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머리말
Leo Kanner(1943)의 연구 발표 이후, 아동발달에 관련된 인지적, 사회적, 행동주의적, 정서적, 신경 생물학적 이론들이 '자폐증'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장애를 이해하기 위해 적용되어 왔다. Schopler(1994)에 따르면 지난 수 십 년간 자폐아동의 치료 및 교육에 관해 28개의 접근방법 (예: Feingold 식이요법, Megavitamin, 감각 통합 등)이 발표되었는데,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신문이나 TV에 특보로 소개되어 인기를 끌다가 객관적인 효과를 평가받지 못한 채 사라지곤 하였다. 이에 자폐아 교육의 전문가들과 부모들은 우후죽순 식으로 난무하는 치료 및 교육방법의 효율성에 대해 증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고, 자폐아동의 치료와 교육방법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에 의해서 효과적이라고 증명된 것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특별히 지난 십 년 동안 자폐아동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교육과정의 접근 방법에 있어서의 통합이다(Olley & Reeve, 1997). 학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특정 접근방법(예: 발달주의적, 행동주의적, 생태학적)에 근거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프로그램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정상아의 발달 순서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으며, 자폐아동의 고유한 학습 특성을 고려한 구조화된 교수방법을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성 기술, 의사소통 기술, 문제해결 기술 및 의사결정 기술 등 아동의 일생을 통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적 기술들에 대한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의 평가도 단기적인 기술습득이나 문제행동의 감소보다는 장기적으로 자폐아동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였는지에 근거하게 되었다. 본 글에서는 자폐아동을 위한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교육과정 구성의 다양한 접근방법과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의 특성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통합교육에 미치는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II. 자폐아동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구성
1. 교육과정 구성의 접근 방법
자폐아동을 위한 교육과정은 크게 세 가지 접근방법에 근거하여 구성된다.
첫째, 발달적 접근방법은 학습에는 전형적인 형태와 순서가 있으며, 특정 발달적 기술은 다음 단계의 학습을 위한 선행 조건이라는 가정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일반적인 평가도구들이 발달적 이정표에 따라 개발되므로 발달적 접근방법이 선호되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정상아동을 대상으로 연구된 보편적 발달의 순서가 자폐아동에게 반드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Dyer & Peck, 1987).
둘째, 자폐아동의 발달과 학습은 정상아동과 여러 측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자폐아동의 특성에 맞게 구성된 교육과정이 개발되었다. 일상생활 치료법(Daily Life Therapy)은 일본인 Kitahara에 의해 1964년에 개발되었고, 1987년에 미국의 the Boston Higashi School에서 재현되었다. 일상생활 치료법은 다양하고 활발한 신체활동을 통해 자폐아동의 문제행동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고도로 구조화된 집단활동을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문화를 반영한 도덕성 발달 프로그램이나 미술 프로그램을 그룹활동 중심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일상생활 치료법의 객관적 평가는 보고되고 있지 않다(Quill, Gurry, Larkin, 1989).
자폐아동의 특성에 맞게 구성된 교육과정으로서 TEACCH(Treatment and Education of Autistic and related Communication handicapped CHildren) 프로그램은 발달적 접근방법의 요소를 고려하고, 각 아동의 학습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개별화한 것이다. 이 교수법은 각 아동의 강점(예: 운동 영역, 시각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자폐 아동이 새로 습득하기 시작하는 기술들을 성공적으로 성취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에 관한 부모의 의견을 중시하며 체계적인 평가에 근거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Schopler, 1997).
자폐아동의 인지적 결핍을 보완하고자 하는 인지적 접근방법은 자폐아동에게 융통성 있는 사고와 인지전략을 교수하여 독립적인 학습자가 되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다(Powell & Jordan, 1992). 인지적 교육과정인 Bright Start Curriculum도 자폐아동의 사회적 상호작용, 주의집중, 의사소통기술 및 학습동기 등을 향상시키는데 효과적이었다(Butera & Haywood, 1992).
셋째, 일반적으로 발달적 접근방법은 어린 아동들에게 적용되는 반면에, 직업기술과 독립적인 삶이 중시되는 청소년기 아동에게는 생태학적 접근방법이 많이 적용된다(Dalrymple, 1989). 생태학적 접근방법은 중도 정신지체 아동에게 삶의 전반에 걸쳐 필요한 기능적인 기술들을 가르치기 위해 개발된 방법으로서, 개별화된 교육과정을 강조하지만 자폐아동의 학습특성에 맞춘 것은 아니다. 생태학적 평가방법은 교실이나 치료실에서보다는 아동이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기능적 기술을 잘 사용하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의 접근방법들은 자폐아동의 교육에 있어서 각각 특유의 장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특정 프로그램이 한 가지의 접근 방법에만 근거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교육과정은 다양한 접근방법을 통합한 것으로 개별의 기술을 가르치거나 문제행동을 감소시키는 것 이상을 목표로 한다. 즉 교육의 목표는 자폐아동의 삶의 양상과 질을 의미있게 변화시키는 것으로서, 교육과정은 자폐아동이 학습하고 여가를 즐기고 친구를 사귀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져야 한다(Horner, Sprague, & Flannery, 1993). 앞서 언급한 TEACCH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접근방법을 통합한 교육과정의 좋은 예로서, 아동의 발달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자연적인 환경에서의 아동의 기능수준을 향상시키는 생태학적 요소를 포함하며, 각 아동의 특성에 맞게 교수의 목적을 정하고 교육과정을 구성한 것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발달적 접근방법, 자폐아동의 특성에 따른 접근방법 및 생태학적 접근방법의 요소들을 통합하여 구성한 효과적인 자폐아 교육프로그램의 특성들에 관해 다음 부분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였다.
2.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특성
자폐아동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특성으로서 구조화된 교수(structured teaching), 의사 결정 기술(self-determination skills), 사회성발달 촉진 및 교육성과에 기초한 교육프로그램(outcome-based education)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1) 구조화된 교수
구조화된 교수방법은 자폐아동의 문제행동을 줄이고 대체기술을 훈련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접근방법이다. 학습환경을 구조화함으로써 자폐아동의 특성 중 하나인 인지적 학습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자폐아동의 시각적 정보처리의 강점을 살리고 동일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Schopler, 1997). 구조화한다는 것은 권위주의적인 교수방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의 순서와 주어진 과제를 학습자가 예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조화된 교수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물리적 환경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특정 공간과 특정 학습활동을 연관시킨다. 자폐 아동들은 서로 다른 사건을 식별하고 별개의 활동을 연관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으므로, 간막이, 책장, 서랍장, 커튼 등을 이용하여 특정 학습활동이 일어나는 특정 장소를 시각적으로 구분해 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어린 아동들인 경우 자조기술을 학습하는 공간과 학습 후 휴식을 하는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고, 청소년기의 아동인 경우 여러 형태의 직업 기술을 훈련하는 공간을 각각 구분해 놓는 것이다. 자폐아동들은 빛이나 소리에 의해 산만해지기 쉬우므로 물리적 공간을 아동의 특성을 고려해 구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시각적 영역을 구분짓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공간이 너무 좁아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물리적인 환경구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시각적으로 분명히 알 수 있게 만든 일과표이다. 대부분의 자폐아동이 순차적 기억에 어려움을 나타내며, 수용언어의 장애로 말미암아 구어로만 지시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각 아동의 수준에 맞게 글씨로 쓴 일과표, 그림일과표, 사진일과표 등을 이용하여 학급 전체의 일과와 개인의 일과순서를 제시하면 자폐아동은 다음 활동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불안해 하지 않게 된다. 학급 전체의 일과표는 교실 벽에 붙여 놓을 수 있고, 개인의 일과표는 매일 등교시 나누어주어 아동이 하루종일 가지고 다니며 일과표에 제시된 활동 중 성취한 부분에 표시를 해 나갈 수 있게 한다. 한 활동에서 다음 활동으로 이어지는 전이시간이 산만해 지기 쉬우므로 주의 깊게 계획해야 하며, 어린 아동인 경우 부담을 주는 학습시간을 점심시간, 간식시간, 휴식시간 및 낮잠시간 등과 번갈아 잘 구성하여야 한다. Sulzer-Azaroff와 Mayer(1991)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활동(예: 레고 놀이)을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활동(예: 정리정돈)의 다음에 강화로 사용하는 프리맥 원리(the Premack Principle)를 적용한 경우에 아동의 수행수준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하였다. 일과표는 등교 후 곧 알려줄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한 가지 활동이 끝날 무렵에 다음 활동에 대해 미리 예고해 줄 필요가 있다(예: 5분 후에 정리정돈 하는 시간이예요).
셋째, 구조화된 프로그램은 아동이 다양하고 기능적인 기술을 자연적인 상황에서 학습하도록 돕고, 아동에게 과제나 강화를 선택할 기회를 주고 교수방법을 아동의 특성에 따라 개별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아동이 학습하게 되는 과제와 교수자료를 생활연령을 고려해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기능이 낮은 청소년기의 자폐아동에게 조리기구를 설명할 때 소꿉놀이하는 장난감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방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자폐아동은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되는 정보들을 단순화하고 조직화하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과제를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구조화시켜 지시하면 아동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활기술의 훈련으로서 커다란 창문을 닦는 과제를 부여할 때 자폐아동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과제에 압도되게 되는데, 창문을 네 등분해 주고 시작할 부분을 시각적으로 지시해 주면 자폐아동에게 과제는 단순해 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제의 양과 난이도도 아동의 기능수준을 고려해 구성되어야 한다.
넷째, 자폐아동들의 문제해결 능력의 결여를 보충하기 위해서, 일상적으로 하게 되는 일을 일관성 있게 체계화하는 전략을 학습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일의 순서를 정할 때 언제나 왼쪽부터 시작한다든지("Left-to-right" routine), 매일 아침 교실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학급의 일과표를 확인하고 개인의 일과표를 받는다든지, 주어진 과제를 끝내야 놀 수 있다든지("First-work-and-then-play" routine)등의 체계적인 접근방법을 배워 학습상황에서 적용하게 하면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과제를 부여할 때는 아동을 혼동시키거나 좌절시키지 않기 위해서, 수식어와 미사여구가 많이 들어간 긴 언어적 지시보다는 간단명료한 전보식 문장과 함께 사진, 그림, 실물 등을 통해 시각적 지시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 교사는 아동에게 성공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명료하며 일관성있는 신체적, 언어적, 또는 시각적 암시를 주게 되는데,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 아동이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2) 의사결정 기술
미국의 경우, 모든 아동을 위한 질 높은 교육을 내세우는 교육개혁의 물결과 장애아동의 통합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교육목표로서의 의사결정 기술의 중요성이 특수교육 분야에서 강조되기 시작했다(Holub, Lamb, & Bang, 1998). 생활기술로서의 의사결정 기술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능력으로, 의사결정 기술이 발달한 아동들은 자기의 필요나 흥미를 표현하고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며 자기의 결정에 따른 결과를 경험해 봄으로써 의사결정 기술은 더욱 발달하게 된다. 자폐아동의 의사결정 기술은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뿐만 아니라, 독립적이며 책임감 있는 개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며 아동의 삶의 질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방명애, 1998a; Schuh, Tashie, Lamb, Bang, & Jorgensen, 1998). 의사결정 기술은 정상아동의 경우에 만 3세 정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하며, 인지와 사회성이 발달해 가듯이 성장 및 성숙과 더불어 발달해 가는 기술이지만, 어떤 전형적인 발달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자료가 없다(Sands & Doll, 1996). 그러나 의사결정 기술은 의사를 표현하는 기회가 증가될수록 발달하게 되며, 교육에 의해서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Serna와 Lau-Smith (1995)는 의사결정 기술에 다음과 같은 7가지의 하위기술을 포함시켰다. 의사결정 기술은 매우 포괄적인 기술이므로, 한 가지 또는 몇 가지의 하위기술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교수할 수도 있다.
① 사회성 기술 - 긍정적 피드백, 타협, 비판 수용, 상호적인 대화
② 자기조절 기술 - 자신의 현재능력과 목표성취에 필요한 기술 인식
③ 자기통제 기술 - 목표설정, 행동지침 수립, 결과 평가
④ 지원망구성 기술 - 정보수집, 전략수립, 타인의 조언과 도움
⑤ 협력 기술 - 팀의 필요 인식, 팀의 목표설정, 전략 적용과 평가
⑥ 인내력 - 문제 해결 과정을 인내, 결정 과정에 내포된 위험 부담을 감수
⑦ 스트레스해소 기술 - 적절한 감정표현, 긴장해소 전략, 시간관리
최근까지도 자폐아동의 교육과정에 의사결정 기술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자폐아동의 교육은 융통성 없는 프로그램과 교사주도의 교수방법으로 시행되고 있으므로, 학습자인 아동의 선택은 무시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자폐 아동은 의사결정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어져 왔지만, 최근에 많은 연구들이 선택기술이나 자기조절 기술 등의 의사결정 기술의 교수를 자폐아동의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자폐아동은 구체적인 선택군이 주어졌을 때 자기가 선호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었고, 강화의 종류를 보육자가 선택했을 때보다 아동 자신이 선택한 경우 강화가 더욱 효과적이었다. Dyer, Dunlap, 그리고 Winterling(1990)은 선택의 기회가 자폐아동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문제행동을 보이는 자폐아동을 두 가지 다른 실험상황에서 교수하였다. 실험상황 1은 교사에 의해 선택된 과제를 학습하고, 학습이 성공적이었을 때 교사가 선택한 강화를 받는 것이다. 실험상황 2는 아동 스스로 과제와 강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실험결과, 두 상황하에서 아동의 과제의 성취율은 비슷하였지만, 아동의 문제행동은 실험상황 2에서 훨씬 감소되었다.
Koegel과 Koegel (1990)은 4명의 자폐아동의 상동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자기조절 기술을 훈련하였다. 먼저, 훈련 전 단계에서는 각 아동의 중재해야하는 상동행동을 정의하고 강화제를 정하고, 상동행동간의 시간간격에 대한 기초선 자료를 수집하였다. 다음 단계인 식별 훈련단계에서는 각 아동이 자기의 상동행동과 바람직한 대체행동을 90%이상 식별할 수 있도록 훈련하였다. 자기조절 기술을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교사가 지정하는 시간 동안 상동행동을 하지 않기로 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상동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교사는 아동에게 사회적 강화를 주면서 아동 스스로 기록지에 기록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독립적인 자기조절 기술 훈련단계에서는 교사의 신체적 또는 언어적 암시 없이 아동이 상동행동이 일어 났는 지 스스로 결정하고 기록하게 했다. 실험결과, 아동은 상동행동이 발생했는 지를 평균 93%의 정확성을 가지고 기록할 수 있었고 상동행동은 급격히 감소하였다. 이와 같이 자폐아동이 자기조절 기술을 습득하면, 다양한 자연적 상황에서 교사나 치료자 없이도 문제행동을 스스로 중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Hoffman 과 Field (1995)는 의사결정 기술을 교수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9가지 전략을 제시하였다. 첫째, 의사결정 기술은 일생을 두고 개발해야 하는 기술이므로 교사는 배우는 자세로 교수에 임한다. 둘째, 교사는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의사결정의 하위기술들을 모델링을 통해 보여준다. 셋째, 아동은 불안감이 최소화된 비경쟁적 상황에서 최대의 학습효과를 나타내므로, 협력학습과 또래교수를 사용하여 학습자간에 도울 수 있도록 한다. 넷째, 아동들에게 습득된 의사결정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실제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져야 한다. 다섯째, 장애의 유무나 정도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의사결정 증진을 위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져야 한다. 여섯째, 아동의 의사결정 기술이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아동의 가족이나 친구들도 의사결정 기술에 대해 학습해야 한다. 일곱째, 의사결정 기술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아동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학습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여덟째, 의사결정 기술은 특수교사, 일반학급 교사, 상담교사, 사회사업가 및 심리학자 등이 팀을 이루어 교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팀의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배울 수 있고, 교사 대 아동의 수도 줄어 교사들은 각 아동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 기술이 교수되는 동안 교사나 학생들은 적절한 유머를 사용하여 즐거운 학습이 되도록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사결정 기술은 자폐아동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새로운 목표에 도전해 보며, 자기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선택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기술이다.
3) 사회성 발달 촉진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은 인지적 장애, 의사소통 장애 및 행동장애와 더불어 자폐증을 정의하는 중요한 특성이며, 아동의 발달 수준으로도 설명되어질 수 없으며, 자폐증의 특성 중 현재까지 가장 이해가 안된 부분이기도 하다(Lord, 1993; Loveland & Kelly, 1991). 기능수준이 높은 자폐성인의 경우에도 아무런 배경정보의 제공없이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공유된 관심을 유도하는데 실패하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못한 채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 뚱보라고 부른다거나, 비언어적인 단서를 대화에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몇 개의 상투적인 표현(예: 광고 문구 - 엄마 젖 뗀 후 아기 사랑)등을 의미 없이 반복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
자폐아동의 사회성 발달은 각 아동의 발달적, 인지적, 언어적 수준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자폐아동에게 시선 맞추기, 미소, 인사하기 등의 사회적 행동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익숙해 졌다 할지라도, 그 행동들을 사용할 적절한 상황과 시간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은 각 아동의 사회적, 정서적 단서를 처리하는 인지능력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즉 사회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각 상황의 인지적 요구와 사회적 요구를 잘 처리한다는 의미이다. 자폐아동은 인지적 요구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훈련을 통해 구조화된 특정 과제에 친숙해 진 경우에, 사회적 요구를 보다 잘 처리하게 된다. 자폐아동이 또래와의 관계를 형성하기보다 어른들과 비교적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은, 또래에 비해 어른들이 사회적 상황을 적절하게 구조화하여 아동자신이 처리해야하는 인지적, 사회적 요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은 의사소통 행동을 방해하며, 역으로 의사소통 장애는 자폐아동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하는 것을 방해한다. 왜냐하면 성공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진행될 때 상대방에게서 사회적 단서를 감지하고, 그 단서가 의미하는 것을 해석한 후 적절한 방법으로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폐아동의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아동의 인지적, 의사소통적 특성을 고려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1)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 특성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은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나타난다. 첫째, 사회적 방향정위(social orientation)의 결핍이다. 자폐아동은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의 얼굴이나 사회적 자극에 대해 관심이 없고, 공유된 관심을 발달시키지 못하고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등 사회적 상호작용에 성공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공유된 관심이란 언어 발달 전에 나타나는 사회적 의사소통 기술로, 아동이 다른 사람과 제 3의 물건, 사람, 사건에 대해 경험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공유된 관심의 발달수준은 아동의 일반적인 발달수준과 언어수준이 높을 수록 높다. 공유된 관심의 하위기술로서 자폐아동은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는 명령적 기능(protoimperatives)을 지닌 얼굴표정, 비언어적 발성, 자세, 동작, 몸짓은 사용하지만, 단순히 특정한 사물이나 경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하는 서술적 기능(protodeclarative)을 지닌 의사소통적 표현은 하지 않는다(Gomez, Sarria, & Tamarit, 1993).
둘째, 자폐아동은 모방과 놀이기술에 결핍을 나타낸다. 모방능력은 후에 발달하게 되는 상징적 놀이(예: 소꿉놀이, 병원놀이)의 선수조건이므로 매우 중요하며, 상징적 놀이는 상징적 사고와 언어의 발달과 연관된다. 자폐아동은 단순한 몸동작을 모방하거나, 모방능력을 이용한 사회적 놀이(예: 까꿍놀이)를 하는데도 어려움을 나타낸다. 자폐아동은 장난감의 기능보다는 냄새, 맛, 촉감, 시각적 자극 등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Stone, Lemanek, Fishel, Fernandez, Altemeier, 1990). 예를 들어, 장난감 트럭을 상징적 놀이기구로 사용하기보다는 트럭의 바퀴를 계속 반복하여 돌리는데서 오는 시각적 자극에 관심을 갖는다.
셋째, 자폐아동들은 그들의 삶에 있어서의 중요한 사람들(예: 부모, 친구)과도 사회적,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에 애착행동이 발달되지 않거나,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Lord, 1993). 신체적 접촉을 원하지 않으므로 안아주기도 어렵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얼굴표정에서 읽어야 하는 정보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뿐만 아니라, 또래들과 협동놀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등 사회적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자폐아동은 진행 중인 상호작용에 적절한 감정표현을 통합시키지 못하며,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예: 나누기, 돕기, 애정표시)을 전혀 나타내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효과적으로 얼굴표정을 사용하지 못하고 얼굴표정을 특이하게 짓곤 한다. 반면에, 사물에 대해서는 특유의 애착이 발달한다(Volkmar, 1987).
넷째, 자폐아동의 약 50%는 표현언어를 발달시키지 못하며(Paul, 1987), 언어습득이 지체되고 특별히 언어의 사회적 측면에 결핍을 보인다(Volkmar, et al., 1997). 표현언어가 발달한 경우에도 반향어를 보이며, 말의 강세, 높낮이, 리듬 형태 등으로 구성된 운율학적 면에서 문제를 보인다. 또한 사회적 상황에서 상대방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화용론적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상황에 맞지 않는 의미없는 말을 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등이다.
(2)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모델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이론적 모델들이 제시되었다(Volkmar et al., 1997). 심인성 모델(psychogenic model)은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은 고통스러운 삶의 경험들을 피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설명했으나, 추적연구 결과에 근거해 이 모델은 부적절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신경생리학적 모델(neurophysiological model)은 자폐아동의 중추신경계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었다고 가정하는데, 이 모델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리적 모델(psychological model)은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을 인지적 기능, 언어, 지각 등의 심리적 과정의 손상에 의한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자폐 아동의 사회성 결핍을 설명하기 위한 심리발달적 모델이 완성되지는 않았다.
최근에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모델은 '생각의 원리(theory of mind)'로서, 자폐 아동의 사회성 결핍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지각하고 이해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Happe, 1994). 자폐아동의 생각의 원리를 연구하기 위해서, Baron-Cohen, Leslie, 그리고 Frith(1985)는 "the Sally-Ann task"로 불리는 과제로 정신연령이 4세 이상이며, 구어가 발달한 자폐아동20 명과 비교집단인 다운증후군 아동을 대상으로 실험연구 하였다. Sally가 공기 돌을 '가'라는 장소에 놓고 나간 후, Ann이 들어와 그 공기 돌을 '나'라는 장소로 옮기는 그림을 자폐아동에게 보여 준 후, "Sally가 어디에서 자기의 공기 돌을 찾을까요?"라고 질문한다. Sally는 Ann이 자기의 공기 돌을 옮기는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가'라는 장소에서 찾을 것이라고 대답해야 한다. 이 실험연구에서 자폐아동의 80%가 정답을 맞추지 못한 반면에, 다운증후군집단 아동의 86%가 정답을 맞출 수 있었다. 이 실험 결과를 통해, 연구자들은 자폐아동이 Sally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발달지체 때문이 아니라, 자폐증 특유의 인지적 결핍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Baron-Cohen (1995)은 자폐아동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해 표상(representation)을 발달시키지 못하므로 다른 사람들의 욕구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의 원리는 공유된 관심이 발달하는 시기(8-12개월)에 나타나므로(Baron-Cohen, 1989), 8개월이 안된 어린 자폐아동에게서 관찰되어지는 사회성 결핍을 생각의 원리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Volkmar와 동료들, 1997). 반면에, 신 Kanner 학파에서는 생각의 원리 모델이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이 인지적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능력의 결함 때문에 생각의 원리를 습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Mayes, Cohen, & Klin, 1993). 자폐아동의 일차적인 결함이 인지적 결핍이냐 아니면 사회적 결핍이냐에 대해서는 학자간에 논쟁이 되고 있지만, 자폐아동의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중재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데는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3) 자폐아동의 사회성 발달 촉진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자폐아동의 사회적 행동, 사회적 반응성, 그리고 사회적 단서에 대한 민감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아동의 일상생활 기능에 긍정적인 변화를 초래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적절한 사회적 기술이 발달하면 사회적 상호작용은 보다 긍정적이 되며 불안감이 감소되므로, 문제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게 된다. 자폐아동의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살펴보기로 하자.
Krantz와 McClannahan(1993)은 9-12세의 자폐아동에게 상호작용을 개시할 때 필요한 표현들에 대해 스크립트(scripts)를 작성해 주고, 스크립트에 따라 상호작용을 개시할 때마다 스스로 표시하는 자기관리 전략을 사용하였다. 스크립트의 사용으로 자폐아동의 상호 작용의 개시는 증가하였고, 훈련의 효과는 다른 환경과 다른 대상에 대해서 일반화되었으며, 스크립트에 쓰여지지 않은 표현들도 독창적으로 하게 되었다.
Koegel과 Koegel(1995)은 자폐아동의 상징놀이 기술을 촉진하기 위해 '중요한 반응 훈련(Pivotal Response Training)' 프로그램을 제안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아동의 과제선택, 자기조절 기술, 강화, 그리고 다양한 과제의 제공 등을 중심요소로 포함하였으며 인지적, 발달적 및 행동주의적 접근방법을 통합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하였다. 훈련을 실시한 결과, 자폐아동의 상징놀이, 자발적 구어, 사회적 행동에 증가를 보였으며, 상징놀이 기술은 새로운 상황, 새로운 대상, 그리고 새로운 장난감에 일반화되었다.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이 인지적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의 원리' 모델에 근거하여, Ozonoff와 Miller(1995)는 IQ 70 이상의 청소년기의 자폐아동에게 14회에 걸쳐 의사소통 기술(예: 듣기, 칭찬하기, 차례 지켜 말하기)과 다른 사람의 입장 취해 보기 등을 모델링, 역할 놀이, 구체적인 사례와 연습 등을 통해 훈련하였다.
훈련받은 자폐아동 집단은 훈련받지 않은 비교집단에 비해 생각의 원리가 향상되었으나, 생각의 원리 훈련효과가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가 사회성 결핍이 인지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연구자들이 자폐아동에게 사회성 발달을 촉진할 만큼 생각의 원리를 충분히 훈련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추후연구가 필요하겠다.
4) 교육의 성과에 기초한 교육프로그램
특수교육이 교육의 성과보다는 진단과 배치 등의 과정에 지나친 주의를 기울여 왔다는 자성과 함께, 교육전문가와 부모는 모든 장애아동의 질 높은 교육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교육프로그램의 평가는 특정 학과목(예: 읽기, 쓰기 등)이나 분야에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했는지를 측정하는데 반해, 교육성과에 근거한 교육프로그램의 평가는 장애아동이 학습의 결과로 실제생활 현장에서의 기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측정한다(Frey, Jakwerth, Lunch, & Purcell, 1993). 예를 들어, 장애아동이 '돈의 개념'을 배운 후 돈에 관련된 지식을 이용하여 수학문제를 얼마나 잘 푸는지를 평가하는 것과 돈으로 직접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기능을 평가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자폐아동의 교육의 일차적인 목적은 장애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장애 아동이 성장하여 생산적이고 독립적인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요한 잠재 능력을 최대화하는데 있다. 따라서, 인지적 결핍을 수반하는 대부분의 자폐아동에게는 교실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배우는 것보다는 독립적인 성인의 기능과 기술들을 실제상황에서 훈련하고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까지 진행된 자폐아동 교육에 관한 연구들은 교수내용보다는 교수방법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교수내용과 순서는 교수방법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자폐아동에게 어떠한 내용을 교수해야 하며 성공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면 기대되는 교육의 성과는 무엇일까? 본 연구자가 참여하였던 미국 미시간주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폐아동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사례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미시간주의 교육부(Frey et al., 1993)에서는 일반학급 교사, 특수학급 교사, 교육행정가, 심리학자, 사회사업가, 특수교육과 교수, 자폐아동의 부모 등 75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 졸업 후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특수교육의 교육성과 지침서(Outcomes Guides)를 마련하였다. 그들이 제안한 자폐아동에게 기대되어지는 9 가지 교육의 성과는 다음과 같다.
① 자조 기술(예: 목욕, 착탈의)과 건강과 안전(예: 화재 신고)에 대한 기술과 전략
② 주거 환경 내에서의 가사 활동을 수행하는 기술과 전략(예: 주거 환경 돌보기, 음식 만들기)
③ 직업에 관련된 과제를 수행하는 기술과 전략(예: 과제 완성에 대한 책임감, 도움 구하기, 제한된 시간 내에 과제 완성)
④ 지역사회 내에서의 일상생활 기술과 전략(예: 돈의 사용, 낯선 사람 대하기)
⑤ 지역사회 내에서의 이동기술과 전략(예: 횡단 보도 건너기, 건물의 입구 찾기, 표지판 읽기)
⑥ 의사소통에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기술과 전략(예: 상대방의 의도 파악, 상호작용 개시, 인사하기, 질문에 대답하기, 의사소통의 목적 달성)
⑦ 그룹활동에 참여하는 기술과 전략(예: 그룹의 요구에 순응하기, 순서 따르기, 예상치 않았던 일에 대처하기)
⑧ 비구조화된 시간을 사용하는 기술과 전략(예: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활동하기)
⑨ 의사결정 기술과 자신의 욕구를 적절히 표현하는 기술과 전략(예: 스스로 선택한 활동에 참여하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기)
미시간주 교육부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9가지 교육의 성과 각각에 대해 연령별 수행기준도 제시하였다. '주거환경 내에서의 가사활동을 수행하는 기술과 전략'이라는 교육성과를 중심으로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만 6세에서 8세의 자폐아동은 단순한 일상적 가사일(예: 쓰레기 버리기, 장난감 정돈하기)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위험한 물건(예: 칼, 난로)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만 9세에서 11세의 자폐아동은 자신의 소지품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간단한 음식(예: 샌드위치)을 준비해 먹을 수 있어야 하며, 자기 방을 청소하고 더러운 세탁물은 세탁기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 만 12세에서 14세의 자폐아동은 다양한 가사 일(예: 규칙적인 방 청소, 애완동물 돌보기)에 참여해야 하며, 지역사회에 위치한 상점에서 쇼핑 목록에 따라 돈을 사용하여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만 15세에서 17세의 자폐아동은 자신의 일과가 방해받았을 경우에도 융통성있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청소기구나 조리기구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간단한 수리(예: 전구 바꿔 끼우기)는 할 수 있어야 한다. 만 18세에서 26세의 자폐성인은 일상적인 가사활동(예: 청소, 세탁, 음식 만들기)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정기적으로 안전을 점검(예: 문단속, 가전제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알아야 하며, 주거환경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수리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어야 한다.
미시간주 교육부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각 교육의 성과에 있어서 연령에 따라 아동의 수행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평가도구를 개발하여, 아동의 발달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장애아동의 치료와 교육에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같은 교육의 성과를 추구하는 초학문적 접근방법(transdisciplinary approach)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생산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으로의 성장이라는 동일한 교육목표 아래 일관성있게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자폐아동의 실제적인 기능과 기술에 근거해 전반적인 분야에서 교육의 성과를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3. 통합교육
자폐아동의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는데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통합교육일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50년대부터 시작된 시민의 권리 운동과 법적인 뒷받침(예: The Civil Rights of Institutionalized Persons Act)의 영향으로 장애아동의 권리도 여러 분야에서 향상되었다. 공법 94-142(1975)는 최소 제한 환경(Least Restrictive Environment)과 정상화 원리(Normalization Principle)에 따라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정상적인 삶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 장애아동의 사회성 기술 훈련, 상호작용, 장애아동에 대한 비장애아동의 태도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고, 1980년 대 말부터 완전통합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완전 통합을 실시하는 학교에서는 아동과 교사간, 그리고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간 상호의존적 관계를 형성하고, 각 장애아동이 지원망을 구성하여 성공적으로 일반학교에 적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Stainback & Stainback, 1992). 완전통합교육의 지지자들은 장애아동들이 정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과 바람직한 행동의 모델을 배울 수 있고, 또래교수와 협력학습을 통해 학습도 증진시킬 수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Fried & Jorgensen, 1998; Shapiro-Barnard, 1998).
반면에, 완전통합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완전통합이 윤리적, 도덕적 정당성은 있지만, 장애아동의 학습, 행동 및 사회적 기능이 완전통합의 결과로 향상되었다는 과학적 자료의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비장애아동들은 자유놀이 시간 중에 통합된 장애아동을 놀이 친구로 선택하여 놀지 않았으며(Sainato, Goldstein, & Strain, 1992), 통합교육 환경에서는 자폐아동의 행동적, 인지적, 의사소통적 및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별화된 교육적 중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Fuchs & Fuchs, 1994; Simpson & Myles, 1993). 뿐만 아니라, 자폐증은 비교적 출현율이 낮아서 대규모로 통합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평가해 보기가 힘들고, 비교집단을 정하고 변인을 통제해야하는 실험연구를 실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Burack, Root, & Zigler, 1997). 따라서,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에 근거하여 자폐아동을 위한 통합교육의 효과를 단정짓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선진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의 특수교육 역사도 점진적 통합의 성격을 띠고 있다. 1994년 특수교육 진흥법에 통합교육을 규정하고, 1996년 교육부에서 통합교육 정책을 공식화하고, 시간제 특수학급보다 통합적 성격이 강한 학습도움학급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까지 특별활동과 행사위주의 물리적 통합을 시키고 있을 뿐, 사회적 통합이나 교육적 통합을 위해 체계적인 접근은 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또한, 자폐아동의 통합에 있어서 가장 중심 역할을 하는 특수교사와 일반학급 교사가 협력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간 협력은 공동 책임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돕고, 아동의 학습 및 행동문제에 새로운 접근방법을 시도하게 하며 교사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방명애, 1998b).
1) 통합교육의 교육과정과 교수전략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일반학급 교육과정은 표준화된 순차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입시위주의 지식교육이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보다 중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에 익숙해 있는 일반학급 교사들은 통합된 자폐아동의 개별화교육계획안에 명시된 교육목표가 일반학급의 교육과정과 동떨어진다고 느낄 때, 아동의 교육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학급 교사들이 특수아동을 위한 기능적 교육과정은 반드시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서만 성공적으로 교수될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적절한 지원만 제공된다면 자폐아동도 기능적 기술뿐만 아니라, 주요 교과학습도 일반학급에서 성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Schuh, Tashie, Lamb, Bang, & Jorgensen, 1998).
자폐아동의 교육적 통합을 위한 교수-학습 형태로는 협력학습, 또래교수 및 협력교수를 들 수 있다. 협력학습은 경쟁학습이나 개별학습에 비해 학습자의 학업성취를 증진시키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타협하는 사회적 기술도 향상시키는 학습형태로 교사의 역할은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자가 아니라 학습을 촉진하는 자이다. 교육적 통합을 위해 협력학습을 실시할 때는 학습능력과 의사소통 측면에서 이질적 집단을 형성하고, 학습과제를 성취하는데 있어서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며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협력적 학습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일반학급의 또래는 자폐아동을 교육적으로 통합시키기 위해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학습활동을 제안하고 교육자료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또래교수를 받는 아동들의 학업적 성취가 증진되었고 사회성 기술과 자존감이 향상되었으며, 또래교사 역시 의사소통기술, 사고기술, 자존감 등이 향상되었다. 또래교수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지침이 있다(Salend, 1994). 먼저 또래교수를 통하여 성취할 구체적인 목표와 활동을 계획한 후, 교육내용을 잘 알고 있는 아동을 또래교사로 선정하고 또래교사로서의 역할을 훈련한다. 또래교사와 또래교사의 도움을 받을 아동을 짝짓고, 교사는 정기적으로 또래교수를 감독하며 효율성을 평가해야 한다.
교육적 통합을 위한 교수형태로서 협력교수는 두 명 이상의 교사가 동일 집단의 학생들을 위해 교수를 계획하고, 교수하고,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다. 특수교사가 통합된 자폐 아동만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협력교수에 참여한 일반학급 교사와 특수교사가 그 학급에 속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함으로써, 아동들은 다양한 지식과 교수접근 방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협력교수가 효과적으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교수를 계획하고 평가하는 정기적 모임이 있어야 하며, 서로의 관계가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비평을 주고받을 수 있는 협력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협력교수는 구성원의 의견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는 혼자 가르쳤을 때 누렸던 자유와 자율성의 일부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2) 교육적 통합의 평가
자폐아동의 통합을 평가하는 방법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평가방법은 통합된 아동의 학업성취, 사회성, 자아개념 등의 교육성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두 번째 평가방법은 통합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과 태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세 번째 평가방법은 통합학급의 교수실제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동의 교육성과나 교사의 태도에 근거해 통합교육 현장의 교수실제를 평가하는 것은 많은 제한점이 따른다. 자폐아동의 교육성과는 다른 환경적 및 인지적 변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적 통합이 효과적이었다 할지라도 평가하고자 하는 교육성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교사의 통합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가 긍정적이었다 할지라도 그 교사가 통합된 특수아동에 대해 효과적인 교수전략을 사용할 것이라는 것은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교육적 통합이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통합학급의 교수실제를 직접 평가해야만 한다(Bang & Lamb, 1997a; Bang & Lamb, 1997b; Bang & Lamb, 1996; Bang, 1992; Teacher Education Division of the Council for Exceptional Children, 1987). 교육적 통합의 교수실제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효과적인 교수실제의 본질은 특수아동이나 일반학급의 아동에게나 같다고 가정한다. 교육적 통합의 평가에 포함되어져야 하는 교수실제의 하위영역은 다음과 같다.
① 학급경영: 상벌체계, 문제행동 분석 및 교정, 특수아동과 일반학급 아동의 상호작용 증진, 자리배치 등
② 교수: 교육자료 수정, 시각적 및 청각적 교수매체 사용, 교육목표 전달 등
③ 피드백: 신체적 피드백 (예: 쓰다듬어 줌), 언어적 피드백 (예: 칭찬), 상품 피드백 등
④ 감독 및 평가: 아동의 수행평가 기록, 성공률, 다양한 평가방법 등
⑤ 교수형태: 협력학습, 또래교수, 협력교수, 강연 등의 다양한 학습 및 교수형태
III. 맺음말
본 글에서는 자폐아동을 위한 교육과정 구성의 접근방법,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의 특성과 통합교육에 대해 살펴보았다. 자폐증이라고 진단된 아동들은 사회성 결핍, 언어 및 의사소통 장애, 행동장애 등 공통적이며 핵심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인지적 측면만 보더라도 정신지체부터 우수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므로 동질집단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모든 자폐 아동에게 동일하게 효과적인 만병통치의 교육프로그램은 없다. 그러나, 교사는 현재까지 연구되고 실시된 자폐아 교육의 최상의 실제를 고려하여 각 자폐아동의 특성에 맞게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을 계획, 실시, 평가할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자폐아 교육의 최상의 실제가 교육현장에서 적용되기 위해서는 초 학문적 팀 접근이 시급하다. 자폐 아동을 교육하게 되는 교육자들은 각 전문 분야(예: 약물 치료, 언어 치료, 심리 치료, 특수 교육 등)의 협력하에 포괄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한 자폐아동이 최상의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인들과 공동치료자의 역할을 담당해야하는 부모가 함께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시하고, 평가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전문가간에 의견교환이나 협력이 부족하여 자폐아동의 부모나 가족들은 다른 분야의 전문인들의 상반된 의견으로 말미암아 혼동되기도 하며, 중복되는 교육서비스(예: IQ 검사)를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치료나 교육에 일관성이 결여되기 쉽다. 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통합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므로 부모는 과중한 부담감에 지칠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의 자폐아 교육은 언어치료 기관이나 조기교육 센터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어린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므로 중등교육이나 고등교육 및 직업기술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자폐 아동을 위해 특수학교를 짓기보다는 가능하면 특수학급, 학습도움학급 및 일반학급 등의 통합교육 환경에서 자폐아동이 효과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앞에서 살펴본 미시간주의 자폐아 교육프로그램처럼 자폐 아동을 생산적이고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시킨다는 교육목표아래, 조기교육부터 성인교육에 이르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생산적인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직업재활이 필수적인 만큼, 자폐아동의 특성을 고려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어려서부터 진로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자폐아동이 독립적으로 고용될 수 없는 경우에도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직업재활 전문가의 지속적인 서비스를 받아가며 고용되는 지원고용의 형태도 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폐아동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는 어떤 교육과정을 어떤 교수방법으로 가르치며, 그 교육의 성과로 자폐아동의 어떤 기능이 자연적인 실제상황에서 얼마나 향상 되었는 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보고할 수 있을 만큼 책임성 있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자폐아 교육의 양적, 질적 향상을 위한 숙제는 전문가들의 공동 책임의식과 교육 행정적 뒷받침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첫댓글 좋은글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