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채나무
요즈음은 온통 장미 꽃이다. 담장을 넘어 붉게 핀 꽃송이들이 너무나 탐스럽다. 붉은 색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란색, 분홍색, 검붉은 색, 연한 분홍색, 연한 주황색 등 다양하다. 크기도 다양하고 장미의 줄기도 얼마나 다양한 지 모른다. 하나같이 모두 그 아름다움을 형언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찌 그리 아름다우며 어찌 그리 향기로운지 참으로 알 길이 없다.
이런 놀라운 꽃의 세계가 펼쳐지는 가운데 나의 눈에 들어온 나무가 있다. 요즈음 나이가 들어선지 나무와 식물에 관심이 간다. 말채나무가 나의 관심 속에 들어왔다. 말채란 말채찍에서 온 말이다. 나뭇가지가 제법 낭창하므로 말채찍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마춤이다. 말타기 전에 이 나무의 가지를 그냥 잘라 말을 몰면 될 것 같다. 직접 어린 가지를 만져보니 매우 부드러웠다. 그런데 이 나무를 알기 전에는 도대체 왜 이름이 말채나무인지 그리고 이름이 뭔지 몰라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알고 나니 간단했다. 말채니까 말채나무다.
어느날 자주 산책하는 길을 따라 가는데 꽃피는 나무가 있었다. 층층나무 같기는 하지만 층층나무는 벌써 꽃이 떨어져 작은 열매를 이미 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형도 달랐다. 꼭 감나무 같은 그런 수형이다. 줄기가 곧지 않고 자유롭고 수피가 갈라지고 검은 색에 가깝다. 이팝나무 같기도 했지만 이팝나무와는 꽃의 모양이 달랐다. 그리고 이팝이 진지 오래고 이팝나무도 이젠 열매를 달고 있다. 도대체 무슨 나무일까 궁금해 이곳 저곳을 통해 알아보니 말채나무였다. 이제 보니 산 중간 중간이 이 꽃으로 말미암아 제법 군데 군데 하얗게 눈이 온 것 처럼보인다. 이 오월에 눈이 올리가 없다. 나무에 흰 꽃이 무리지어 피었기 때문이다. 아직 밤나무 꽃이 활짝 피기 직전이다. 밤나무가 이제 긴 꽃술을 매달고 활짝 피기를 기다리고 있는 때다. 그렇다면 이 시기, 다시 말해 층층나무가 꽃을 피우고 떨어진 후, 밤나무가 꽃을 활짝 피우기 전에 산 기슭과 골짜기 깊은 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나무는 바로 말채나무다. 말채나무가 정말 내 가까이 있었는데도 알 지 못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말채나무를 어디에서나 만나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불러 줄 수 있을 것 같다. 찾아보니 다른 이름도 있었다. 빼빼목, 신선목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었다. 옛날부터 이 나무로 살을 뺐다고 한다. 그 이름이 그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마을 입구에 심겨져 마을을 지키는 당산목으로도 사용되었다. 이렇게 어쩌면 흔한 나무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하는 아쉬움도 있고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멋진 나무를 알게 되어 잔잔한 기쁨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검색해보니 정원수로서 흰말채, 노랑 말채, 주황 말채 등 줄기의 색깔이 아름답다. 말채나무가 정원수로서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각기 종류대로 참으로 다양하다. 다양한 것이 좋다. 같지만 다른 것, 이것이 좋다. 아름다운 계절 오월에 나는 이상한(?) 발견을 했다. 어쩌면 나도 이상한 사람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