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이룬 히딩크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영웅’으로 떠올랐다. 업계와 정치계에서 그의 ‘지도법과 경영학’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을 정도다. 히딩크식 훈련법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전해주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히딩크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한국 축구 대표팀을 맡으면서, 월드컵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루기까지 뿌려놓은 에피소드와 경영철학 등은 엄청나게 많다.
축구 대표팀이 처음 히딩크 손에 맡겨졌을 때 주변에서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60억이 넘는 돈을 줄 만큼의 값어치를 해낼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난하고 시기하는 눈길들이 더 많았다.
히딩크가 영입된 후 홍콩 칼스버그컵대회에서 노르웨이에 2 대 3으로 지고, 2001년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 대 5로 처참하게 패배를 당하는가 하면,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역시 0 대 5로 지자, 국내 여론은 히딩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의 별명이 한동안 ‘오대영’이라고 불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각종 비난의 여론을 의연하게 헤쳐나와 마침내 1년 6개월 후 자신의 약속을 지켰고, 역사상 유례없는 ‘한국의 영웅’이 되었다. 히딩크와 함께했던 대표팀 선수들과 한국 코치에게 뿐 아니라 온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히딩크의 성공’을 만든 훈련 방법은 히딩크가 선수들 개개인을 세계 최고로 키웠듯이, 우리 아이들을 성공하는 최강의 아이로 키우는 데 교과서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다.
히딩크식 육아 지침 11
1 마지막 승부수는 체력, 몸이 건강한 아이로 키워라
히딩크가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한 것은 ‘체력과 스피드’다. 기업으로 말하면 체력은 튼튼한 재무구조와 같다. 재무구조가 튼튼해야 회사가 건강하게 운영된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주지 않으면 세계 최강의 선수들과 경쟁을 할 수가 없다는 히딩크의 판단에 한국 대표팀은 훈련 초기에 체력단련 훈련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런 히딩크식 훈련법에 국내 여론은 들끓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축구의 문제점이 체력만 앞세운 단순한 축구, 기술력이 부족한 축구’라고 지적해왔는데, 체력을 강조한 그의 판단에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체력강화 프로그램이 각 스포츠계와 일반인의 건강지침서로 활용이 되고 있을 만큼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 아이도 무엇보다 먼저 체력단련에 힘을 기울이게 하자.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터넷이나 게임만 하고, 친구들과 뛰어놀지도 않고, 우등생이 되라고 책만 읽게 하는 등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우면 성공하는 아이로 키울 수 없다.
밖에서 자주 뛰어놀게 하고, 갖가지 운동을 시킴으로써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2 코앞의 현실이 아니라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라
히딩크가 팀을 맡으면서 주변에서는 ‘베스트 11을 빨리 선정하라’는 주문이 쇄도했었다. 그러나 히딩크에게는 베스트 11이 없었다. 그는 월드컵을 베스트 23으로 준비했다.
상대팀에 따라 23명의 선수 모두를 골고루 맞춰서 기용했다. 예를 들어 한국팀 공격수인 황선홍과 최용수·차두리·이천수·최태욱·안정환 중에서 붙박이 출전 선수는 없었다. 그래서 경기가 시작될 때마다 이번 경기에 주 공격수가 누구냐가 보는 이의 관심사였다.
베스트 23 작전은 과격한 경기로 인한 부상 선수의 효과적인 대체, 팽팽한 긴장감 조성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베스트 11이 아닌 23으로 넉넉하게 팀을 운영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여유와 안목을 부모들도 배워야 한다. 아이가 학기말 시험 한 번 못 봤다고 기를 죽이는 식의 행동은 아이의 능력을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 “너의 경쟁 상대는 학교 친구일 수도 있지만, 전세계 친구들이 될 수도 있다, 시험은 앞으로도 수백 번 더 치러야 한다, 이번 시험은 그중 한 번의 시험일 뿐이다,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라고 격려해서 앞날을 내다보는 여유와 안목이 큰 아이로 키운다.
3 칭찬과 격려가 강한 아이로 만든다
히딩크가 코칭 스태프에게 내린 제1계명이 ‘절대 선수를 질책하지 말라’였다. 잘못은 본인이 스스로 깨달았을 때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보통의 감독들이 경기 중 하프타임 때 전반전의 실수 등을 꼬투리삼아서 호되게 질책하는데, 히딩크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질책은 오히려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안 돼’ ‘못해’ 등의 부정적인 말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굳이 비판을 해야 할 때는 처음에 칭찬부터 하고 그 다음에 넌지시 비판의 말을 던졌다.
초등학교 때의 칭찬과 격려는 평생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교육학자들은 말한다. 아이가 실수한 점을 꼬집어서 들춰내면 아이는 자꾸 움츠려들고 기가 죽게 되어 숨은 재능까지도 발휘하지 못한다. 실수했을 때는 눈 딱 감아 넘기고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는 서슴지 말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태도가 4강 신화를 이룬 대표팀처럼 강한 아이로 키우는 지름길.
4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
히딩크가 한국 팀을 맡은 초기에 각종 경기에서 창피할 정도로 대패를 했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만, 히딩크 본인은 여유만만이었다. “경기 결과가 나쁘다고 창피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실패를 하면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그리고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노력하면 된다.
우리 선수들의 자질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으며, 앞으로 잘될 가능성이 더 많다”고 말했다.
처절한 실패 앞에서 감독의 이런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은 선수들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않는 히딩크 감독의 진정한 용기를 배웠음은 물론이다.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졌다고 낙심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보다 부모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게임에서 진 당사자가 가장 마음이 아플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등을 툭툭 쳐주면서 ‘넌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거야. 엄마가 보기엔, 네가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
사전 정보만 있었다면 그 아이들보다 더 나은 성적을 얻었을 거야’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그러면 아이는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생긴다.
5 결코 흔들리지 않는 줏대 있는 부모의 모습
외풍에 강하고 당당하게 대처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아이도 흔들리지 않는다.
히딩크가 이끄는 팀이 게임에서 졌을 때 국내에서는 ‘히딩크 흔들기’ 여론이 들끓었다. 외국인이 낯선 땅에 와서 그런 비난을 의연하게 감수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치사해서 못해먹겠다’라고 반발을 하거나, ‘그럼 당신 식대로 따라주마’라고 자신의 고집을 버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히딩크는 줏대 있는 사람이었다.
‘내 아이만 뒤떨어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으로 대개의 부모들은 대세에 판단을 맡긴다. 가정마다의 교육 원칙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공부만 잘하면 성공한다’는 생각이 주류이기 때문에, 부모는 아무런 생각 없이 아이에게 공부만 집중적으로 시킨다.
여행과 친척 방문, 취미활동 등이 아이의 성장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을 보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똑같은 학원에 다니면서 똑같이 늦게까지 공부해야 하고, 어린이 스포츠 센터에 다니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면 우르르 그쪽으로 몰린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를 개성 없고 연약한 아이로 만든다.
6 스스럼없이 아이와 대화하는 친구 같은 부모
히딩크는 훈련할 때는 철저하게 분석적이고 혹독하게 보이지만, 평소에 많이 웃고 재미있는 농담을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웃으며 선수들을 뒤에서 껴안아주거나 선수들 엉덩이를 발로 가볍게 차는 등 격의 없이 행동한다.
기자 회견 때도 ‘배가 고프니 그만 끝냈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스스럼없이 던져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부모는 어른이라서 아이에게 항상 근엄하고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바꾸는 것이 좋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보며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끼리 사용하는 유행어를 턱턱 사용하면 아이들은 부모를 친구같이 편하고 격의 없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눈높이 대화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7 항상 기본을 지키는 성실함을 키우게 한다
월드컵 내내 인기 골키퍼 김병지 선수는 벤치를 지켜야 했다.
2001년 파라과이전에서 김병지는 하프라인까지 볼을 치고 나왔다가 볼을 빼앗기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의 이런 돌발적인 행동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매력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히딩크는 기본을 지키지 않는 이러한 선수들에게는 매우 가혹했다.
요즘 아이들은 튀기를 좋아한다. 개성시대라고 해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아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해내고 그런 성실성이 뒷받침되어 인간성이나 실력이 탄탄하게 갖춰졌을 때 개성은 비로소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다. 순간적이고 충동적인 개성은 천박하게 나타날 뿐이다.
학기말 시험에서 1등을 했다고 ‘내가 공부왕이야’라며 뽐내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회장 선거를 할 때는 학급의 절반 이상이 후보로 나가고, 떨어졌을 때는 이유를 분석하기 전에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겸손하게 인식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아이들은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런 독불장군식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개성시대를 오인한 나머지 아이에게 이런 쓸데없는 자만심과 고집을 가르치지 않았나 점검해볼 일이다.
8 부모의 솔선수범이 모범생으로 만든다
히딩크는 선수들에게 가혹한 훈련을 시킴과 동시에 본인에게도 엄격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선수들의 공감을 샀고,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도 존경의 마음을 잃지 않게 만든 힘이 되었다.
또 선수들과 가까이하기 위해서 감독용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선수단 버스를 이용했다. 한겨울 혹독한 추위에도 선수들과 똑같이 트레이닝복만 입고 훈련에 임했다. 귀가 시렵다고 혼자 모자를 쓰는 따위의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초등학교 시기까지의 아이는 부모의 모습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성실하지 못하고 의존적이며 게으른 아이는 분명히 부모의 그런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신의가 없고 거짓말을 잘하는 아이 역시 부모가 그런 태도를 보였거나 아이로 하여금 그런 마음이 들도록 환경을 조성했을 것이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보일 때는 먼저 부모 생활태도부터 점검해야 한다.
9 아이의 숨은 재질을 발굴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국내 팬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이동국과 고종수가 대표팀에서 제외되었을 때 축구계가 시끌벅쩍했다. 모 감독은 ‘고종수와 윤정환 등을 냉대하는 히딩크는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기존의 모든 선입견을 철저히 배제했다. 처음부터 풀어헤치기 과정을 거쳤다. 히딩크가 가장 중요시하는 체력과 스피드를 갖추고 팀워크에 조화를 이루며 자기 맡은 일에 성실한가 등 축구에 꼭 필요한 자질을 갖춘 선수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각종 테스트를 거쳐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선수가 탈락되고, 대신 이름없는 신인이었던 박지성과 차두리, 이을용, 김남일 등이 발탁됐다. 히딩크 아니었으면 그들의 타고난 재질이 그렇게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아이는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해’ ‘우리 집안은 머리가 좋으니까 아이의 명문대 진학은 기본이야’라는 식의 진단을 내려놓고, 아이를 꿰어맞추려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부모들의 끝 모를 기대치가 얼마나 아이를 숨막히게 하는지 모른다.
혹시 나는 아이의 숨은 재질 대신에 체면과 사회적 선입견에 눈이 멀어 아이를 숨막히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점검해보자.
10 자유롭고 민주적인 가정이 아이의 가능성을 키운다
히딩크는 선수들에게 ‘감독이 하라는 대로만 하지 말고 자기 생각과 다르면 감독에게 언제든 따질 것은 따져라’고 요구했다. 너무나 성실하고 순종적인 선수들을 보고 히딩크는 감동을 받음과 동시에 ‘축구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했다.
식사를 할 때도 선후배가 섞여 같이하며 경기 중에도 후배가 선배에게 지시나 의견을 말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확 바꾸어버렸다.
경기 중에 선수들간의 일방적 지시는 해악이 된다고 히딩크는 판단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누구나 동등하며 따라서 10년 가까이 나이차가 나는 대선배라고 해도 그때그때의 상황판단에 따라 일정한 지시를 내릴 수도 있는 분위기로 바꾸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모두 반말로 하도록 지시했다. 막내 이천수가 최고참 홍명보에게 ‘명보, 이쪽으로 패스해’라고 말하는 식이다.
권위만을 내세우는 강압적이고 독재적인 부모는 아이를 올바르게 키울 수 없다. 아이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부모의 말만 일방적으로 전하고 실행에 옮기기를 강요하거나,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 ‘버릇없이 말대답이야?’ 하고 윽박지르는 등의 일방적인 태도는 아이를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만든다.
부모가 아이 의사를 묻고, 아이가 옳다면 부모가 따르고, 또 부모 의견을 아이에게 타진하고, 아이가 수긍을 하면 그때 따르게 하는 등 쌍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밝고 긍정적이며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아이로 만든다.
11 강한 상대와의 경쟁이 목표가 원대한 아이로 만든다
히딩크가 처음 한국 선수들을 대했을 때 상당히 소극적이고 주눅이 들은 듯이 보였다.
히딩크는 그런 선수들의 기를 살리는 데 보통의 방법과 반대의 방법을 사용했다. 프랑스, 미국 등 축구 강국과의 대결을 펼치게 한 것이다. 물론 큰 점수 차이로 졌다. 그러나 히딩크는 축구 실력이 처지는 나라와 경기를 해서 우승을 하는 것보다는 강팀과 맞대결해서 패배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았다. 그는 ‘프랑스와 같은 강팀과 싸우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들에게 배운다는 자세로 축구를 하면 발전한다’고 생각하고 선수들에게 그러기를 권했다.
경시대회 등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는 큰 대회에 나갈 때 겁부터 내는 아이들이 있다. ‘잘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나만 못하면 어쩌나’라는 걱정 때문이다. 또 학교에서 늘 1등만 하는 우등생 그룹을 보면서 그들은 아예 자신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다.
자신의 실력을 정정당당하게 평가해보고, 분석해보고, 기대치를 잘하는 아이들에 맞춰 높이는 과정에서 아이는 실력이 향상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정당당한 아이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우등생보다 발전할 가능성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