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산어보(2021)
12세 이상 관람가, 2021년, 드라마/역사 드라마, 2시간 6분
감독: 이준익(李濬益, 1959-),
설경구: 정약전 역
변요한: 창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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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잘 만들었다.
아쉽다. “입말과 같잖은 소리”로 자산어보가 남았더라는 아쉬움. 동학 농민전쟁에서도 사발통문과 여러 연락에서도 한글로 소통하는 이야기는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이보다 80여년 앞선 시대이긴 하지만, 백성들 속에 지내는 사대부가 입말을 소통했을 것인데, 그 소리 나는 대로, 한자와 같지 않은 글자로 남겨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 백성들과 동고동락이나 신 앞의 평등이라는 생각을 가졌는데도, 인민과 같은 입말과 글쓰기를 어찌 그리 늦어졌던가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정약전이 정약용보다 멀리 유배간 것은 단순히 황사영 백서 사건과 연관으로 되었다기보다, 이 영화에서 보면, 서학의 평등사상을 받아들였고, 주자학을 근간으로 삼은 유학에 대한 비판 때문이었을 것이다. 후기 조선에서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 하여 주자학를 주장하는 자들을 난적이라 하지 않았던가. 영화는 정약전이 주자학이 아니라 공맹의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백성과 함께 살아가야(여민동락 與民同樂)을 보여주고자 한다.
창대라는 흑산도 어부와 나리성님(손암巽庵 정약전) 사이의 연대관계를 전편에서 대립과 화해, 서로 다른 세상보기와 서로 연민 등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자산어보의 작품이 생기는 과정뿐만 아니라 시대의 삶의 풍경도 곁들여 놓았다. 삼정문란이 어떤 것인가를 흑산도 별감에서 작은 부패에서 나주 관아에서 백골군포, 애기군포 등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지식인이 현상의 사실에서 가치를 판단하고 배열하는 작업을 잘 하는 것 같다. 일단 노론이 주장한 사문난적이라면서 다른 글을 읽지 않는 부류를 제외하더라도, 실학파들 사이에서도 실학의 존중이 구체적 사물 또는 자연을 그 자체로 탐구하는 실증과학으로 들어설 수 없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양반이라는 지위에 머물면서 사물 자체를 탐구하려 손에 비린네와 지저분함을 묻히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약전은 어류의 총체적으로 연구하면서, 흑산이 아니라 검은 색이 구별과 분류를 어렵게 하는 단어보다, 먼지와 온갖 것이 섞여 있어 어두운 듯하지만 구별하지 못할 정도가 아닌 거무스럼한 현(玄)자를 두 개 겹쳐서 카오스모스 같은 상태로서 자(玆)로 쓴 것은 매력적인 어휘 선택으로 보인다. 자(玆)에서부터 시작하여 바다에 사는 모든 종류를 구별해보려는 노력은 19세기 초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하다.
여기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 바다에서 서양 배들이 흘렸는지 모를 지구의(地球儀)를 주웠는데, 그것이 지구의 모습이며 또한 지구가 둥글다고 설명할 수 있었을 지라도,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학교를 정상적으로 단계별로 다니지 않은 평범한 사람에게 지구가 둥글고 자전과 공전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야기 이지만, 맏형 정약현(丁若鉉, 1751-1821), 정약전(丁若銓, 1758-1816), 정약종(丁若鍾, 1760-1801), 막내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각 가정에서 일어난 삶의 이야기는 얽히고 설힌 이야기 많기도 하다. 이승훈(李承薰, 1756-1801)과 황사영(黃嗣永, 1775-1801) 뿐만이 아니다. 정약현의 딸이며 황사영의 부인인 정난주의 이야기는 뮤지컬로도, 소설로도 나와 있다. 이런 여러 삶의 과정을 이야기로 남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집안이 아닐까 한다.
더하여 영화에서 “창대”는 장창대라는 실제 인물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관료로 진출했다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인물을 밝힌 것은 현산어보를 찾아서 1-5(200년 전의 박물학자 정약전)를 쓴 이태원이라 한다.
(54TMC)
#참조 1: “자산어보” 9월 22일(수) TV. 밤 22시 10분 / 설경구, 변요한 주연
[추석: 9월 21일.]
순조 1년,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과 흑산도의 청년 어부 ‘창대’의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그린 영화. 가고자 하는 길은 달랐지만 신분과 나이차를 뛰어넘어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과 화합의 가치를 그린 영화. / 2016년 '동주'이후 이준익 감독의 두 번째 흑백영화로,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영상미를 감상할 수 있다. (54TMA)
# 참조 2: 한.위키. - 책: 자산어보(玆山魚譜)(1814)
자산어보(玆山魚譜)(1814)는 조선시대 영조-순조 당시 학자인 정약전이 1801년(순조 원년) 천주교 박해사건인 신유박해 때 전라도 흑산도에 유배되어 1814년(순조 14년)까지 생활하면서 이 지역의 해상 생물에 대해서 분석하여 편찬한 해양생물학 서적이다.
내용
총3권으로 이뤄져 있으며 원본은 없고 필사본만 남아 있다. 흑산도 근해의 각종 어류와 수중 식물을 인류(鱗類 : 비늘이 있음)와 무린류(無鱗類 : 비늘이 없음), 개류(介類 : 딱딱한 껍질을 가짐), 잡류(雜類 : 물고기가 아니지만 물에 사는 생물)로 분류하여 총 155종의 생물을 설명했다. 그 중 잡류는 해충(海蟲 : 바다 벌레), 해금(海禽 : 바다 새), 해수(海獸 : 바다 짐승), 해초(海草 : 바다 풀)로 다시 나뉜다. 이러한 분류 방식은 당시까지 동양 최고의 박물지인 이시진(李時珍, 1518-1593: 중국 명대 의사)의 본초강목(本草綱目, 1578)(1596출간)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생물군을 찾아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나누었다는 점에서 우수했다.
자산어보에는 여러 해양 동식물들의 이름, 모양, 크기, 습성, 맛, 쓰임새, 분포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 수록된 생물 가운데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확실치 않은 것도 있으며 무린류 가운데에는 인어(人魚)가 나오기도 한다.
권1 : 인류 73종
권2 : 무린류 43종
권3 : 잡류 - 해충 4종, 해금 1종, 해초 35종, 해수 등
* 관련인물들
1818 이시진(李時珍, 1518-1593) 중국 명대 의사, 박물학자. 본초강목(本草綱目, 1578)(1596출간) 흙, 옥, 돌, 초목, 금수, 충어 등 1892종을 7항목에 걸쳐 해설하였다.
1751 정약현(丁若鉉, 1751-1821) 조선 후기의 인물로, 진주목사 정재원의 맏아들. 호는 부연(鬴淵). 이며 본관은 나주이다. 정조 19년(1795년), 식년시 진사 3등에 합격하였으나, 벼슬자리는 얻지 못해 낙향하여, 고향을 지켰다.
[이승훈(李承薰, 1756-1801) 조선 말기 천주교 순교자. 호 만천(蔓川)이다. 조선인 최초로 중국에서 천주교 영세를 받았다. 정치적으로는 남인. 정약용은 그의 처남.
1758 정약전(丁若銓, 1758-1816) 호는 손암(巽庵), 연경재(硏經齋), 매심(每心). 조선 후기의 문관, 실학자, 저술가, 생물학자. 유배지에서 몰하다. 자산어보(玆山魚譜)(1814), 송정사의(松政私議): 조선 조정의 소나무 관련 정책에 대한 비판문. 표해시말(漂海始末): 어물 장수 문순득의 표류기
1760 정약종(丁若鍾, 1760-1801) 조선 정조 때의 학자, 세례명은 아우구스티노. 로마 가톨릭교회 순교자.
1762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조선 후기의 문신, 실학자, 저술가, 시인, 철학자, 과학자, 공학자. 호는 다산(茶山), 사암(俟菴), 탁옹(籜翁), 태수(苔叟), 자하도인(紫霞道人), 철마산인(鐵馬山人), 문암일인(門巖逸人),
[1766 김려(金鑢, 1766-1821) 조선 후기 문인, 학자.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1803): 우어란 진해(鎭海)의 옛 이름 우산(牛山)에서 왔다. 노론(?)인데 1801-1803년 우산에 유배생활하면서 저술한 책이다.]
1773 정난주(1773-1838) 정약현의 딸/ 정명련(정약용의 질녀)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大靜)에서 관비(官婢)가 되어 천수를 다한 뒤 모슬포(慕瑟浦) 뒷산에 묻힌다.
1775 황사영(黃嗣永, 1775-1801) 조선의 천주교 순교자.
1801 신유박해(辛酉迫害)는 1801년(순조 1년)에 발생한 조선 천주교 박해 사건이다. 시파·벽파의 정치 투쟁에서 시파의 제거를 오랜 숙원으로 한 벽파가 천주교 탄압을 명분으로 일으킨 사건이다. [벽파(僻派) 몽오 김종수, 만포 심환지, 가일 김노경; 시파(時派): 덕로 홍국영, 번암 채제공, 풍고 김조순.]
1801 황사영 백서(黃嗣永帛書): 천주교 신자인 황사영이 신유박해의 전말과 그 대응책을 적은 밀서.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일어나자 황사영은 서양의 배와 군대를 조선에 파견해 조선이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밀서에 담았다.
- 황사영은 정약현(1751-1821)의 사위였고, 정약현의 딸은 정난주(마리아). 정난주의 일대기를 그린 ‘서울할망 정난주’, [2014년 9월 19-29] 홍대입구 가톨릭청소년회관 지하 다리 소극장 공연, [2015년] 9월 21일까지 대학로 “여우별씨어터”에서 공연.
- 난주김소윤 장편소설,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 김소윤 지음, 은행나무, 2018년 11월 19일 출간, 344쪽 (54TMA)
2002 현산어보를 찾아서 1-5(200년 전의 박물학자 정약전), 이태원, 청어람미디어, 2002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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