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일본 최대 가상통화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체크'가 580억엔에 달하는 가상통화 '넴(NEM·뉴이코노미무브먼트)' 코인을 도난당했다.
도난당한 가상통화 뉴이코노미무브먼트(NEM) 일부가 다른 가상통화로 교환됐다. 일본 수사당국과 NEM재단은 “‘장물’ 전자태그를 붙여 철저히 감시한다”고 밝혀 왔지만 익명성이 높은 ‘다크웹’을 통해 포위망을 벗어난 것이다.
2월11일 일본 경시청 사이버범죄대책과는 최근 도난된 가상통화 NEM 일부를, 자신이 보유하던 다른 가상통화 ‘라이트 코인’과 교환한 일본인 남성을 소환 조사했다.
범인은 2월7일경 다크웹에 영어 사이트를 개설하고 ‘대량의 NEM을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통화와 교환한다’고 공지했다. 이후 가상통화 교환을 시작해 불특정 다수의 계좌에 300회 가까이 송금이 이뤄졌다. 거래 총액은 유출 당시 시세로 약 5억 엔(약 5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특수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들어갈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서 소액을 거래했다. 다크웹은 일반적인 방법으론 검색이 안 되고,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거래사이트여서, ‘인터넷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여겨진다. 마약, 총기, 컴퓨터 바이러스 등이 이곳에서 거래된다. NEM이 다른 가상통화와 교환된 다음에는 추적이 어려워진다.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체크에서 지난달 도난당한 NEM은 이후 45개 이상의 계좌로 분산됐다. 이 중에는 미국 체코 뉴질랜드 등 각국 가상통화 거래소 9개도 포함돼 있었다. NEM재단에서 도난당한 가상통화에 ‘장물’이라는 전자태그를 붙이고 추적 시스템을 가동했기 때문에 거래소 등을 통한 대량 거래는 어려웠다.
경찰은 “도난당한 NEM인 줄 알고도 거래를 했다면 돈세탁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도난당한 NEM이 소환된 남성 외에도 여러 명에게 건네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NEM재단은 사건 직후 “훔친 가상통화에는 장물이라는 전자태그가 따라 붙는다. 이 때문에 달러는 물론 다른 어떤 가상통화와도 못 바꿀 것”이라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도쿄신문은 “다수가 소액으로 나눠 단시간에 거래할 경우에는 태그가 따라붙지 못했다. 7일부터 송금 건수가 급증한 것은 범인이 이 같은 허점을 파악하고 현금화에 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피해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커지고 있다. 코인체크 측은 사건 발생 직후 “피해액의 약 80%인 460억 엔(약 4600억 원)을 엔화로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범인의 정체도 오리무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출된 NEM이 감시를 피해 사라지고, 보상도 안 이뤄질 경우 가상통화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일본 사회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