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자 사모가 쓰는 개척교회 이야기 <50>
여름성경학교를 마치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사랑입니다. 하나님께서 좋은 날씨를 허락해 주셨고, 풍성한 가운데 성경학교를 잘 마치게 되어 감사합니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준비하면서 많이 염려했는데 성도님들께서 찬조금을 넉넉하게 주셨고, 여신도회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풍성하게 준비해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직 교회에 다니지 않는 윤종이/원종이 어머니와 정은이, 은비 어머니도 찬조금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우리 어린이들은 풍성한 가운데 여름성경학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갈 때와 올 때, 트럭으로 짐을 날라준 광원이 아빠 이천복 성도님, 그리고 우리 어린이들을 태워다 주신 은원이/효원이 아빠 이성복 성도님, 두 분의 수고로 인해 정말 마음이 넉넉했고 행복했습니다.
또한 성도님들의 관심과 협조 덕택으로 여름성경학교는 참으로 풍성했습니다. 수박도 세 통이나 남았고요, 과자도 한 상자나 남았습니다. 복숭아도 한 상자가 남았고, 바베큐 파티를 하루 더 해도 될 만큼 돼지고기도 많이 남았습니다.
첫째 날 저녁식사가 막 끝났을 때, 종우/보름이 엄마와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왔습니다. 다음날 이용길, 동선애 집사님이 수박을 들고 와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고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가셨습니다. 신창감리교회 박영산 장로님도 오셔서 아이스크림 값을 넉넉하게 주고 가셨습니다. 신성대학교 구자복 교수님도 닭을 10마리나 들고 오셨습니다. 덕분에 우리 어린이들은 마지막날 백숙을 실컷 포식했습니다.
여름성경학교 주제는 ‘참 좋은 예수님, 참 좋은 예은교회’였습니다. 공과시간을 통해서 어린이들과 함께 교회가 무엇인가를 함께 공부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불러모으신 사람들이 모인 교회는 구원의 방주이고, 하나님의 집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란 것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예은교회가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 교회처럼 성령 충만한 가운데 서로 사랑을 나누고 믿음 안에서 하나가 되는 좋은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이번 여름성경학교는 다른 성경학교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어린이들이 머리로 성경 구절을 암기하고, 몸으로 반듯하게 행하는 외형적인 효과보다는 어린이들의 가슴에 ‘예수님이 참 좋아요’ ‘예은교회가 참 좋아요’ 라는 마음을 심어줄 수 있는 성경학교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었습니다. 공과 시간 외에는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수님이 좋아지고 교회가 좋아지도록 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사실 우리 어린이들은 너무나 지쳐 있습니다. 학교공부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우리 어린이들이 학원을 여러 곳에 다니다 보니 피곤이 좀처럼 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어린이들 자신도, 부모님들도 모릅니다. 저는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늘 피부에 와 닿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 혼자 힘으로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공부방은 다닐 필요가 없는 아이라고 말했더니 다른 곳으로 가서 더 지독한 공부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성경학교는 자연의 품속에서 실컷 놀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을 아이들 마음에, 눈에 담아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진 피곤을 풀어주고 예수님 안에서 새 힘을 얻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에 얽매여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신나게 물놀이를 하다가 간식을 먹으러 나오면 찰흙으로 만들기도 하고, 편지 쓰기도 하고, 달걀에 웃는 얼굴 그리기도 했습니다.
첫째 날 밤에는 출애굽여행을 했습니다. 우리가 죄의 유혹에 얼마나 쉽게 넘어갈 수 있는가를 체험해 보았구요, 죄에서 우리가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은 그 어떤 선행이 아니라 오직 예수님이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어둠에 쌓인 시골길을 걸으면서, 그리고 죄의 유혹을 물리치면서, 혹은 죄의 유혹에 빠져 그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어린이들은 너무너무 재미있어 했습니다.
둘째 날 밤에 이루어진 장기자랑 또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한승호 선생님과 남자아이들의 웃기는 태권도 시범에 우리는 그만 배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진민경 선생님과 여자 어린이들의 춤은 정말 멋졌습니다. 진민경 선생님이 바이올린 연주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춤도 멋지게 춥니다.
장기자랑 후에 있은 촛불기도회가 끝나자 어린이들이 출애굽여행을 다시 하자고 목사님을 졸랐습니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담력기르기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습니다. 5-6명씩 조를 이루어 깜깜한 산기슭을 돌아섰을 때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보고 여자 어린이들이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어린이들을 놀라게 하려던 한승호 선생님이 오히려 당황을 해서 어린이들을 안심시키려고 애를 씁니다. 아이들은 울면서 한승호 선생님을 때립니다. 아이들이 어찌나 세게 때렸던지 한 선생님은 다음 날까지도 아프다고 했습니다.
한승호 선생님은 목사님과 둘이서 돌덩이가 가득한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서 텐트를 쳤습니다. 두 분의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아이들과 너무나 잘 놀아주는 한승호, 진민경 선생님의 인기는 최고였습니다. 어린 유현이는 진민경 선생님을 엄마인듯 따라 다녔고, 밤에는 진민경 선생님의 품안에서 잠들었습니다.
유치부 교사인 변미원 집사님은 아주 많은 것들을 준비했습니다. 유치부 꼬마들은 병아리가 어미 닭을 따라다니듯이 변미원 집사님을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유치부 보조교사인 김진영 학생은 유치부 어린이들이 물에 들어갔을 때 돌보는 것은 물론 저학년 여자 아이들의 머리를 빗겨주는 일을 맡았습니다. 저마다 어쩌면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보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가슴에 벅찬 감동이 찾아왔습니다.
어린 유현이가 저를 자꾸만 톡톡 건드리며 간절한 눈으로 부탁을 합니다. 튜브를 가지고 싶다는 것입니다. 튜브를 사주었더니 무척 좋아합니다. 성경학교가 끝나자 그 튜브를 가게주인에게 주면서 가지라고 말해서 우리는 한참동안 웃었습니다. 어린이들 모두가 유현이와 유빈이를 잘 돌봐주었습니다. 그런 우리 어린이들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싸우지 않고 어린이들은 서로서로 양보하면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제가 미처 썬크림을 준비하지 못한 것입니다. 오이를 준비해서 맛사지라도 시켰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종일토록 노래하던 새들과 매미들, 그리고 물 위로 한없이 날아다니던 잠자리 떼, 물 속에서 우리 어린이들 다리를 간지럽히던 물고기들.... 물고기 잡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정은이에게 그물을 사 주었습니다. 어린이들은 모래무지, 중퇴기, 송사리 등 여러 마리의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잡은 물고기를 모두 놓아주었습니다. 물고기를 집에 가져가고 싶었던 정은이 마음이 많이 서운했을 것입니다.
사흘째 날, 떡볶이를 만들어서 물가로 가지고 갔습니다. 아이들이 떡볶이를 먹으며 참 맛있다고 야단입니다. 광원이는 “학교 앞에서 파는 떡볶이보다 더 맛있어요!.” 라고 소리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너스레를 떱니다. “얘들아, 선생님이 피아노 가르치지 말고 떢볶이 장사할까?” 그러자 아이들이 소리를 지릅니다. “네. 그렇게 해요.” 그래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피아노 가르치는 일보다 어쩌면 떡볶이 장사를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제가 만든 떡볶이를 사 먹을 때는 돈이 필요 없습니다. 교회에 다니겠다는 약속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교회에 다닌다는 말을 하면 일주일 내내 떡볶이를 그냥 먹을 수 있습니다. 물가에서 하는 떡볶이 장사는 정말 신났습니다. 반쯤은 남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맛있는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느라 물 속에 발 한 번 담가보지 못하신 분들, 최순예 권사님, 윤영운 권사님, 김인숙 성도님의 수고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린이들이 맛있게 먹으면 좋으셔서 자꾸 웃으시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2박3일 동안 아내를 빼앗기고(?) 혼자서 식사를 하셨던 김인배 권사님, 박영산 장로님, 그리고 너무나 착하신 김인숙 성도님의 남편 김재중 님....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토요일이라고 김인숙 성도님이 교회당 청소를 하러 왔습니다. 김인숙 성도님이 재미있는 말을 합니다. 일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 교회에 왔어요.” 라고 말했더니 남편이 “또 교회에 갔어?” “네. 또 왔어요.” “내일도 가나?” “내일은 주일이니까 물론이지요.” “아이구, 아예 교회에서 살아라.” “정말 그래도 될까요?”
김인숙 성도님은 2박3일 성경학교 기간동안 참 많이 애를 썼습니다. 두 분 권사님을 도와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설거지를 맡아놓고 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스물 한 명의 아이들이 옷을 벗어놓을 때마다 함지박에 담아 개울가로 내려가서 빨래를 합니다. 그리고 햇볕을 따라다니며 빨래를 널어 말립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물에서 나올 때마다 언제든지 보송보송 잘 마른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옷을 두 벌 씩 준비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첨벙첨벙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만약 김인숙 성도님이 빨래를 해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햇볕을 따라다니며 옷을 널어서 말려주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젖은 옷을 입은 채 밥을 먹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감기에 걸린 아이가 생겼을 지도 모릅니다. 김인숙 성도님의 아름다운 수고, 예수님도 기뻐하시며 고마워 하셨을 것입니다. 김인숙 성도님이 너무 예쁩니다. 김인숙 성도님에게 무엇이든지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줄 것이 없습니다. 제 마음뿐입니다.
너무나 행복했던 여름성경학교, 우리 성도님들의 관심과 기도와 하나님의 은혜로 잘 끝났습니다. 참으로 풍성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믿음이 자라고 또 자라서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열매가 맺힐 날이 꼭 올 것입니다.
(크리스챤신문. 2004.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