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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21차(감나무재→제암산→사자산→골재)
2006년 5월 1일(월요일) 맑음
▶ 개요
-. 06:10 옥섬 워트파크 출발
-. 06:50 감나무재 도착
-. 07:00 감나무재 출발
-. 08:12 작은산(682m)
-. 09:01 제암산(778.5m)
-. 09:37 곰재
-. 10:16 곰재산(614m)
-. 10:22 간재
-. 10:45 사자산(666m)
-. 12:13 골재(금일 정맥 도상거리 : 10.8km)
-. 12:31 용추폭포 입구 매표소
-. 16:30 회천 율포 출발
-. 20:35 울산 도착
▶현재까지 호남정맥 종주 총 도상 거리 : km(사람과 산 종주 지도집 참조)
▶산행기
-. 06:10 옥섬 워트파크 출발
-. 06:50 감나무재 도착
또 늦잠을 잤다.
서로 눈치를 보면 뭉개다 약속된 시간보다 30여분 지나서야 눈을 부비고 일어난다. 구내 스낵에서 미역국으로 조반을 마치고 나서니 아침이 밝아있다. 해안 도로인 18번 도로 변의 구멍가게에서 식수 등 간단한 간식을 구입하고 출발을 하는데 남해 바다위로 해가 솟아오른다. 바다, 일출, 뭐 이런 맛을 보는 여행도 좋을 듯 하다.
피재에서 감나무재 구간은 백운산에 이르기 전에 형편을 보아 삼래와 나는 땜방을 하기로 하고 오늘의 여정은 감나무재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봇재 못미처 895번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한재를 지나 웅치면 소재지에서 개인택시 명함을 받고는 곧장 달려 감나무재에 당도한다.
감나무재는 2번 국도의 구 도로가 지나는 지점이라 신설 도로에서는 장동 면으로 내렸다가 구 도로를 따라야 한다. 어제는 범이 형을 마중하기위해 감나무재를 찾다가 마련한 지도의 2번 국도를 신설도로로 착각을 하고는 조금은 해매였다. 덕분에 오늘은 갑낭재(匣囊峙)라는 돌비석이 있는 감나무재(시목치)로 곧장 잘 찾아왔다.
-. 07:00 감나무재 출발
소나무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 등성이를 회복하면 신설 2번 국도가 관통하는 터널 위가 되고 내려서면 진분홍 철쭉이 만발한 본격 등산로가 기다린다. 양 옆으로 도열한 철쭉의 진한 분홍색의 감흥에 젖어 통나무계단을 오르면 장흥군 로터리 클럽에서 마련한 정자와 벤치가 있는 소공원이다(07:20). 장동 면이 훤히 내려다보이지만 오늘은 가스가 가득하여 시야가 흐리다.
-. 08:12 작은산(682m)
“형님 까이꺼 아무도 없는데 홀라당 거풍이나 하자”
용곡리 저수지 쪽에서 제암산을 향해 밀고 올라오는 운해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새 구신들은 뒷모습도 보이지 않고 내 빼고 없다. 거풍으로 기운을 내려 받고 다시 오르막을 마저 올라서면 평평한 작은 봉우리로 이루어 진 작은산(682m 08:10)이다.
제암산으로 오르는 마루금이 확연히 모습을 덜어내고 웅장한 임금 바위도 어서오라 손짓 하는 듯 하다. 이곳부터는 마루금은 왼쪽인 장흥군과 오른쪽인 보성군과 경계를 이룬다.
-. 09:01 제암산(778.5m)
얌전했던 등로가 다시 요동을 치고 우회로를 따르지 않고 암릉을 치고 오르면 권중웅님의 불망비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08:29).
1936년 생으로 95년 10월에 호남정맥 종주 중 이곳에서 산과 하나가 되었단다. 환산해 보니 60세의 나이에 정맥을 종주하다니 국화꽃 한 송이라도 헌화를 하고 싶어진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자 드디어 암릉 구간이다. 산 이름에서 묻어나는 데로 바위의 형태도 다양하다. 정상을 차지한 우리의 구신들도 홀라당 거풍을 하면서 조망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잡힌다.
왼쪽이면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바위사이의 협곡을 가파르게 올라서면 이정표와 제암산 유래 간판(사면의 바위들이 정상의 바위를 향해 엎드린 것 같이 보여 제암산(帝岩山) 즉 임금바위산이라 부른단다) 이 있는 안부이고 절벽을 오르듯 커다란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네발로 기어오르면 제암산 정상이다(778.5m 09:01).
정상은 널따란 바위 마당에 정상비와 보성과 장흥의 복지 농촌건설을 소망 한다는 표지석도 있다. 철수는 이름하여 임금의 자리에 앉아 추억을 남긴다.
남도지방이라 울산과는 교통의 거리상 쉬 찾을 수 없는 곳이라 눈요기라도 실컷 했으면 좋으련만 가시권이 멀지 않아 아쉽다. 가까이는 천관산에 조금 멀리는 무등산에 그러고 보니 무등산을 지난 후 최고봉이다.
임금님 알현을 끝내고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면 작은 봉우리에 또 정상비가있다. 위험하게 바위 절벽을 오르니 여기서 정상을 대신하라는 뜻?
-. 09:37 곰재
젊은이 한 쌍이 올라온다. 힘들어 보이는 여자가 벌써 정상을 묻는데 난처하다. 한참 올라가야 된다고 이실 직고를 해야 하나? 아니면 조금만?
연이어 건강하게 보이는 노부부가 올라온다.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사자산을 다녀와서 다시 제암산을 오르고 싶지만 아주머니가 힘들어하여 곧장 제암산으로 향한단다. 언제나 즐거운 산행이 되시길 빌어드린다.
잠시 만에 사거리 안부 곰재다(09:37). 오른쪽이면 장흥, 왼쪽이면 휴양림, 직진이면 사자산, 일림산이다. 산행 개요도와 선답자들의 형형색색 표지기들이 호화찬란하다.
-. 10:16 곰재산(614m)
날씨는 어제 모양 폭염의 여름 수준이다. 이미 온 전신을 땀으로 범벅이다. 시름시름 호흡을 조절하며 올라간다.
전망대 바위다. 이정표가 여러 갈래 길을 가리키고 있고 장흥읍이 훤히 내려다보인다(09:51). 앞선 선두는 쉬다 일어나고 삼래와 난 바위에 걸터앉는다.
철쭉의 평원이다. 철쭉의 위세는 더해가고 헬기장을 연달이 지나 작은 봉우리에 서면 곰재산이다(614m 10:16). ‘제암산 철쭉평원’이란 정상비와 돌탑이 있다. 건너 뾰족하게 솟은 제암산의 정상을 배경으로 흔적을 남기고 그대로 내려선다.
-. 10:22 간재
-. 10:45 사자산(666m)
사자산 미봉 정상이다(666m 10:45). 눈치고 코치고 없이 또 홀라당 거풍이다.
“니 누가 오면 우짤라꼬 카노”범이 형이다.
“행님은! 이 시간에 누가 온다 말이요!”
“거건 그렇코 오늘은 조금 연장을 하려고 하는데 니 체력은 되겠나?”
선두 그룹은 이제 사자산을 하산만 하면 오늘 마무리가 되는 줄로 알고 너무 이른 시간의 종료가 아니냐며 구간연장을 의논하다. 난 적극 반대다.
“아직 2시간여 산행을 해야 하는데 우짤라꼬 더 한다 말이요” 지도를 펼치고 의논을 하다 처음대로 하기로 하고 선두는 나서고 삼래와 난 조금 더 쉰다.
인기척이 나더니 두봉쪽에서 한분이 걸어오신다. 이것저것 장흥에 대하여 좋은 안내를 해준다. 두봉 즉 머리봉과 미봉 꼬리봉 등 사자의 형상하며 자세한 설명 덕분에 쉽게 이해를 한다. 장흥읍 쪽으로 두봉이 있고 그 줄기가 사자의 등이고 이곳이 엉덩이 부분이란다. 정말 사자의 모습이다. 이곳 철쭉도 예년에는 지금쯤이 절정이지만 올해에는 밤과 낮의 일교차가 심하여 아마 늦게 피는 것 같단다. 헤어지며 나이를 여쭈니 생각보다 훨씬 많게 부른다. 나이에 비해서 상당히 젊어 보인다. 혹 장흥이 고향인 김내곤 선생과 연배쯤 되는가 싶었는데 말띠란다. 그분은 간재 쪽으로 내려가고 우리도 사자산을 뒤로하고 다음 마루금을 향하여 작별하고 나선다.
-. 12:13 골재(금일 정맥 도상거리 : 10.8km)
가파르게 안부에 내려서서 휴양림 갈림길 이정표를 지난다. 작은 오르막에도 숨이 쉬 찬다. 모퉁이를 돌다 삼래와 둘이 퍼질러 앉아 점심 겸 요기를 한다(11:25). 난 떡으로 삼래는 빵으로. 벌서 그늘이 좋다.
숨을 고르고 나아간다. 작은 봉우리를 왼쪽에 두고 철쭉 군락을 지난다. 산죽사이로 가파르게 한참을 올라간다. 오른쪽으로 임도 개설 공사가 진행 중이고 잠시 후 561봉 이다. 소나무 몇 그루 있는 작은 봉우리에서 부부 한 쌍이 쉬고 있다. 사자산으로 간단다. 그들을 보내고 소나무 그늘에 다시 퍼질러 앉는다.
이제 정말 오늘의 마지막 하강 코스이길 간절히 소망하며 내려간다. 앞을 가로막고 우뚝 솟아 있는 산이 골치산, 삼비산 인가보다. 땀께나 흘려야 오를 것 같다. 여기도 간간이 망울을 달고 있는 철쭉이 많다.
웅성웅성 군웅들의 활기찬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오더니 골치 사거리 안부다(12:13). 소나무 그늘에 무리져 어울린 상춘객들로 만원이다. 그래서 지나온 구간과는 별천지처럼 여겨진다.
직진이면 마루금을 잇지만 우린 여기서 왼쪽으로 용추폭포 주차장으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오르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으로 등로가 비좁다. 삼나무 숲도 지나고 계류를 건너고 협곡(?)의 다리도 건너서 주차장에 서니 초만원이다(12:31).
회군 할 택시를 불러 놓고 간이 휴게소의 탁배기 한 병을 삥땅으로 날래 마시고 갈증을 푼다.
-. 12:31 용추폭포 입구 매표소
-. 16:30 회천면 율포 출발
-. 20:35 울산 도착
이곳 일림산의 철쭉이 인근에서는 인기가 좋아 제철에는 오늘의 혼잡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아마 다음주쯤에는 절정이 될 것 같단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도착한 기사 아저씨의 설명이다.
감나무재에서 장비를 철수하며 의견을 모은다. 또 영수님이 바람을 잡는다.
“이런 곳에 왔으면 특산물을 먹고 가는 겨”
그리하여 보성 읍에 들려서 후딱 샤워를 끝내고 18번 국도를 타고 봇재를 넘어 회천면 율포로 향한다.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방파제에 나아가 세발낙지를 파는 것도 구경하고, 그러고는 회집 상가를 두고 단지 감으로 비좁은 골목길도 마다하자 않고 동네 제일 구석 쪽으로 몰아가니 산중턱에 ‘일억조횟집’이 떡하니 우릴 기다리고 있다.
그 아래는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법한 바위 절벽에 여인 형상을 한 돌상이 바다를 바라보고 서있는 방부석이 있다. 바다로 떠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애절한 망부석 이다.
조개를 먹으러 올라간다. 고흥반도를 바라보며 평상에 앉아 식도락을 즐긴다.
키조개는 구워 묵고, 피조개는 회로 묵고, 바지락은 무침으로 묵고...........
“철수야! 니 키조개가 와 키조개 인줄 아나?”
“키처럼 생겨서 키조개 아인교”
“아이다 키조개는 호미 같은 걸로 캔다고 키조개다”
“아따 형님은 키조개 보지도 안했는교?”
아! 이런 여유도 있었나? 쪼치바리만 할 줄 아는 우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