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도미노에 줄줄이 늘어선 채 사람들은 체르노빌을 보면서 놀라고 후쿠시마를 보면서 다시 깜짝 놀라 말합니다. ‘버튼이 눌려졌다. 재앙이 닥쳤다.’고. 하지만 진정한 재앙의 시작은 그 다음에, 버튼이 눌러진 다음에, 기나긴 도미노의 맨 앞 블록이 넘어지고 난 다음일지도 모릅니다.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트릴 재앙은, 아무도 그 일상을 바꾸지 않은데서 비로소 시작됩니다. 아무도 무너지는 블록을 막기 위해 앞으로 앞으로 모이지 않고 자신의 자리만을 지킨 채 묵묵히 일상의 삶을 사는 외로운 블록들의 기나긴 줄. 그 줄이야말로 진정한 재앙의 시작일 겁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한국의 각 지방 방사능 측정소에서 대기 중의 방사능 검사를 했을 때 유일하게 세슘이 검출된 도시가 춘천입니다. 1972년 캠프페이지에서 고장 난 핵미사일을 시 외곽 25km 지점 어딘가에 묻었다는 미군의 증언이 나온 도시도 춘천입니다. 그 증언을 했던 미군도 결국 백혈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정부도, 춘천시에서도 그 핵미사일을 어디에 묻었는지 찾으려하지 않습니다. 그 관료들은 이 도시에서 살고 있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들은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요? 정말 우리들의 아이들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오늘 내가 걷고 있는 이 거리는, 내가 마시고 있는 이 공기는 정말 안전한 걸까요? 과연 우리는 춘천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정직한 답을 찾고 싶습니다.
춘천에서 방사능 생활감시단을 해보려고 합니다. 나와 아이들을 지켜내고자 하는 작은 바램에서 출발합니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이기에 나라도 해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합니다. 내 아이를 지키려는 부모의 마음으로, 땅 위의 삶을 지키고자 하는 뿌리의 마음으로 함께 해주세요.
춘천 방사능 생활감시단에서는 맨 먼저 150만원 상당의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십시일반으로 구입하려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과,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과, 매일 지나다니는 길과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 우리가 얼마나 방사능에 노출되고 있는 지 확인해보려 합니다. 매달 오천원의 회비를 내는 정회원도 있고 관심은 있으나 활동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후원회원도 있습니다. 휴대용 측정기를 가지고 이동하는 회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춘천시의 방사능 지도가 완성되어가는 거대한 기록의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나를 위한 기록이 온전히 너를 위한 기록이 되는 생명의 그물망에 함께 해주세요.
(웹자보는 김진아 춘천 녹색당원이 만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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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방사능 감시단을 띄우는 모임이 시작됐습니다. 춘천생협에서 방사능에 관련된 강연을 할 때 들으러 오신 분들에게 춘천이라는 지역사회 안에서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을 함께 고민해보자고 문제제기를 했고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한살림, 나눔의 집 등에서도 강연을 했습니다. 문제의식에 공감한 분들끼리 모여서 첫 번째 모임을 마쳤습니다. 100년을 함께 할수 있는 모임으로 유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의 심정입니다. 이 밴드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방사능 문제를 지역에서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먼저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와 각 가정과 학교에서 라돈(폐암의 2번째 주된 원인으로 밝혀진 방사능입니다.) 측정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실생활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다가가면서 문제를 풀어가면 모임의 단초를 마련할수 있다는 하나의 선례가 될수도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올려봅니다.
" 우리는 좌도 우도 아니다. 우리는 밑에서 오고 있고 맨 위로 가고 있다."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