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6시 하늘이 찌뿌득하다 23일 비소식이있어 그런 모양이다
배낭을 둘러메고 사무실을 나선다 세상에서의 일주일 일정을 마치고 자신과 약속한 금요일 저녁 출가길에 오른다
묘한 기대감에 설레인다 퇴근길 전철안이 혼잡하다 표정들이 여러가지다 생동감이 펄펄 넘치는 재잘거림속의 여학생들
주고받는말이 끊임이없다 또 한 쪽에서는 삶의 세파에 찌든 중장년들의 표정없는 무미건조한 얼굴들....
자신들이 맡은 배역에 어찌 그리 충실할까? 참으로 자연스럽고도 완벽 그 자체다
불암산 입구에 도착하야 저녁식사를 한다 옆자리엔 쇠라도 소화시킬 한창의 군인들이 담소속에 건강한 식사가 한창이다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천보산에서 불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답다 왔느냐하며 반겨주는듯하다
진행형으로 날이 저물어가는 모습을 한몸 가득 느끼며 산에든다
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않고 불암사의 목탁소리만 적막을 깬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홀로 즐긴다
석천암에 당도하니 공양주보살 홀로 암자를 지키고있다 반갑게 맞아주신다
잠시후 출타한 스님이 전용 자가용인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오셨다 또다른 일행은 안보인다 하시며 관심을 보이신다
입고간 옷이 땀에 젖은게 안되 보이셨나 보살이 씻어주신다며(?) 여벌옷이 있느냐 물어보신다
괜찮다 몇번을 사양함에도 막무가내시다 정겹다 무슨 다른 표현이 필요할까?
거처를 법당아래 요사채에 정하고 기도준비를 한다
예불문을 챙겨 대웅전에 든다 사방은 고요하고 산아래 불빛만이 어서 깨어나라하며 속삭이는듯하다
불을 환하게 밝히고 목청을 가다듬는다 부처님과의 단독면담 시간이다 마음이 평화롭다
오분향례,천수경,수구성취 다라니경등.... 지난번 대사님과 예불드린 순서대로 기도를 해본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제 108배를 해보자 절이 절로절로 힘도 안들고 잘된다 하나도 하심 둘도 하심을 하며...
두어시간 부처님과 대화를 잘 하고 요사채에 든다 밖에는 비가 시작하는지 후두득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방이 따뜻하다 청청해진 마음과 육신 때문인지 눈만 초롱초롱하다
불암산의 정취를 이 시간에 나홀로 깨어 느낀다
새벽 네시에 일어나 의관정제를 하고 새벽예불 준비를한다
이미 불암사에서는 도량석이 시작됐는지 목탁소리가 은은하게 산중에 울려 퍼진다
화원스님이 물주전자를 들고나오신다 받아들고 미륵불 아래 석천암에서 정성스레 물을 담는다
부처님전 세곳에 정한수를 올린다 화원스님의 목탁소리에 석천암이 깨어난다
도량석을 돌고 목탁소리에 맟추어 예불을 드리고 범종을 치며 온갖세상 미물들까지도 깨어나라 염원속에 기도가 깊어만간다
칠성각으로 옮겨 칠성전에 정한수 올리고 칠성부처님, 나반존자, 산왕대신 전에 예불이 계속된다
신고할데도 많기도하다 속세에살며 술 한잔 얼큰이 한 다음날에는 예불을 안빼먹고 하기가 만만치 않을것같다
칠성원군~ 칠성원군~ 나반존자~ 나반존자~ 까지만하고 산왕대신전에는 잊어먹고 못하면 어찌될까? ㅎㅎㅎ
군대용어로 다음날 집합해서 얼차렷 받는건 아닌지.....
그래서 머리깍는 팔자가 따로있는가보다! 모든걸 부처님에게 바치는 ....
24일이 초하루라 아침부터 모노레일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법당방석에 재지낼 떡에 과일에 연신들어온다 남자들이 없어 힘을 보탠다 이제 제법 아는 보살들도 많아져 인사를 나눈다
대충 울력을 하고나서 별채로 책을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처진데등을 대충 손을보고 안으로들어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별채안에 피톤치트가 한 가득이다
오후에 이연 님께서 올라오셨다 별채에서의 담소가 여유롭다 곡차를 한잔 나눈다 역시 음식이든 곡차든간에 주고받아야
제맛이다 저녁공양을 석천암 채마밭에서 직접가꾼 소채로 맛있게든 후 다음날 일정으로 하산하신단다
24일 초하루라 아침일찍부터 암자가 소란하다 11시 법회가 열린다 많은 신도들이 화원스님의 설법에 귀를 기울이신다
한적하던 암자가 점심공양으로 또한번 북적인다 밥에 기주떡에 과일에 먹거리가 넘쳐난다
시간을내어 솔잎효소를 담글요량으로 솔잎,솔순,솔방울을 따러나선다 별채주변에 조선솔부터 정상부근까지의 소나무에
양해를 구하며 한단지 담글정도의 작업량을 이마에 송글송글 땀을 흘리며 마친다 자루가 묵직하다
오후늦게 화원스님께 하산인사를 드리고 암자를 떠난다
이리하야 2박3일의 출가는 막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