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같은 용도에 비슷한 모양이라도 특별한 대접을 받는 제품이 있다. 같은 스타일의 양복이라도
도매시장에서는 몇 만 원에 팔리고 백화점 명품 코너에서는 수백만 원짜리 가격표가 달린다.
물론 고급 제품과 저가품은 누가 봐도 쉽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품질 차이가 크다.
고가 제품은 차별화된 소재와 첨단 기술을 사용해 그만큼 생산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단순히 재료비와공임이 많이 든다고 고가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희귀성이나 이름값 혹은 최첨단 기술이라는
나름대로의 비싼 이유가 숨어 있다.
등산장비 가운데에도 일반 제품과 차별화되는 고가의 물건들이 따로 있다. 대부분의 종합 아웃도어 브랜드는
전문가용 라인에 최고 품질의 고가 제품들을 배치한다. 고기능성 소재와 최신 기술을
적용해 만든 제품들로 극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들이다. 이들 고가품
가운데에도 특출하게 비싼 초고가 제품이 존재한다. 의류는 물론 스틱과 헤드램프 같은 용품 중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가격의 제품들이 있다.
명품이 비싼 것은 그만한 값어치를 하기 때문이다. 한 브랜드가 명품의 반열에 들기 위해 거친 일련의 시간과노력 그리고 품질에 대한 신뢰도와 서비스 등이 모두 그 값 속에 포함된 것이다.
초고가 등산장비의 가격은 브랜드의 이름값보다는 사용 소재와 원천기술의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는 분석이다. 물론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가격을 부풀린 경우도 없지 않지만 패션
명품에 비하면 애교스러운 수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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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99만 원인 아크테릭스 ‘피션SL 재킷’. 2. 상·하의 1벌에 170만 원 마무트 ‘익스트림 자누 재킷’. 3. 개당 22만 원인 레키 ‘카본 라이트 안티쇽’. 4. 대나무 질감을 살린 ‘컴퍼델 밤부’ 스틱. 2개 1조에 30만9,000원이다.
의류 - 첨단 소재 사용한 전문가용 수입제품이 비싸
인터넷으로 등산용품에 대한 가격을 파악해보면, 4월 중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등산용 의류는한 벌에 129만2,000원인 ‘아크테릭스 알파 SV 슈트’다. 넬슨스포츠코리아가 수입, 시판하는 이 제품은
상하의가 하나로 붙은 극한 등반용 의류다. 하지만 이 제품은 국내에 샘플만 들어와 실제로는
구하기 어려운 물건으로 확인됐다. 대신 아크테릭스
제품 가운데 가장 고가는 ‘피션SL 재킷’으로 지난해 책정된 소비자가격이 99만 원이다. 올해는 환율 영향으로
더욱 값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방수투습 소재인 고어텍스 프로셸과 서모텍이라는 보온재를 혼용한 것이 특징이다. 알파인속공등반에 적합한 제품으로 격렬한 활동시 투습력에 한계가 있는 고어텍스의 단점을 보온재로 보완했다.
아크테릭스가 개발한 서모텍은 다운이나 프리마로프트 보온재에 비해 수분에 강해 젖어도 따뜻하다.
또한 열손실이 발생하는 보온재의 봉제선이 없어 보온력이 월등히 좋고 가볍다.
피션SL 재킷은 보온재가 들어 있는 고어텍스 재킷이지만 무게가 600g에 불과한 점도 특징이다. 다른 브랜드에서출시된 보온재가 들어 있지 않은 전문가용 고어텍스 재킷도 무게가 500g대인 것에 비하면
혁신적인 수준이다. “차별화된 소재와 제조공법 덕분에 가능했다”고 수입업체 측은 말한다.
“이런 제품 한 품목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개발비와 고가의 원자재가 사용됩니다. 다른 제품에 비해 30% 이상비싼 가격에는 이런 비밀이 숨어 있죠.”
스위스 마무트(Mammut)의 전문가용 제품인 ‘익스트림 자누 재킷’과 ‘익스트림 자누 팬츠’ 역시 한 벌로 구입하면가격이 170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의류다. 체온에 따라
유기적으로 땀과 수분을 조절한다는 셸러 C-체인지 소재와 나노스피어 원단을 혼용한 디자인의 극한 등반용으로
고안된 제품이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최첨단 소재를 부위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해 기능성을 극대화한 개념이 돋보인다.
포리스트시스템이 국내 시판 중인 이 제품은 마무트의 최상위 모델인 데다 제한적으로 공급되는원단을 사용해 희귀성까지 갖췄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 업체의 주장이다. 게다가 이런 특수 제품의 경우 제작사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극한 분야의
필수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용품 - 초경량·신개념·괴물 스펙으로 고성능 추구
등산용 스틱은 저가와 고가의 차이가 큰 제품 가운데 하나다. 대형마트에서는 한 조에몇 만 원이지만 전문장비점의 고급 제품은 개당 십 만원이 훨씬 넘는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의 스틱은 레키(Leki)의 카본 모델이다.올해 수입되는 신형 제품은 개당 가격이 22만 원으로 책정됐다.
메드상사가 수입 시판할 예정인 레키 ‘카본 라이트 안티쇽’은 기존 경량 모델에 기능성을가미한 제품이다. 사용자를 위해 하산시 편리한 손잡이를 달았고, 재질
역시 그립감이 좋은 것으로 변경했다.
손목걸이 조절도 원터치로 쉬워졌다. 카본 제품에 적용하지 않던 안티쇼크시스템까지
채택해 충격도 막아준다. 레키 특유의 잠금장치인 수퍼락시스템(SLS)은
기본이다. 카본 특유의 경량성을 유지하면서 최신 시스템까지 구현한 모델이다.
레키의 카본 제품이 고가인 것은 100% 카본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중에유통되는 카본 스틱 중에는 얇은 알루미늄 파이프에 카본을 씌워
원가를 낮춘 것들이 많다. 하지만 ‘카본
라이트 안티쇽’은 오직 카본만을 사용해 재료비 자체가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기술 개발에
드는 비용까지 제품 가격에 포함된다. 이래저래 고가품에는 이유가 많다.
호상사가 시판 중인 ‘컴퍼델 밤부’ 스틱도 고가품 대열에 드는 제품이다. 대나무 소재를사용한 것처럼 보이는 이 스틱의 실제 알맹이는 카본이다. 가볍고
튼튼한 카본에 대나무 외피를 입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고급 제품이다.
요즘 유행하는 친환경과 웰빙 컨셉트를 스틱에
적용한 독특함이 눈길을 끈다. 자연 소재 특유의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길이 조절이 불가능한 일자형 제품과 상단에서 원터치 방식으로 길이를 조절할수 있는 두 가지 모델이 출시되어 있다. 접이식에 익숙한 이들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기존 알루미늄 제품에 식상한 소비자들에게는 인기가 있다. 가격은 높지만
독특함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반응이 좋다.
2개 1조씩 판매하며 소비자가격은 30만9,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