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부터 로쟈 이현우샘의 글을 찾아 읽곤 했다. 한겨레 21에서 처음 그의 글을 알고, 인터넷에 '로쟈의 저공비행'을 검색해 블로그를 찾아내 즐겨찾기 해두었다. 틈틈이 그의 블로그에 가서 글을 읽었다. 감탄하고 동경하고 때로는 질투하면서.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그가 써둔 블로그 대문 글이다. '이런 곳이 다 있군요. '나의 서재'라지만 제가 만든 것 아닙니다. 저는 적응하려고 애쓸 따름입니다'라는 짧은 문장이, 손님을 처음 맞는 그 자리에 있기는 너무 어색하고 슬퍼보여서 이상했었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어쩐지 나까지 묵직해져서 좋았다. 텍스트에 대한 엄격함이 나를 신성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고, 그의 꼬독꼬독한 문장과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내 허리도 곧추세워지는 것 같았다.
한달 전 교보에 갔다가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샀다.
신간 '책을 읽을 자유'는 출판사에서 회사에 보내준 걸 운 좋게 겟.
글자로만 그를 만나며 흠모해왔는데 아트앤스터디 인문숲에서, 10월부터 로쟈샘의 러시아문학 강의를 진행한다고 해서 듣게 됐다. 10월부터 두 달간 매주 월요일 7:30분에 홍대서 진행한다.
이제 막 수습을 뗀 주간지 신입기자로 마감에 허덕이고 있는 스케줄이지만 ‘어머나 이건 꼭 들어야 해’라며 신청해버렸다. 일단 일은 저지르고 봐야 제맛… -_-
아트앤스터디는 정갈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다.
10월 4일엔 오리엔테이션으로 20세기 러시아문학사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1. 막심 고리끼 - 어머니
2. 예브게니 자먀찐 - 우리들
3.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 코틀로반
4.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닥터 지바고
5. 미하일 불가코프 - 거장과 마르가리따
6. 솔제니친 -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7. 블라지미르 나보코프 - 롤리타
앞으로 이 러시아 문학들을 매주 월요일마다 하나씩 알게 된다.
실제로 뵌 로쟈샘은
유머러스했지만 어쩐지 전체적으로 묵직했다. 목소리도 인상도.
러시아문학도 러시아 작가도 전혀 모르지만, '어쩐지 꼭 알아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이 항상 있었다. 대학 때 노어노문과 교수님 중에 괴짜로 소문난 분이 있었는데, 친구가 그 분 수업을 듣고 나더니 러시아 문학을 예찬했었다. 그이 말만 듣고서도 굉장히 낭만적인 것이로구나 싶었다.
이제 러시아 대표문학을 로쟈샘의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국문학에만 한정돼있던 나의 시야가 넓어질 것이라서 기대된다.
노…농땡이 피우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