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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1
기후 변화 막아주는 해달
▲ 미국 캘리포니아 모로베이 바닷물 위에서 배를 내밀고 둥둥 떠다니는 해달. /위키피디아
일본에서 드라마 'EYE LOVE YOU'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라고 해요. 일본 여성이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지요. 남자 주인공은 멸종 위기 동물을 연구하는 대학원생으로, 해달을 남달리 좋아합니다. 많은 해양학자는 해양 포유류 중에서 가장 작고, 예쁘고, 귀여운 동물로 해달을 꼽아요. 매력은 이뿐이 아닌데요, 해달은 기후변화를 막는 데도 도움을 준답니다.
해달은 기후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역할을 해요. 해달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은 다시마 숲을 황폐화하는 성게이기 때문이에요. 성게는 식탐이 커서 바다를 떠다니는 해조류인 다시마를 어마어마하게 먹어치운답니다. 이런 성게를 해달이 먹으면서 다시마 숲은 다시 빽빽하게 되살아날 수 있지요. 다시마 숲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데요, 같은 면적이면 육상의 숲보다 최대 20배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또 해달은 바다 습지를 보호해 줘요. 해달은 먹이가 부족할 때 조개나 게 등을 먹기도 해요. 그런데 게는 해안 습지에 사는 식물의 뿌리를 먹어요. 해달이 게를 잡아먹으면 바다 식물이 울창하게 뿌리를 내립니다. 그러면 식물이 모여 있는 습지가 튼튼해져서, 파도가 칠 때 해안이 깎여나가는 것을 막아줘요. 연구에 따르면 해달이 사는 바다는 해안 침식이 90%나 느려진대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도 습지가 잠기지 않게 해달이 지켜주는 거예요.
이렇게 해달이 환경 보호에 힘쓸 수 있는 것은 엉뚱하게도 대식가이기 때문이에요. 해달은 피부에 찬바람을 막아주는 지방층을 갖고 있지 않아서 몸이 날씬하지요. 대신 몸무게의 25~30%나 될 만큼 많은 먹이를 먹어서 그 에너지로 체온을 유지해야 해요. 해달 몸무게는 수컷이 22~45㎏, 암컷이 15~32㎏으로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생과 비슷하죠. 그런데 하루에 10㎏쯤 먹이를 먹어치우는 거예요. 그만큼 다시마 숲과 바다 습지를 보호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해달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 위기 적색 목록에 올라 있는 멸종 위기종이에요. 해달은 해수 온도가 섭씨 2~16도 사이인 차가운 바다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해요. 한류의 영향을 받는 미국과 캐나다 서부 해안, 알래스카, 러시아 및 일본 해안 등에 살고 있지요. 기후변화를 막아주는 고마운 해달,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지켜줘야 하겠어요.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