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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은 초등학생들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까. 정은주 한우리독서논술 강남직영지부 원장은 “독서토론을 통해 책을 서너 번 반복해 읽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이 귀하던 시절에는 한 권을 읽고 또 읽으면서 그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반면 요즘 아이들은 책은 많지만 읽을 시간이 없죠. 이럴 때 독서토론을 하면 책을 여러 번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학교에 간 사자’라는 책을 읽고 나서 책 속 이야기처럼 상상을 해보는 거예요. ‘내가 학교에 가기 싫다면 어떻게 할까? 나와 같은 로봇을 만들어 대신 보낼까?’ 같은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겠죠.” 독서토론은 교과서와 참고서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게 한다. 또 의사소통 과정을 경험하면서 자기 생각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조리 있게 말하는 언어구사력을 키울 수 있다. 김수연 한솔교육 주니어플라톤 선임연구원은 “책을 읽고 공통의 주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원장 역시 “똑같이 공부한다면 책을 읽고 토론하며 배경지식과 어휘력을 키운 아이가 훨씬 우수한 성적을 낸다”고 귀띔했다.
“독서토론을 하며 아이들은 사회문제나 이슈까지 자연스럽게 접합니다. 예를 들면 ‘말 못하는 양반’이라는 전래동화를 읽고, ‘인터넷 용어 사용 문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해보는 식이에요. 아이가 ‘흰 종이수염’이라는 책을 읽을 때, ‘이 책은 전쟁에 대해 다룬 책이야. 전쟁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면서 읽고, 나중에 엄마랑 이야기해 보자’고 권할 수도 있죠. 책을 읽을 때는 독후활동만큼이나 ‘읽는 과정’도 중요한데, 생각할 거리를 미리 던져주면 아이가 더 집중해서 책을 볼 수 있어요.”
독서토론은 최근 확대되고 있는 서술·논술형 평가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책 읽기 능력이나 사고력 기초를 튼튼하게 잡지 못한 아이들은 서술·논술형 평가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김수연 연구원은 “정답·오답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요즘, 다양한 장르의 책 읽기와 꾸준한 독서토론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생활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반대의견에 부딪혔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고 정확하게 전달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을 토론으로 익히기 때문이다. 정은주 원장은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가정에서 독서토론을 생활화하면, 부모자녀 사이의 의견 충돌을 막을 수 있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부모자녀 사이를 가깝게 만든다”고 조언했다.
"오늘은 청소년 자살 문제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 볼까?"
경기 고양시에 있는 행신고 도서 정보실. 이 학교 2학년 학생 7명이 모여 도서 ‘우아한 거짓말’을 가운데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고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독서토론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어쩌다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책 그만 읽고 공부나 해라"는 핀잔을 듣기 쉬운 게 현실이지만 이들의 생각은 확고하다. 독서토론만큼 자신들의 사고력을 키워주는 활동이 없다는 것이다. 또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법 등 상황에 맞게 말하는 표현력도 키웠다. 최혜원양은 "전에는 친구들과 아이돌 가수 이야기만 했지만, 책을 주제로 대화하면서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제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자발적으로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인희양은 "중학교 때까지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는데, 독서토론을 시작한 뒤로 책 읽기를 즐긴다"고 말했다. 김지연양 역시 "어릴 때 억지로 읽은 책은 물론이고, 오로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제목이나 핵심만 달달 외운 책은 지금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반면 독서토론을 했던 책은 내용이나 읽을 때 받은 느낌,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 작가가 살았던 시대상 등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책에서 간접적으로 접한 사회문제나 이슈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키싱 마이 라이프’를 읽고 ‘낙태문제’에 관해 토론했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며 ‘사형제도’에 대해 돌아보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신가람양은 "토론에서 말한 것을 글로 쓰면 ‘논술’이 된다. 독서토론을 꾸준히 하면 굳이 돈을 내고 논술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독서토론은 인성(정서) 교육적인 측면도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경험에 공감하는 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윤예민양은 "독서토론을 하다 보면 ‘나는 이 책과 비슷한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했다’는 식으로 제 경험을 이야기하게 된다. 또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얻는 정서적 이점이 무척 크다"고 전했다.
독서는 공부에 방해된다는 편견과 달리 이들은 학교 공부에서도 독서토론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전다솔양은 "배경지식이 늘면서 글을 읽는 속도가 빨라져 언어영역 문제를 푸는 게 수월해졌다"고 했다. 박다정양 역시 "전에는 ‘함축적인 시어를 찾아라’는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독서토론을 하면서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훈련을 한 덕분에 문제를 푸는 힘도 커졌다"고 전했다. 이들을 지도하는 김명은 교사는 "독서토론을 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를 늘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글을 읽더라도 중심내용을 빨리, 정확하게 파악한다. 이는 시험을 볼 때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른 교과 공부에도 도움을 준다. 최기재 전라고 교사는 "독서토론에서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할 때 다른 교과에서 배운 모든 내용을 활용하게 된다. 예전에 읽은 책, 감명 깊게 본 영화, 신문, 통계 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모든 교과영역 공부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임영규 진광중 교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회장)는 "독서토론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는 자기 주도적인 활동은 학생들의 학업 성적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깊이 있고 폭넓은 공부가 필요한데 이는 독서와 토론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서토론에는 독서토의와 독서토론이 모두 포함된다. 독서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책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서로 질문을 하면서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을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문맥의 의미를 미루어 짐작하거나 인물의 성격이나 심리를 추측해본다. 또 '내가 만약 주인공이라면'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었다면' 등 작품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해 본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독서토의'에 해당한다.
반면 '작가의 관점은 과연 옳은가' '인물의 행동은 정당한가' 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관점을 내세워 친구와 찬반의 의견을 나누는 활동이 독서토론이다. 이때는 책의 내용이나 자신이 아는 배경지식을 동원해 타당한 근거를 대면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틀어 '독서토론'이라고 한다. 최기재 전라고 교사는 "독서토의가 '책으로 수다 떨기'라면, 독서토론은 책과 말로 하는 '게임', 즉 스포츠와 같은 경기"라고 비유했다.
독서토론 인원은 5명부터 10명 내외까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독서토의나 토론에 맞게 진행자, 서기, 토론 참여자, 심사위원 또는 배심원 등으로 역할을 나눌 수 있는 인원이면 더욱 좋다. 모임을 구성한 다음에는 모든 사람이 토의ㆍ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역할을 줘야 한다. 한 주제를 잡아 2대2 또는 3대3으로 인원을 구성해 찬반토론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찬반토론의 경우, 찬성-반대-찬성-반대의 순으로 대립 의견을 번갈아 듣는 것이 효과적이다.
독서토론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이라면 가급적 부담이 적은 책을 고르자. 김명은 행신고 교사는 "처음에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푸른 사다리' 등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청소년이 주인공인 책 등은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고, '호모쿵푸스'처럼 재미있고 공부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는 인문학 서적도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학교 교과와 관련된 책을 고르는 것도 현명하다. 최기재 교사는 "각 교과 선생님들이 추천하는 도서나 권장도서 목록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교과 관련 책을 읽으면 수업에서 배운 내용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더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할 수 있고, 독서토론으로 교과 내용을 심화 학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주제는 미리 정하기보다 책을 읽고 난 뒤 각자의 생각이나 책을 읽으면서 관심을 가졌던 부분, 궁금했던 점 등을 말하면서 공통의 주제를 찾아내면 된다. 김명은 교사는 "책을 읽을 때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이해가 안 되는 구절, 함께 얘기하고 싶은 구절 등에 밑줄 치거나 메모해 두면 좋다"고 조언했다. 최기재 교사 역시 "시험을 볼 때 예상문제를 만들어 보듯이 문제의식을 갖고, 배경지식을 활용해 자신이 생각했던 질문에 답하면서 책을 읽어라"고 강조했다.
"책을 읽을 때 인간의 삶이나 사회 문제와 연결해 생각의 폭을 넓혀나가야 합니다. 책과 연관된 다른 교과 내용, 사회 문제 등을 연결 지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세요. 독서토론 개요서를 작성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독서토론에서 논제가 될 만한 내용은 무엇인지 검토하면서 읽고, 책을 읽기 전에 논제가 이미 정해졌다면, 논제를 뒷받침할 만한 논거를 찾아 정리하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독서토론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토론 진행표를 숙지하고 규정을 지켜야 한다. 발언할 때는 시작과 끝을 분명히 밝히고, 6단 논법을 활용해 논증 방식에 맞게 말한다. 특히 또래 친구들이 모이는 만큼 토론이 주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김명은 교사는 "진행을 맡은 학생이나 지도교사는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흐르거나, 토론이 목소리를 높이는 '언쟁'으로 변하지 않도록 잡아줘야 한다. 또 발언을 하지 못한 학생이 소외되지 않도록 살피라"고 조언했다.
또 토론 주제가 된 책의 내용을 분명히 이해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며 토론에 임해야 한다. 임영규 진광중 교사는 "독서토론이 단순하게 책에 대한 퀴즈를 푸는 형태, 또는 자신이 작성한 토론지를 읽는 수준에 그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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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든 공부에 기본은 역시 독서가 최고
우리도 반성하고 독서 많이 하자 칭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