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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한 넥 라인은 흰 티셔츠의 핵심이다.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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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티셔츠에 청바지는 선남선녀의 공식이다. /핀터레스트
지난 6월 에미상 수상 드라마 ‘더 베어’의 주연 제러미 앨런 화이트는 흰 티셔츠 한 장으로 패셔니스타가 됐다. 그가 분한 카미는 친형이 남긴 시카고의 낡은 샌드위치 가게를 졸지에 떠맡게 된 세계적인 파인다이닝 셰프다. 고도의 완벽주의와 불안에 시달리는 강박적 캐릭터인데, 그 감정 표현을 도운 도화지가 바로 흰 티셔츠였다. 화이트는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브를 3회 연속 수상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대중은 그의 독일산 흰 티셔츠에 꽂혔다.
흰 티셔츠는 속옷의 범주를 벗어난 이후 줄곧 남성의 멋과 존재감을 뒷받침했다. 말론 브란도와 제임스 딘부터 브래드 피트, 톰 크루즈까지 반항이든 고단함이든 반듯함이든 흰 티셔츠는 할리우드의 클래식이다. 우리에게는 한겨울에도 흰 티셔츠에 파카를 입던 ‘마지막 승부’의 장동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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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파카 안에 흰 티셔츠는 남성성을 보여주는 옷차림이었다. /드라마 마지막 승부
남자의 물건은 대체로 익을수록 멋있다. 하지만 흰 티셔츠는 몇 안 되는 예외다. 애초에 흰색 원단이란 없기 때문이다. 오프화이트에 가까운 원단에서 색을 빼고 형광 물질을 입힌 일종의 코팅이다. 빨면 빨수록, 건조기의 고열에 노출될수록 원단은 점점 제 색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가장 좋은 흰 티셔츠는 언제나 새로 산 것이다.
실제로 옷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흰 티셔츠에 돈을 쓰지 않는다. 파리지앵으로 유명한 패셔니스타 정재형은 흰 티셔츠만큼은 1만원대의 무지 티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방송인이자 패션업계의 셀럽인 주우재는 흰 티셔츠 관리법에 대해 그저 양말 같은 소모품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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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앨런 화이트가 입은 독일 브랜드 메르츠 비 슈바넨의 흰 티셔츠. /더 베어 스틸컷
정갈하고 검소한 콘셉트로 알려진 일본의 노부부 패션 인플루언서 ‘본과 폰’의 패션 원칙 중 한 가지도 흰 티셔츠는 1년에 한 번 새로 산다는 거다. 미국의 대표적인 티셔츠 브랜드 헤인즈가 세 장들이 묶음을 팔게 된 연유다.
흰 티셔츠를 입다가 목 주위가 탄력을 잃거나, 표면에 보풀이 일거나, 형광빛 아래 노르스름한 기미가 보이면 주식창에서 손절매를 하듯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황변을 없애준다는 많은 세탁 팁이 유통되지만, 원단은 빨면 빨수록 낡아진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비교적 잘 썩는 천연 원단을 고르는 정도다. 흰 티셔츠는 남자의 존재감을 가장 손쉽게 높여줄 수 있는 물건이다. 하지만 단정하고 깔끔해지고 싶은 남자라면 때로는 냉정히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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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티셔츠는 1년에 한 번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지출하고 가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는 품목이다. /핀터레스트
영문 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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