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몰라 피멍든 가슴, 치유해드리고 싶어요” 해나루시민학교 문해강사 강천
여러분은 지금 글을 읽고 있다. 바로 우리 고유의 문자 ‘한글’을 말이다. 대한민국의 문맹률은 2010년 기준 95%(낮을수록 문맹률이 높음)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글을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을 기본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낮은 문맹률의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가? 바로 우리 윗세대의 수고와 헌신으로 이룩할 수 있었던 점을 말이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이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그 시기에 일반 서민들은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많은 부모들은 ‘내 자식만은…’ 이라는 신념하에 헌신적인 교육열로 ‘공부만이 성공으로 가는 길’로 여기며 문맹률을 낮추는 일등공신이었다. 결국 이러한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세계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 대한민국. 그러나 이와 반대로 정작 본인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가장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현재 노령의 어르신들은 우리 주위에 수없이 많다. 당장 납부고지서를 받아도, 버스를 타고 나가려고 해도, 사인을 한번 하려고 해도 한글을 몰라 헤매고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해나루 시민학교의 문해강사로 활동 중인 강천씨는 그 누구보다 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본인 또한 1942년생으로써 힘들었던 그 세월을 함께 보내왔기 때문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강천씨는 “가장 먼저 당진신문 신년호를 축하드리고 독자분들 가정에 복이 넘실거리는 행복한 2014년이 되시길 바랍니다”며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강천씨에게 문해교육 강사의 길에 접어든 연유를 묻자 대한적십자사 당진지구협의회의 초대회장을 지냈던 시절을 회상했다. “구호물품 전달로 본인들에게 서명을 받으려는데 다들 손을 휘저었어요. 왜 그런가 했더니 한글을 깨치지 못해 자필서명을 하지 못했던 거죠. 당시에 한글을 모르던 분들이 참 많았었어요” 강천씨는 이러한 안타까움을 표할길이 없었다. 이에 당시 노령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교육조차 생소하던 시기에 그녀는 큰 결심을 했다. 바로 한글을 가르치기로 말이다. “1992년도에 이홍근씨가 운영하던 윤성학원서 한산했던 낮에 한글교실을 처음 열었어요. 매일매일 남편과 가족 몰래, 창피함을 무릅쓰고 가족까지 불러 같이 공부하던 이들이 생각나네요” 그렇게 시작한 강천씨의 한글교육은 4년이 넘도록 이어졌고 그녀는 1997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강천씨에게 한글교육을 받은 이들은 매번 그녀를 만날 때마다 진심의 인사를 건네게됐다. 글을 몰라 사회활동에 제약받던 이들이 배운 한글을 통해 자신이 직접 이력서를 쓰고, 직장을 잡고, 직접 고지서를 받아 돈을 내고, 택배를 붙이기 위해 자신이 직접 펜을 드는 등 우리들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이룩해준 강천씨에게 ‘은혜’를 입었다며 고마움을 표하는 것. 강천씨는 “한글은 우리의 모든 것이에요. 외국에서 그 나라 언어를 모르면 답답함을 느끼죠. 아니, 어떤 것도 할 수 없어요. 그런 기분을 제 나이대의 사람들은 항상 느끼고 있는거에요. 그걸 해소시켜주기 위해 지금까지 문해교육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90년대 적십자 봉사활동과 문해교육을 겸한 그녀는 현재 충청남도교육청과 당진여성의전당, 해나루 시민학교 등 어느 곳이든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있는 곳에 직접 발 벗고 뛰어들었고, 올해 강천씨는 국가평생교육원의 문해교육과정을 이수, 적지 않은 나이에 문해교육 강사라는 자격을 공식적으로 얻었다. 안정을 추구하고 노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이들과 달리 활발한 사회적 활동과 공부를 겸하고 있는 강천씨에게 그 연유를 물으니 “그저 공부가 좋아요. 사회는 급변하고 컴퓨터, IT기술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 급변하면서 발전해가고 있죠. 당장 저도 컴퓨터로 뭘 하려고해도 남에게 도움을 받지 않으면 쩔쩔매죠. 그런데 한글을 모르시는 어르신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저조차 ‘뭘 안다고 그러느냐’라는 말을 듣는데, 그분들 가슴에는 얼마나 피멍이 들었을지 상상도 안가죠. 그래서 제가 문해교육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어요”라고 답변했다. 해나루시민학교의 한글 초급반을 맡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는데 “한글은 처음이 어려워요. 오늘 다 외우신 것도 내일이면 까먹을 때가 있죠. 그래서 저는 수화를 배운 경험과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즐거운 율동으로 각인되도록 하고, 농담 등으로 밝은 분위기로 수업하려고 해요. 특히, 한글은 처음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젊은 분들은 당연히 외워지는 것들이 우리 나이대의 사람들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자진해서 초급반을 맡고 있는 이유에요”라고 말했다. 이제 2014년을 맞이해 학생들을 위한 강의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해나루시민학교에서 열성적인 교육을 하고자 하는 강천씨.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꿈을 묻자 밝은 미소로 대답해주었다. “제가 건강이 허락하고 시간이 되는 한, 같은 시간을 보낸 그들을 위해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제 삶의 우선순위는 같은 나이대의 그분들과 함께 공부하고 함께 사는 것, 바로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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