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은 참 바빴습니다.
머리 식힐 여유 없이
그냥 훌쩍 지났습니다.
그래도 종가집 은행잎과 느티나뭇잎은 볼 새가 있었지요.
오랜 세월을 인고의 힘으로 버틴 나무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나무가 세월이 갈 수록 아름다워 지는 것처럼
노인도 나날이 아름다워져야겠지요.
장판각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오랜 건물은 아니지만
품고 있는 판각은 200여년이 됐으니
함께 늙어가는 것이 못내 서럽겠지요.
광영정 지붕을 올 해 해 일었습니다.
옹기 절병통이 하나 깨졌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나 봅니다.
남천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예전에는 흔하지 않은 나무가
요즘은 참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그 열매가 참 매혹적입니다.
화살나무가 붉게 물들었습니다.
빨간 열매가 올 해는 시원치 않게 달렸습니다.
밀식해서 그런지? 왜 그런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가는 세월 속에서
함께 늙어 가는 동반자가 필요 하지요.
화살나무가 붉게 물들고
이에 못지 않게 남천이 붉으니 동반자이지요.
이 곳이 꽃밭날입니다.
이름 만큼 아름답지 않으세요?
유회당 할아버지께서 20년을 가꾸셨다는데
후손들이 마구마구 헤집어 놔서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흐릿한 것이
파스텔조로 그냥 봐 줄만하지요?
계단 계단 마다 낙엽이 쌓이겠지요.
슬지 않고 그냥 둘 요량입니다.
운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카페 게시글
무수동 소식
만추 유회당 2013
목우(木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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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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