동 끝나자마자 방으로 바로
들어와 누워버렸다.
잠깐 누워 있었는데 1시간 반 가량 자버렸다. 10시가 다 됐네.
오늘은 너무 늦어 마그밀, 숯 안 먹고 그냥 잘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