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
(가) 주관적 묘사와 객관적 묘사
묘사는 그리는 것이다. 그림의 기초가 묘사이듯이 글쓰기의 기초도 외면 묘사이다. 외면을 자세히 사진 찍듯이 그려 나가는 것을 객관적 묘사라고 하고 대상을 그리되 그리는 사람의 마음이나 주관 혹은 기분에 따라 변형하여 그려 나가는 것을 주관적 묘사라고 한다. 사진을 찍는 목적은 백과사전을 만들려는 데 있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대상을 빌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데 있다. 전자가 객관적 묘사(다른 말로 정적 분석, 혹은 물리적 분석)이라고 한다. 후자가 주관적 묘사이다.
일반적으로 객관적 묘사의 대상은 대표 대상일 때가 많고 주관적 묘사의 대상은 특정 대상이 처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 예를 보자.
(가) 호랑나비의 날개 길이는 8-10cm이다. 날개의 바탕색은 검은데 바탕 색 위에 암황색 빛깔의 얼룩무늬가 찍혀 있다.
(나) 호랑나비 한 마리가 맨드라미 대가리를 물고 늘어져 있다. 화려한 춤 솜씨도 잃어 버려 맨드라미 맛이 소태맛이다.
(해설) (가)는 객관적 묘사이고 (나)는 주관적 묘사이다. (가)의 호랑나비는 대표자로서의 호랑나비, 즉 모든 호랑나비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고, (나)의 호랑나비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주관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상황 지어진, 병이 든 특정한 대상의 호랑나비이다. 늙음을 탄식하는 그림을 그리는 자의 마음(인생 무상감)을 호랑나비를 빌려 표현하였다.
객관적 묘사는 묘사의 본령이 아니다. 묘사의 본령은 문학적 진술인 주관적 묘사일 때 그 가치를 발휘한다. 따라서 논술에서는 문학적 묘사, 주관적 묘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논술에서는 객관적 묘사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분석과 구별되지 않는다. 물리적이고 정적인 분석이 객관적 묘사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 개의 문장을 문단으로 확장하는 방법을 강의할 때는 묘사를 뺀다. 그냥 분석이란 용어로 대체한다.1)
(나) 동적 묘사와 정적 묘사
동적 묘사란 무생명의 대상을, 살아 숨쉬듯 생동감 있게 그리는 묘사를 말하고 정적 묘사란 정지한 사물을 사진 찍듯이 그리는 묘사를 말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정도의 문제이지 절대적으로 구별할 것은 못된다. 묘사란 어차피 눈에 보이듯 생동감 있게 그리는 것이 아닌가? 어디까지나 동적 묘사를 지향하지만 그 정도에서 차이가 난다. 그 구별은 상대적이다. 객관적 묘사가 좀더 정적이라면 주관적 묘사가 좀더 동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어차피 주관적 묘사는 문학적 진술이고 문학적 진술의 목적은 생동감을 부각시켜 감동의 깊이와 폭을 깊게 하고 넓게 하는 데 있으니까 말이다.
(다) 묘사와 순서
묘사는 되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림을 그릴 때의 순서와 비슷하다. 우선 전체의 윤곽을 잡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혹은 왼쪽에서 오른쪽이라는 공간 질서에 따라 그려 낸다.
1) 글의 전개 방식으로는 묘사로 분류되는 주관적 묘사와 객관적 묘사지만, 글의 진술(서술) 방식으로 보면 주관적 묘사만이 문학적인 진술 방식으로서의 ‘묘사’이다. 객관적 묘사는 글의 진술(서술) 방법으로 보면 실용적 진술(서술) 방식으로서의 ‘설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