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꽃을 안은 당신
며칠 전 늦은 오후, 갑자기 전화가 울렸습니다. 음성에 계신 스님께서우리 법당 앞에 꽃을 심어주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법당 주변에 나무들은 많으나 꽃이 없어 허전했는데 너무나 고마운 말씀이었습니다.
얼마 전 음성 스님과 함께 어느 노스님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 노스님은 70이 다 되신 상태에서도 하루 딱 한 끼니만 드시고 혼자 깊은 산 속에서 수행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처음 얼굴을 뵙는 순간, 수행자의 풍모가 느껴졌으며 평생 정진한 꼿꼿한 자세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스님께 절을 올리니 맞절을 하셨습니다.
그리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중간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한겨울에 일기가 불순하여 어쩌다 감기에 걸리면 그냥 감기를 앓고 맙니다. 약을 일부러 찾아 먹진 않아요. 왜냐하면, 나에게 찾아온 임인데, 그걸 약으로 해결하면 반드시 나중에 또 찾아오게 되어있어요. 내가 잘못해서 찾아온 내 업인데 누굴 원망하고 억울해할 필요가 없지요. 아프면 아픈 대로 그 고통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으면 환희심이 납니다. 온몸이 시원해지지요. 잠시 감기와 같은 바람이 지나고 나면 아주 가벼워지지요. 업이 사라졌으니 당분간은 참 많이 편안합니다."
하시며 너무나 진지하게 저를 바라보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 한 끼밖에 드시는 것이 없기에 몸은 비록 꼬챙이처럼 깡 말라 있었지만, 평생을 수행하신 그 놀라운 의지력과 검소한 삶은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며 문을 나서는데 아무런 색깔이 없는 집 앞마당에 너무나 어여쁜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와, 꽃 무척 예쁘다!"
어린아이처럼 제가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거 제가 작년에 와서 심은 거예요."
음성 스님이 말했습니다.
"그래요? 꽃이 참 예쁘네요. 우리 법당에도 이런 꽃이 있었으면..."아무 생각 없이 말을 했는데, 어제 갑자기 스님이 한 아름 꽃을 들고서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참 대단하십니다. 어찌 이렇게 착한 마음을 가지셨나요?"
스님은 얼굴 가득 미소만 짓고서 묵묵히 꽃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노을에 물든 얼굴이 봉숭아 꽃처럼 붉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법당 앞에 꽃들이 한 아름 피어나 환하게 미소 짓고 있습니다.
이제 가을이 몇 번 지나면 꽃들이 눈부시게 피어나겠지요. 법당 가득 피어난 꽃은 오고 가는 이에게 많은 기쁨을 주고 수많은 사연으로 넘쳐나게 할 겁니다.
그런 날을 가만히 꿈꿉니다. 저는 여기 없어도 수많은 달이 뜨고 수많은 꽃이 피고 수많은 설렘이 가득하리라는 것을 하지만 이곳을 추억할 겁니다. 묵묵히 서 있는 탑과 같이 항상 이 순간과 이 공간을 사랑할 겁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꽃은 피고 지고……
하지만
꽃을 심은 마음 그 착한 향기는
결코 시들지 않지요.
꽃을 선물한 당신이 꽃입니다.
꽃을 안은 당신이 꽃입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꽃은 피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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