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02] 도초면 화도 장어탕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입력 2022.07.06
붕장어탕/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올여름은 폭염이 길어지고, 집중호우도 예상된다. 이제 기후 위기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었다. 여름을 잘 나려면 몸을 추슬러야 한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장어가 인기다. 장어 삼총사로 갯장어, 뱀장어, 붕장어를 꼽는다. 여름에 과할 정도로 대접을 받는 갯장어와 달리 일 년 내내 큰 역할을 하고도 저평가된 장어도 있다. 자산어보에 ‘해대리(海大鱺)’라 기록한 붕장어다. ‘맛이 해만리(海鰻鱺)보다 낫다’고 했다. 해만리는 뱀장어를 말한다.
붕장어를 잡는 ‘장어주낙’/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일제강점기에 수산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우리 바다와 어촌을 조사해 기록한 ‘한국수산지’에 우리 민족은 장어를 옛날부터 즐겨 먹지 않았다고 했지만, ‘경세유표’나 ‘탐진어가’를 보면 백성들은 장어를 보양으로 즐겨 먹었던 것 같다. 어류의 모양이나 뜻을 중시했던 양반들은 뱀을 닮은 장어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후 장어는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했지만 국내 소비량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붕장어는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서식하며, 뱀장어나 갯장어에 비해 싸고 회·탕·구이 등 쓰임새가 다양해 인기였다.
도초면 화도/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장어탕은 기장, 통영, 여수, 고흥 등이 유명하지만 신안군 도초면 화도 장어탕도 빠지지 않는다. 도초도 바다는 펄과 모래가 섞여 있어 장어가 좋아하는 서식처다. 그 섬에 장어를 잡아 생활하는 어부들이 있다. 선창 입구에 줄지어 세워져 있는 장어주낙틀에 멸치, 전어, 정어리 등을 끼워 잡는다. 노부부가 감당할 만한 배를 가지고 당일 잡아 오는 장어들이다.
장어를 잡기 위해 주낙에 미끼를 끼우고 있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밤에 활동하는 장어를 잡기 위해선 첫새벽에 나가 조업해야 하기에 노부부에게 버겁다. 그래도 장어로 일 년 내내 섬살이를 할 수 있으니 여름철에 잠깐 얼굴 내미는 갯장어보다 붕장어가 효자다. 마치 명절에 와서 용돈 주고 가는 자식보다 부모 곁에서 묵묵하게 도와주는 자식처럼 말이다. 선창에는 맛있는 장어탕을 끓여 주는 식당이 몇 집 있다. 여행객의 호주머니를 탐하는 그런 식당이 아니다. 소금농사, 쌀농사, 대파농사, 시금치농사 등 농사로 사철 바쁜 주민들이 많이 찾는 식당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