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이 부목(Shin Splint)은 참 애매한 진단명이다. 예전에는 무릎에서 발목 사이의 모든 다리 통증을 지칭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주로 내측경골 스트레스 증후군과 동의어로 많이 쓰인다. 이 글에서는 무릎에서 발목까지의 통증에 대해 모두 다루어 보고자 한다.
필자의 경우 풀코스를 달리고 나면 허벅지 앞부분인 대퇴사두근이 아프고 당겨서 며칠 동안 달리기를 못 한다. 며칠 후 대퇴사두근이 좋아져서 달리러 나가면 어김없이 회복되지 않은 것이 전경골근의 통증이다. 전경골근은 정강이 앞부분에서 바깥쪽으로 만져지는 근육으로, 주로 발목을 들어 올리는 일을 한다. 평소 무릎에 부담 주는 게 불안하여 언덕 훈련을 거의 하지 않는 필자로서는 풀코스를 달릴 때 만나는 오르막만으로도 전경골근이 며칠씩 회복되지 않는 부상이 온다. 오르막을 달릴 땐 평지보다 발목을 많이 들어올려야 하므로 전경골근이 일을 많이 한다. 전경골근이 평소보다 힘들게 일하면 일시적으로 근육의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서 근육이 부어오르기도 하고, 근육이 뼈에 부착되는 부분인 골막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어 그 여파가 며칠씩 미친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풀코스 완주 후 한 4일 정도 쉬어주면 가벼운 조깅 정도는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돌아온다.
글 싣는 순서
1. 달리기 부상이란? 2. 슬개 대퇴 증후군 3. 장경인대 증후군 4. 정강이 부목 5. 아킬레스건염 6. 족저근막염 7. 스트레스 골절 8. 햄스트링 염좌 9. 내과적 부상(심근경색증, 탈수증, 일사병) 10. 기타(발톱 밑 출혈, 물집, 티눈)
- 달리기 부상의 15% 차지
일단 다리의 해부학적 구조를 보자. 무릎 아래의 다리는 경골과 비골이라는 두 개의 뼈와 네 개의 구획으로 나뉘어 있다. 손으로 정강이 앞부분을 만졌을 때 손에 잡히는 뼈가 바로 경골이며, 비골은 근육 속에 들어가 있어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다. 체중을 지탱해야 하는 큰 힘을 내야 하고, 이 구획들이 비교적 단단한 막으로 경계가 지어져 있어서 근육이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각 구획별로 문제가 일어나기 쉽다. 전경골근은 전방 구획에 있고, 제일 흔하다고 알려진 내측 경골 스트레스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은 심부 후방 구획에서다.
1. 내측 경골 스트레스 증후군(Medial Tibial Stress Syndrome)
통증이 경골의 내측면을 따라 있으며, 국소적이긴 하지만 좀 길게 퍼져 있는 편이고, 활동을 할수록 심하게 아파온다. 달리기 선수들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연구에 따라서는 전체 달리기 부상의 1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후경골근이나, 가자미근, 혹은 장지굴근의 건이 뼈에 붙는 부위의 골막이 자극되어 생기는 골막염 또는 골막 스트레스 반응이다.
초보 혹은 초보를 면해서 한창 달리기에 재미를 붙였을 때(주당 30∼50km 정도) 스피드 훈련이나 고강도 훈련을 적응 기간 없이 너무 일찍 시작할 경우 잘 생긴다. 생역학적으로는 근육의 피로, 근육과 건의 유연성 감소, 평발, 거골하관절의 과운동성, 과회내 등이 연관된다. 처음에는 달릴 때 잠깐 아프지만 달리다 보면 통증이 사라지다가, 점점 증상이 심해지면 달리는 동안은 물론이고 달리기를 그치고 걷는 중에도 아파온다. 스트레스로 골막에서 조골세포(뼈를 만드는 세포)가 나오며, 스트레스를 견디려고 골막이 두꺼워지며 새 뼈가 생긴다. 진단은 경골의 후내측에 통증이 있으면서 저항성 근력 운동, 특히 뒤꿈치 들기 등을 할 때 통증이 심해진다.
방사선 검사를 해보면 정상이거나 골막 부위가 약간 두꺼워진 소견을 보인다. 가장 예민한 진단법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골 주사 검사로, 경골을 따라 길게 동위원소 침착이 증가한 소견이 보인다.
치료의 제일 중요한 원칙은 휴식이다. 골막이 스트레스에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다른 부상에서도 기본 방법인 PRICE 원칙(지난 호 참조)에 준해서 치료한다.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 등의 대체 훈련으로 심폐 지구력을 유지하고, 통증 유발 요인을 찾아 교정해야 한다. 딱딱하지 않은 주로에서 연습하고, 경사진 길은 피한다. 훈련 스케줄을 조절하여 급작스러운 과훈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과회내를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신발을 고르고, 하지에 대한 다양한 스트레칭과 근력 강화가 필요하다. 만성적인 경우 보조기가 도움이 된다.
2. 전방 정강이 부목(Anterior Shin Splint)
필자가 서두에 언급한 경우다. 발끝을 많이 사용하는 주법으로 달리거나 안 하던 인터벌 훈련을 시작하든지, 과도하게 유연하여 잘 휘어지는 신을 신고 달릴 때 잘 생긴다. 발목이나 발가락을 들어 올릴 때 통증이 심해진다. 일단은 휴식을 취해야 하며, PRICE 법에 준해 치료한다. 훈련 방법을 점검하여 주법이나 스케줄을 조절하고, 너무 유연한 러닝화는 피한다. 전경골근을 포함한 전방 구획 근육의 근력 강화와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대개는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훈련을 조절하면 증상이 사라지지만, 증상이 심하고 휴식 후에도 자주 재발하면 근막 절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3. 외측 정강이 부목(Lateral Compartment Syndrome)
빈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외측 구획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외측 구획의 근육들은 주로 발목의 외반(Eversion)을 담당하는 근육들이다. 과회내와 과도하게 유연한 발목이 있는 주자에게 흔하다. 외측 발꿈치 쐐기(Lateral Heel Wedge)나, 힐 카운터(Heel Counter)가 단단한 신을 신으면 발이 중립 위치로 잘 고정되어 재발이 방지된다. 정강이 부목은 모두 과훈련과 관련이 있고 적절치 못한 신발, 경사진 도로에서의 훈련과 관계가 있다. 신호가 올 때 적절히 훈련을 줄이면 그 선에서 끝나지만 무시하고 계속 훈련하면 뼈에까지 영향을 주는 심각한 부상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자기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 부상을 관리해야 한다.
글: 장성구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0년부터 성애병원 재활의학과장을 맡고 있다. 2001년 첫 마라톤 완주 이후 풀코스를 8회 완주했으며, 최고기록은 3시간46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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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정강이 부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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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측 정강이 부목 | |
사진·김정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