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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6
공연 속으로 들어온 로봇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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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노이드 로봇 기수 ‘콜리’가 달리는 경주마 위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망가진 장면. 옆에 쓰러져 있는 여자 배우는 콜리를 연기하는 인간 배우예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로봇 콜리를 이동시키는 등 함께 연기했죠. /국립극단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으로 설명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일상이 변화하는 걸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행복하게 할까요? 오래전부터 여러 작가가 이 질문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해왔어요. 기술이 발달하는 속도가 빠른 만큼 걱정과 우려도 큽니다. 많은 SF 영화나 소설도 긍정적인 미래보다 인간이 기술에 지배당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지요.
기술 중에서도 인간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로봇이에요. 과거에 로봇은 사람을 닮은 모습을 하고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인공지능(AI) 기술 혁명으로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인간과 소통하는 존재로 진일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외모를 닮은 로봇을 '휴머노이드(humanoid)'라고 부르는데요. '사람'을 뜻하는 'human'에 '~와 닮은'이란 의미를 가진 접미사 '-oid'가 합성된 영어 표현이에요. 얼마 전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공연에서 다뤄졌어요. 연극 '천 개의 파랑'(4월 16~28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수(騎手) '콜리'가 나왔어요. 무인 공장에서 일하는 유일한 인간 노동자 '준'의 이야기가 펼쳐진 뮤지컬 '오즈'(2월 27일~4월 28일)도 있습니다.
인간을 대체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수 '콜리'
연극 '천 개의 파랑'은 공연을 제작한 국립극단 74년 역사상 처음으로 로봇이 배우로 등장해 화제가 됐습니다. 로봇 '콜리'는 145㎝의 키에 브로콜리색 초록빛 몸통을 가졌어요. 얼굴은 동그란 LED로 제작됐고, 초록빛 타원형 눈이 반달 모양으로 바뀌는 식으로 웃는 모습이 표현돼요. 가슴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콜리의 대사가 나옵니다. 상반신과 팔, 손목, 목 관절 등을 움직이지만 하반신은 움직일 수 없어요. 그래서 콜리를 연기하는 또 다른 인간 배우가 등장해 로봇 콜리를 움직이는 등 함께 연기했죠.
2020년에 출간된 천선란 작가 소설 '천 개의 파랑'이 원작이에요. 소설과 연극은 2035년 경마 경기에서 기수가 인간에서 로봇으로 대체된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죽음에서 자유로운 기수가 등장하자 경마장은 열기로 들끓어요. 말이 달리는 속도도 점점 빨라졌죠. '콜리'는 학습 휴머노이드용 칩이 연구원 실수로 잘못 장착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수예요. 자신이 타고 달리는 말 '투데이'와 감정적으로 교감해요.
그러다 콜리는 더 이상 투데이가 달릴 수 없게 됐음을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콜리는 투데이가 경마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신의 몸을 던져 희생하죠. 그렇게 하반신이 망가져 폐기를 앞둔 콜리를 10대 소녀 '연재'가 발견하고 구해낸 뒤 수리해줍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소설과 연극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천천히 뛰어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인간과 AI 로봇의 우정
뮤지컬 '오즈'의 주인공 '준' 역시 기술의 발전이 마냥 즐겁지는 않은 인물이에요. 준은 모든 일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체한 일터에서 일하는 유일한 인간이에요. 준의 낙은 일이 끝난 후 가상현실 게임 '오즈'로 도피하는 것이지요.
오즈는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마법 나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어요. 캔자스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녀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도착한 곳이죠.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떠난 여정에서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를 만나고 이들과 함께 모험하는 이야기인 '오즈의 마법사'는 지금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입니다.
준이 퇴근 후에 하는 가상현실 게임 '오즈'는 '오즈의 마법사'와 줄거리가 같아요. 게임의 규칙은 인간과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이 한 팀을 이뤄, 단계별 미션을 수행하는 겁니다. 준은 게임에서 AI 로봇 양철 나무꾼을 만나요. 둘은 한 팀이 되고, 미션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준은 그저 AI 로봇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양철 나무꾼에게 일터와 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우정을 느끼게 되지요.
마침내 오즈의 마법사를 찾는 게임의 마지막 단계를 통과한 두 사람은 소원 하나를 이룰 수 있게 돼요. 준은 많은 돈을 버는 것이 꿈이었지만, 양철 나무꾼의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줘요. 바로 '인간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뮤지컬 '오즈'는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했는데요. 관객들은 조명과 소품을 통해 눈앞에서 가상현실 게임 세상이 펼쳐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환호와 박수를 유도하며 관객을 공연에 참여시키는 점도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였습니다.
공연은 연출부터 무대 구성, 연기까지 모두 사람의 창의성이 바탕이 돼 만들어지는 예술이에요. 연극 '천 개의 파랑'과 뮤지컬 '오즈'는 이런 공연 예술에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이야기와 기술을 접목하면서 주목을 받았답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이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사람과 로봇을 향한 인간의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 때문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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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신이 망가져 폐기를 앞둔 콜리를 발견하고 구해낸 뒤 수리까지 해준 10대 소녀 ‘연재’가 친구와 함께 나간 경진 대회에서 2위를 하고 난 뒤 가족들, 그리고 콜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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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오즈’의 주인공 ‘준’(오른쪽)과 AI 로봇 양철 나무꾼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 /아뮤즈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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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 기획·구성=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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