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 12지구 가톨릭 음악의 밤 행사가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렸다. 올 해로 제 15회이니 애로를 극복하고 잘 이어왔다. 필자는 글솜씨는 없지만 글을 많이 쓰는 편이다. 논문, 칼럼, 수필, 연주평, 미사 참례기, 순례기....쓸 때 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바로 "글 제목" 결정 이다. 서점에 가보면 베스트 셀러 책은 제목이 스마트하다. 타이틀만 보고도 아, 이게 이런 내용이겠구나...하고 감이 와야 한다. 어떤 이들의 논문이나 글은 제목을 보고는 무슨 내용일지 깜깜하다. 이런 글 제목은 잘 붙인 것이 아니다.
서울 제 12지구 음악회에 자주 가보고 느끼는 것인데 "가톨릭 음악의 밤" 타이틀에 대하여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제 12지구(서울 강남)는 중산층 이상 가정이 많고 주민 수 대비 가톨릭 신자 비율이 매우 높다. 어떤 동네는 20%를 넘는다. 성가대원들 자원 역시 상대적으로 고 학력 스펙이다. 지휘자와 반주자들도 우수한 사람들이다. 매 년 음악회를 하는데 경연대회가 아니고 가톨릭 음악의 밤이다. 그러니까 가톨릭 음악을 밤에 연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음악회 내용을 보면 성가 합창곡 절반에 기타 곡 절반이다. 민요, 가곡, 가요,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 율동까지...왜 이런 화두를 내는가 하면 전례음악 카페 회원이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곳 곳에서 서울 강남 지역 성가대들의 합창제에 관심이 있고 세계 여러 한인신자들도 관심을 가지기에 "글 제목"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딱이 연주평 게시판에 올리기도 애매하지만 이 시대 교회음악 역사를 기록하는 마음으로 밤샘을 한다.
2주전 전례음악합창단이 주관한 "순교자 현양 전례음악회"는 주제와 내용이 명료하다. 순교자 성월에 125위 시복시성기원 음악회라서 여러 합창단들에게 선곡 기준도 성가중에서 순교자나 성인곡에서 선곡하도록 했고 다른 곡도 성가 합창곡이었다. 이 노래들은 "주님과 순교자"를 위한 노래이다. 더 나아가 전례음악이 주종이다. 반면에 제 12지구 가톨릭 음악의 밤은 주님을 찬미하고, 성가대원이 즐거워하는 친교 행사이고, 더 나아가 청중이 기뻐하는 다목적 노래 잔치이다. 그렇다면 제 12지구 가톨릭 음악의 밤은 꼭 성가가 아니라도 제한 없이 연주할 수 있고 "가을 합창 축제" 성격이 드러난다.
올 음악회 특징은 필수곡으로 성가를 부르고 다른 곡은 완전 자유곡...그래서 각 성가대는 자유 분망하게 율동도 가미하고 말춤도 선 보이고 끼를 맘껏 과시했다. 그러나 성가대 합창제이므로 몇 몇 뜻있는 성가대는 전례음악을 우선 택했고 한국 창작곡을 연주했다.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여러차례 합창제를 관람, 심사를 한 사람이다. 연주회에서 암보는 그 가치를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전례음악합창단은 암보 연주로 악명(?)이 높은데 출연자 수가 줄어들어도 기꺼이 감수한다. 암보는 악보를 들고 부르는 것보다 2배 이상의 열정과 노력을 요구한다. 지휘자도 암보 연주는 스트레스를 주지만 악곡 해서과 악상 전달엔 효과적이고 합창단원들도 고통 끝에 오는 환희를 만끽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있다. 그래서 아래 통계에서 암보 연주는 무조건 별 하나씩 주었다.
합창은 혼성4부일 경우에 남성파트가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남성의 수가 여성의 반 이하이면 합창이 매끄럽지가 않다. 전음합창단은 9월8일 연주회때 남자 29명, 여자 31명이었다. 이렇게 성가대 여성 우위 시대에 생활에 지친 남편, 아빠, 할아버지의 참가를 가상히 여기어 남자 파트가 많은 두 팀에게 별 하나씩 주었다. 노래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는 그 다음 문제이다.
전례음악 카페에서는 이날 연주된 곡중에서 교회음악(성가) 합창 1곡만을 언급하기로 한다.
이날 모두 20곡이 불렸는데 순교자 성월에 성인이나 순교자 노래가 한 곡도 없는 것이 좀 이상할 정도...
합창은 성가대인 경우에 더욱 그러한데 인원 수가 많으면 풍성한 소리가 난다. 대부분이 아마추어지만 대단한 마니아들이다. 그래서 최다 인원 출연팀에 별 하나 추가....그리고 한국 음악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한국 창작곡 연주에 보너스 별 하나...
참고: 2001년도~2005년 성가대별 지휘자, 반주자와 출연자 수 비교/통계표(출처 전례음악)
본당명 | 지휘자 | 반주자 | 2005년 출연자 (남자) | 2001년 출연자 수 |
우면동 | 최용호 | 김병하 | 56명(18명) | (신설본당) |
서초동 | 강병항 | 남유라 | 41명(16명) | 62명 |
반포4동 | 이철수 | 김주연 | 31명(10명) | 37명 |
포이동 | 이성철 | 김민경 | 36명(12명) | 36명 |
방배4동 | 박지형 | 홍기영 | 34명(14명) | 36명 |
반포동 | 이장호 | 송선혜 | 41명(12명) | 40명 |
서초3동 | 오세화 | 박경화 | 32명(12명) | 32명 |
방배동 | 한근희 | 이인정 | 39명(14명) | 56명 |
잠원동 | | | 불참 | 35명 |
(지휘자와 반주자는 제외된 숫자임)
참고 : 2012년도 출연 통계(별표는 암보, 남자 최다 출연, 출연인원 수 최다 팀에 한 개씩 부여. 같은 인원수이면 2개팀에 모두 부여! 마지막으로 한국 창작곡 연주에 별하나 덤...)
본당(성가대) | 지휘자 /반주자 | 성가 연주곡 | 출연자 수 |
방배동★ | 최용호/ 유현진 | 주님 주신 아름다운 세상/J. Rutter | 남 16+여 30= 46명 |
우면동 | 정성영/김병하 | Parce Domine/ Gounod | 남 8+ 여 13= 21명 |
반포4동★ | 유용상/ 최주용 | 무지칼 가스펠/ S.Schwartz | 남 9+ 여15= 24명 |
반포 | 원미혜/이상욱 | Domine ad adjuvandum me Festival/ Pergolesi | 남 11+여 26=37명 |
서초동 ★★ | 이승민/조혜정 | Credo coronation Mass/ A.Mozart | 남 19+여 25=44명 |
포이동 | 김도영/김민경 | Domine fili unigenite | 남 12+여 23= 35명 |
잠원동 ★★ | 이호중/ 양미현 | 호산나 다윗의 자손/ 박현미 창작곡 초연 | 남 14+여 26=40명 |
방배4동 ★★★ | 황재선/ 이민선 | 주여 임하소서/ S.Betahny편곡 | 남 19+여 27=46명 |
서초3동 | 조미경/고경화 | 천사의 합창/ Beethoven | 남 14+여 17= 31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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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스합창단 ★ (장애 청소년: 남학생 비율 최고) | 찬조출연 | 소리 높여 찬양/ L.Solomon | 남 9+ 여 6= 15명 |
공통적으로 전례음악에 대한 오류가 있다. 미사곡에서 Credo는 신경이다. 사도신경이 아니다. 대관미사곡에서 크레도를 부르는데 안내서(프로그램)에도 사도신경이라고 되어있고 사회자(아나운서)도 두 번이나 "사도신경을 부른 ** 성가대에 박수를 !!" 하고 유도했다. 박수를 칠 수도 없고 난감했다. 미사중에 신앙고백으로 신경이나 사도신경이나 둘 다 할 수 있지만 가톨릭 음악에서 미사곡에 사도신경은 없다. 신경만 있다. 간혹 개신교합창단에서 Credo를 부르면서 가사를 사도신경으로 부르긴 한다. 그 지휘자에게 오류를 수정해주었더니 섭섭해 했다. 영어레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절심하다.(전례음악 카페 정회원들은 잘 아시리라 믿는다. Credo...)
시간이 제한 된 합창제에서 긴 독창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이 부담스러울 정도라면 더욱...
이번 음악회에서 장애인 합창단(엔젤스) 출연은 시선하고 좋다. 제 12지구 신부님들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것도 보기 좋은 일이다. 옛날 신학교시절 은사였던 곡 이존복(한국 복자수도회) 교수 신부님 고인 성모송....혜화동 교정을 묵주기도하며 많이 불렀던 성모송....2성부도 좋았다.
서울대교구 제 12지구 신부님, 성가대 여러분...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영상 4 : 잠원동 -호산나, 다읫의 자손<박현미 체칠리아 창작곡>-중간에 소리가 안들리는 것은 오르간 간주가 워낙 pp라서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지휘자도 전례복에 오르간 반주...전례음악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