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가면 그대도 눈꽃으로 피어난다
태백산 눈축제
눈축제가 열리는 태백으로 향하는데 날씨가 봄날처럼 포근하다. 여행하기 더없이 좋은 날씨지만 목적지를 생각하니 오히려 조바심이 생긴다. 쾌청한 날씨가 펼쳐지는 고속도로를 줄곧 불안하게(!) 달리며 '과연 태백에 눈이 있을까'하는 생각에 페달을 밟은 발에 힘이 빠진다. 눈없는 눈축제, 생각만 해도 맥빠지고 황당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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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자동차가 국도로 접어들어 영월-상동으로 들어서자 아, 거짓말처럼 눈발이 날린다. 차창 밖으로 근사한 설경이 시작된다. ‘기차가 국경의 터널을 빠져나오자 거기 설국이 펼쳐졌다. 밤의 밑바닥이 환해졌다’로 시작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이 절로 떠올랐다. 한 발자국 차이에 어쩌면 이렇듯 감쪽같은 눈세상이 펼쳐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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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밖 설경 |
그런데 태백시의 입지조건을 살펴 보면 그 거짓말같은 눈세상이 단박 이해된다. 해발 1,567m의 태백산이 있는 태백시는 시 전체가 매봉산, 천의봉, 백병산, 함백산, 금대봉 등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해발 650m의 고원분지다. 그래서 1년중 겨울날씨가 5~6개월이나 될 만큼 길고, 강설일수도 근 한 달여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 다른 지역의 기후를 놓고 이 곳 날씨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건 뭘 몰라도 한창 모르는 셈이다.
축제가 열리는 태백산도립공원은 진입로에서부터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난다. '雪왕雪래! 눈을 따라, 추억을 담아'라는 플래카드와 포스터가 곳곳에서 흥을 돋운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태백산 눈축제는 지난 1월30일 축제 퍼레이드 및 개막식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2월8일까지 10일간 태백산도립공원과 황지연못, 오투리조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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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소망 청사초롱길 |
메인행사장은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 불탄 숭례문이 하얀 눈으로 복원돼 우뚝 서 있고, 석가탑과 다보탑, 박씨 물고 온 제비, 신랑신부 형상을 한 멋진 눈조각이 광장을 가득 메운다. 대학생들이 솜씨를 겨룬 눈조각 경연대회 우수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새하얀 눈밭 속에 알록달록한 청사초롱 터널은 마치 화려한 꽃송이 같다. 태백산을 찾은 사람들이 새해 소망을 담아 청사초롱에 매달았다. 또 공원 입구에서부터 당골광장에 이르는 길 곳곳마다 눈꽃마당 이벤트존, 포토존, 먹거리존 등이 형성돼 신나는 겨울놀이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얼음조각과 얼음미끄럼틀, 앉은뱅이썰매장이 있는 곳에는 아이들의 환호성이 그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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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박물관 |
당골광장 내 자리한 석탄박물관도 덩달아 축제기간이다. 전시실마다 관람객이 넘치고, 야외전시장에는 저마다 기념촬영으로 바쁘다. 이 곳에서는 석탄산업 변천사와 석탄의 역사적 사실들을 볼 수 있다.
태백시내에 있는 황지연못은 눈축제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밤이면 빛과 얼음이 어우러진 환상의 세계가 이 곳에서 펼쳐진다. 황지연못은 낙동강 1,300리의 발원지로, 이 못에서 솟아나는 물이 드넓은 영남평야로 도도히 흘러가게 된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곳에 살던 황부자가 시주를 하러 온 노승에게 시주 대신 두엄을 퍼주자 천지가 진동하면서 집터가 연못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을 주제로 한 얼음조각과 한지 작품이 전시되고, 아름다운 은하수 조명조형물이 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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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연못 빛과 얼음축제 |
이 밖에도 태백산 등반대회와 해발 1,400m 고원에서 즐기는 오투리조트의 파노라마 이글루 등 다이내믹한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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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만든 숭례문 |
*맛집
고원한우로 유명한 태백에는 유달리 고깃집이 많다. 강원도지정 한우 전문판매점인 ‘농원한우실비(033-552-0999)’를 비롯해 ‘태백으뜸한우촌(033-553-8556)’, 태백시청 후문쪽에 있는 ‘태백생고기전문점(033-552-3566)’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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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만든 초가집 |
태백시 상장동에 있는 너와집(033-553-4669)은 상호에 걸맞는 너와집이 음식점 건물이다. 태백시 백산에 있던 120년된 너와집을 이 곳으로 옮겨와 복원한 것으로, 현재 남아 있는 너와집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고 건축양식이 정교하다. 생활사박물관이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볼거리가 많은 이 곳 너와집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점 100선에 들 정도로 음식도 괜찮다. 돌솥밥과 너와정식이 주메뉴다.
*가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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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촌 |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호법분기점 -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제천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 방향으로 향한다. 영월에서 태백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를 타면 상동 - 태백시에 이른다. 눈축제가 열리는 태백산도립공원은 태백시로 들어가기 전에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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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튀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