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입니다.
농사를 짓는 젊은 농사꾼입니다.
[1]귀농에 대하여
귀농을 하려는 분이나 귀농을 하신 분들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을 적어 봅니다.
도시에서 사시다가 농사를 지으려 농촌에 오시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 마음을 먹고 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일도 어려운데 농사를 지으며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을 이루는 일 쉬운 일이 더욱 아니지요.
농사를 평생 지으면서도 빚더미에 올라앉는 농민들이 이웃에 흔한데 농사에 서툴고 농촌사정에 밝지 않는 분들이라면 여러 면에서 신중해야 할 부분이 많으리라 봅니다.
제 생각이 귀농을 하려는 분들에게 보탬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곰곰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적어 봅니다.
농사를 지어서 사는 문제를 해결하녀 농촌에서 살려면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개개인의 준비나 각오 여건이 각각이겠으나 귀농을 바라보는 보편적 시각으로 적어 봅니다.
우선 귀농을 하시는데 있어 도시 생활의 모든 것을 청산하는 것 처럼 옮겨 오기 보다는 점진적인 준비과정이 있었으면 합니다. 도시에서 몸담았던 직장이나 직업을 가지고 농촌지역으로 옮겨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무원이나 교사 혹은 농촌지역으로 발령이 가능한 직장이라면 원하는 농촌지역으로 옮겨와서 직간접적인 생활을 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도로 여건이 좋아 시청소재지나 군청소재지에서 그 행정구역안의 농촌은 30~40분 이면 충분히 오갈수 있는 거리입니다. 원하는 농촌에 집을 구하여 거기에서 직장을 오가면 농사를 짬짬이 지어 볼 수 있습니다. 이웃과 사귀면 여러가지 농사기술을 배울 수 도 있구요. 저는 농사가 최고로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만 이러한 시각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생각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잘 되지 않거나 귀농하는 생각이 모자랐을때 그 휴유증을 줄일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간혹 저런분이 왜 농사를 지으려 하실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고 얼마지나지 않아 떠났다는 이야기와 빚을 많이 졌다는 소리를 듣고는 무척 딱하게 여긴 적이 있습니다. 도시에서 자기가 가진 것중에 귀농에 유용하게 쓰일 것은 꼭 챙겨오는 것이 좋습니다.
농사를 지어서 먹고살기가 결코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제 이웃에 한 분은 서울에서 사시다가 귀농을 작정하고 지하철 공사장에서 3년을 막일하며 돈도 모았답니다. 그리고 귀농할때 그곳의 폐자재를 실고와 직접 집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농사일이 바쁘지 않을때 집수리하는 업자를 따라 다니며 일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이웃에서 집수리를 직접 부탁하여 오기도 한답니다. 최대한 자급하며 청빈하게 살아가며 이웃을 생각하는 그분의 자세가 좋기도 하고 완전히 농사꾼으로 자리잡은 일꾼이어서 더욱 좋습니다.
학원강사를 하셨다면 귀농하고 싶은 곳의 중소도시에 가서 그런 일자를 찾아서 농사일 병행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술을 가지신 분이라면 소도시에서 그 기술을 이용하면서 농사를 지어 보세요.
점진적으로 농사를 통해, 전업으로 농사를 지을 확신이 있으면 그때부터 농사에 매달려도 크게 늦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없이 무턱대고 귀농하게되면 정착할때 까지 겪을 어려움은 무척 클것입니다.
그리고 귀농한 다음 본인의 결정이 경솔하였다는 것을 느끼게 되거나
농사를 지어서 살아갈 확신이 없어지게 되거나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헤어나지 못할 만큼 되었을 때 본인의 피폐해질 삶이나 가족의 어려움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2]농지에 대하여
귀농을 하는데 땅은 중요하지요
농사에 땅을 빼면 가능한 일이 아니지요.
농사에 필요한 땅은 농사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고 넓은 면적이 필요한 농사도 있고 입지만 된다면 좁은 면적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내 먹을 양식은 내가 농사지어 먹겠다는 생각으로 농사를 짓는다면 제법 넓은 땅이 필요합니다.
저는 5년전에 농업후계자(지금은 농업경영인) 로 선정되어 3천만원을 빌릴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IMF 상황이라 5%의 장기저리의 정책자금은 괜찮은 조건이었지요. 저는 농업후계자 신청당시 농지구입자금으로 쓰겠다는 목적이었지요.
곰곰히 생각하다가 결국은 자금을 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논을 살 작정이었습니다. 무농약 농사를 지으면 판매할 곳이 있어 친환경농업에 필요한 논을 구입할 계획이었지요.
이렇습니다. 당시 논 한평에 35,000원 ~40,000원이었습니다(지금은 5,000원~10,000원 가량 내렸습니다).
이곳은 250평이 한마지기입니다. 한마지기 사려면 8백만원에서 1천만원의 구입비용이 들어갑니다. 정부에서 싸게(?) 빌려주는 돈으로 땅을 사면 한마지당 40만~ 50만원의 이자(5%)를 매년 갚아야 합니다( 원금은 몇년뒤에 갚기 시작하면되지만).
소작을 하면 한 마지기에 쌀 한가마면 됩니다. 16만원의 토지사용료만 내면되지요. 내땅이 아니니 세금없고 의료보험료 연금에 가중치 붙지 않고.
250평에 수확하는 쌀을 4가마라 치면 4* 16만원= 64만원의 수입이 되는데 정부에서는 40만~ 50만원의 이자를 받아 갑니다.
농사짓는데 들어간 비용을 감안하면 계산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저는 수확량의 1/10 정도의 토지 이용료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64천원의 이자를 맞추자면 정책자금은 0.64~0.8%의 이율이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즉 농지구입자금의 이자가 1%는 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생산성이 지극히 낮은 농사에 있어서 5%의 이율은 너무 높다고 생각하여 저는 정책자금 수령을 거부했습니다. 물론 많은 젊은 농군들이 정책자금을 많이 받았지요. 그것은 땅이 필요하기도 했겠지만 땅값이 오를것이라는 투기적 기대심리가 많이 작용한 탓이라 여깁니다.
작년에 정부에서 비농민들이 농지를 300평까지 구입할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사상유래 없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포기한 이유는 땅값하락을 막을려는 의도입니다. 대다수의 농민들이 농지를 저당잡혀 돈을 빌려쓰고 있는데 담보가치의 하락은 농협등 농촌금융기관의 부실을 가져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막을 목적이 하나의 이유이다고 보고, 또 다른 이유는 높은 농지값을 유지하여 농사지을 목적으로의 농촌유입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봅니다.
가능하면 농지를 섣부르게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농지는 현재의 땅값으로는 아무리 싼 땅이라해도 보통의 농사로는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우선을 빌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싼 임대료의 위토(묘지를 관리해 주면 경작권을 주는 땅)나 문중땅은 큰 무리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쓸 수 있지요.
지금 땅값도 조금 내렸고 정책자금 이율도 대폭낮춘다고는 하지만 농사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귀농을 하는데 있어 농지구입으로 무리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농지를 사는데는 큰 돈이 들어가거든요. 물론 형편이 풍족한 분들은 예외겠지만요.
이계산 저계산을 맞추려면 아주 아주 싼 땅을 구입하시던지
아니면 아주 아주 돈되는 농사를 짓던지 해야하는데 이런 일을 농사지을려는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바랠 요행수는 아니지요.
[3]부부가 함께 귀농하려면
사람사는게 어디 같을 수야 있겠냐만은 그래도 농사를 지으려 귀농하려면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총각이라면, 평생 혼자 살 생각이 아니라면 일가를 뜻 맞는 분과 일가를 이루어 정착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다.
귀농의 결정에 부부가 서로 상의하여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싶지 않을 듯 싶습니다. 짐작에 아마 남편들이 귀농에 적극적이고 부인들이 반대하거나 소극적일 것 같습니다. 물론 아닌 경우도 많겠지만....
귀농에 있어 본인의 결정을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무시하여서는 큰 탈이 나기 쉽습니다.. 농사를 짓겠다는 남편의 결정에 이혼으로 답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귀농을 남편들이 많이 생각한다는 짐작으로 짚어 보면
우리 사회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가부장적인 잔재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귀농이라는 큰 결정에 있어 부인에게 강요하거나 폭력적인 결정과정(?)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부인들이 많이 반대 하겠습니까. 우선은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가정의 살림을 챙기고 늘 꼼꼼하게 자식 뒷바라지를 생각하는 주부이자 어머니로서 염려이고 책임감에서 라고 봅니다. 먹고 사는 것에 보장이 없는데 덜컥 땅사고 이사간다고 쉽사리 될 일이 아닌 것이라는 것을 주부들을 미리 생각할 것입니다. 둘째는 농사일이 그야 말로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일인데 농촌주부에게 돌아올 농사일과 가사노동등 힘겨운 일을 짐작해서도 그럴 것입니다. 셋째는 불편한 교통과 병원, 장보기, 이웃들의 지나친 관심등 불편한 환경과 완전히 다른 생활환경이 도회지에서 오는 새댁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상의하여 이 어려움을 피해갈 지혜를 같이 찾아 보거나, 어려움을 능히 이겨내리라는 믿음을 주어야 동행길로 같이 나서리라고 봅니다.
귀농을 하려면 살림을 사는 주부들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것 저것 가릴것없이 모든 것이 원만하여야 한 가족이 화목할수 있듯이, 농사도 일년 열두달 신경쓸 것이 끊이지 않고 이웃들과도 사이가 원만하여야 하고 힘든 농사일에도 이겨낼 건강도 있어야 하고, 농사를 꾸려갈 밑천도 살펴야 하고 농사지어 들어올 돈과 씀씀이도 서로 맞추어야 봐야 하는 등 복합적이고 심신을 고루 써야 하는 일이어서 살림과 농사는 크게 보아 닮은 꼴입니다.
농사를 짓자면 누구 보다도 가정이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집안 대소사를 결정함에도 그렇지만 가사 노동을 함께 하지 않으면 이겨낼 여장부가 없습니다. 이미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일은 퍼질러 놓고 방치하거나 뒷마리를 부인들에게 미뤄 버리는 일이 허다합니다.미리 의논을 하면 잘못될 경우도 줄일 수 있고 힘들때 서로 기운빼는 일이 없을 수 있습니다.
변한 여건에서 남편이 가장 든든한 기둥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농촌에는 젊은 부부들의 이혼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여건, 힘든 농사일, 가정적이지 못하고 무뚝뚝하며 무책임하다시피한 남편 등등의 이유로 부인들은 남편과 자식을 남겨두고 새 인생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농사일은 부인들에게는 더욱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농사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부인들 고려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함께 짓는 농사를 남자들의 노동중심으로 펼쳐놓는다면 이래 저래 힘들 수 있습니다.
아니면 부인들의 능력이 된다면, 부인들이 농사일에 관심이 없다면 굳이 같이 농사지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남편이 농사짓고 부인은 직장을 가져 일하며 쉬는 날이나 남편이 아주 바쁠때 거드는 식의 농사가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남편과 부인이 사정이 바뀐 경우에도 부인이 농사일 하고 남편은 직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농사가 가지는 불규칙한 수입를 보완할 수도 있고, 부부사이의 마찰을 줄일수도 있으리란 생각을 해 봅니다.
민주적인 가정이 건강합니다. 귀농을 하려는 가장 큰 목적이 건강한 삶 아닙니까. 가정이나 귀농후의 삶이 건강하자면 여러 관계를 이해하고 원만하게 풀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