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수천과 관련한 일련의 조사와 토론회, 간담회 등이 이어지면서 생태하천으로 거듭날 장수천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1단계 공사를 마치고 2단계 공사를 앞두고 있는 장수천은 유지용수 확보와 복원 방향을 결정지을 반딧불이의 서식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논의가 진행돼왔다. 특히 다른 하천들에 비해 상류부의 수질이 좋고 하천변에 공장과 주택지가 상대적으로 적어 복원이 용이하며 향후 효과가 높을 것으로 판단, 기대도 그만큼 큰 것이 사실이다.
○ 반딧불이를 다시 불러오기 위한 첫 발자국
지난 6월 중순 남동의제 21 추진협의회 자연생태분과와 장수천네트워크 관계자 30여명은 반딧불이의 고장 무주로 현지답사를 했다. ‘반딧불이와 함께하는 하천’이란 테마가 설정된 장수천에 적합한 서식처 조성 가능성과 필요한 조치들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참가자들은 무주군에서 조성해 운영중인 반디랜드를 돌아보고 밤 10시경 반딧불이가 왕성하게 나타나는 덕유산 자락을 찾았다. 한때의 추억으로 기억될 뿐인 기성세대나 처음 반딧불이를 본 어린이 참가자들의 환호성이 인상적이었다.
장수천네트워크 김성근 위원장은 “이번 답사를 통해 먹이와 깨끗한 수질만 확보된다면 장수천에 반딧불이가 살 여건은 충분하다고 판단됐다”며 “내년까지 인천대공원 내에 실험적이나마 서식시설을 설치토록 관계당국과 협의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습지조성과 본격적인 반딧불이 복원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장수천에 흘릴 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2단계 공사착공을 앞둔 시점에서 내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중인 ‘장수천 자연형 하천조성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모두 44억2천6백만원에 이른다. 이 사업의 최대 관건은 유지용수 확보 방안이다. 2단계 조성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주)장원기술단은 지난달 20일 남동구청에서 열린 장수천 유지용수 공급방안 수립을 위한 시민 토론회에서 이에 대해 3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선 남동구 서창동에 위치한 만수하수처리장의 처리수를 상류로 끌어 올려 용수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용수공급이 안정적이고 하수처리수 재이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수질개선을 위해 추가 정화시설이 필요하고 물을 끌어 올리는데 필요한 펌프장, 압송관거 설치비로 33억2천여만원 소요되는 등 초기투자 비용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팔당취수장 원수를 장수천에 공급해 하천용수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팔당 원수의 수질상태가 양호해 장수천 전구간 수질개선과 함께 공사비가 19억1천여만원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용수공급에 따른 예산소요 증가와 수자원공사 등 여러 관계기관과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부담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제3안으로 상류부 수량확보가 용이하고 반딧불이 서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만수하수처리장 처리수와 팔당원수를 병행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역시 사상조류 등으로 수질악화 우려가 있고 별도의 정화시설이 필요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장수천네트워크 김성근 위원장은 “1단계 사업까지 빗물이나 호수를 활용한 장수천 유지용수 확보방안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면서 “평상시 강수량을 고려해 빗물을 활용하거나 만수하수처리장 처리수를 호수로 펌핑, 적정 수량을 유지한 후 장수천으로 방류하는 방법도 고려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빗물이나 호수는 장수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둘 다 비용절감이나 수량확보의 용이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장수천 생태공간 조성을 위한 습지조사
장수천을 둘러싸고 생태하천으로 조성하려는 움직임과 청소년수련시설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테마파크 조성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인천시 가정청소년과는 청소년수련관 기능보강과 함께 인천대공원, 기존 청소년수련관, 수도권해양생태공원, 소래포구를 잇는 청소년테마파크 구축 사업을 구상해왔다. 이에 대해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은 장수천을 반딧불이 서식처로 조성해 생태하천으로 만들려는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반발했다.
하천살리기추진단은 청소년수련관 보강사업과 청소년테마파크 조성 예정지의 하나로 검토되는 대공원 내 습지조사에 즉각 나섰다. 지난 6월 22일 장수동 292번지 일원에 대해 식물조사, 수서생물조사가 진행됐다. 추진단은 “습지조사를 통해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습지를 버려진 땅으로 인식, 개발을 위한 무분별한 복토와 매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식물조사결과 관찰된 식물은 모두 165종으로 식물다양성이 매우 높았다. 장소에 따라 수생식물 20여분류군, 습생식물 20여분류군, 귀화식물 20여분류군, 식재식물 15여 분류군, 밭가식물 30여분류군, 뚝가식물 30여분류군, 숲가식물 20여분류군, 공터식물 10여분류군 등으로 나타났다. 도시지역에서 관찰하기 쉽지 않은 특이식물로 ‘올챙이자리’가 무논에서 관찰되기도 했다. 이밖에 습지가 사라지면서 점차 희귀한 식물로 전락하고 있는 물풀 ‘큰부들’도 다수 자라고 있었다.
다양한 하루살이 및 잠자리유충 등 관찰된 40여종의 수서생물은 이 지역이 하천과 숲 사이에 존재하는 수서생물들의 서식처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 특히 인천지역 주요하천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도룡뇽, 민물조개, 물달팽이 등이 발견돼 반딧불이 서식처로서도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천살리기추진단은 “현 부지가 본래 갖고 있는 습지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반딧불이 서식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 예정부지를 생태습지로 조성키로 협의
생태하천조성사업과 청소년테마파크 조성사업간의 상충되는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관계부서 간담회가 6월27일 오전 인천시청 장미홀에서 개최됐다. 시의 담당부서와 하천살리기추진단, 장수천네트워크 관계자들이 모여 청소년들이 이용 가능한 시설들을 네트워크화하는 ‘인천 청소년 테마파크 구축사업’과 도심을 흐르는 장수천변의 생태하천조성계획을 협의, 최적의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였다.
회의결과 당초 체육관, 숙박시설 등 기능보강 차원에서 청소년수련관 위 인천대공원 농경지 부지를 시계획시설 변경결정(하천, 공원 → 청소년시설) 후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하천살리기추진단의 의견에 따라 현 청소년수련관 부지내에 조성하고 예정부지에는 생태습지로 조성키로 했다. 시에서 추진하는 장수천과 연계한 청소년 체험 교육프로그램 운영에는 하천살리기추진단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