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글 / 시의 합창
1. 歸路 / 정정숙
불나방 한 마리
온 방 구석구석 맴을 돈다
힘겨운 그 날갯짓
애처롭기 거지없는 당달봉사
잠시 생각하면
들어온 길 보일텐데
세상 만사
한 치 앞 알 수 없는
하루살이 짓거리
날이 새도록
두 손을 휘저으며 허우적댄다 //
[메모] 비유와 풍자! 불나방에 빗댄 작자의 험난한 귀로, 쉬임 없이 꿈날개 짓
하는 눈물겨운 노력이 언젠가는 꿈에 부픈 '인내의 결실'로 매듭 짖게 될까.
~~~~~~~~~~~~
2. 벽 / 정정숙
못을 박다 보면
되레 망치가 빠지려한다
어쩌면
탈각(脫殼)을 위한 날개 짓
가면놀이 시소 게임
촘촘히 박힌 발자욱
등골이 오싹하다
백발로 나부끼는 갈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자아(自我)
상처 내지 않고 다가가
박아대는 못
어머니의 극진한 정성이다
치명적인 고통
쑥뜸 침뜸 벌침
내장의 진주덩이에 못질을 해대면
아픔을 삭혀줄
주님 십자가 당신과 사랑하고 있다
가슴 터지도록 뜨겁게...
[메모] 단 한 꺼풀이라도 버리고 비우면 평화는 바로 내 안에 존재하게 된다.
~~~~~~~~~~~~~~
3. 민들레 홀씨 / 정정숙
순전한 가족애로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미련 없이 송두리째
혼 불 태워
자신을 헐어내는 십자가사랑
한 사람 사랑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다
그 첫 사랑 못 잊어
눈물이 이슬 된 노란 청춘
바람에 날아간 기막힌 사연
바위틈에 숨었다
일편단심 묵은 뿌리에 돋아난
순수의 결정체
민들레 홀씨 되어 피어나는 사랑
향유의 꽃이 피는 그 날
내 진정 정결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게야
고통과 좌절의 강을 건너
이제 이루었다는 꿈과 소망의 승전가를. //
[메모] 민들레 홀씨 같은 삶을 살아온 작자의 감정표현, 고통이 컷던 만큼 결실의 기쁨은 한층 더 향기로울까.
~~~~~~~~~~~~~~
4. 목 메인 그리움/ 정정숙
깊어 가는 조락의 밤
소슬한 바람결 타고
이슬처럼 한기가 스며드는 삶 속에
떨쳐버릴 수 없는 또 하나의 꿈
은하가 흐르는 여울목
정겨운 목소리 아롱지고
이별을 고하는 단풍잎 향기에 실려온 그리움
어깨동무하며
소근대는 별똥별의 뒷모습만 보아도
직녀는 견우가
또 견우는 직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일편단심 그 마음 오작교의 별로 뜬다
빛으로 창을 두드리는
한 줄기 유성이 되어서라도
이 마음 전하고 픈
목 메인 안타까움 하나
별리의 아픔
결코 이것이 아닌데 정말 아닌데 ...
앙금으로 남아있는 미지수
정결한 그리움으로
바위를 뚫는 구절초 되어
마침내 청향의 향기로 피어난다. //
[메모] 일편단심,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인내에 인내를 그듭해온 세월,
아직도 앙금으로 남아있는 미지수는 무엇에 대한 목매인 안타까움일까.
~~~~~~~~~~~~~~~
5. 겨울 빗방울 소리 / 鄭貞淑
해거름 질펀한 골목
적막한 빗소리 심장을 에인다
푸른빛을 번뜩이는 칼날같이
뇌성, 쏘아내는 땡 벌에 싸늘히 식어버린 오감(五感)
갈 갈이 찢겨진 고통의 잔해에도
한 맺힌 연(緣)을 도려내지 못하고,
참삶의 흔적 새겨진 빗방울
흩어지는 포말(泡沫)을 담아보지만
담기는 건 다름 아닌
주름진 인생의 바위덩어리 삶의 무게
등짐으로 짊어진 천연진주의 분신을
마음 한 켠 연단과 징계로 저울질하며
그 빗방울 소리 멈추는 날
이생의 질긴 명 끝나는 날일지라도....
촉촉하게 내리는 빗방울 소리
아름다운 음악으로 똑똑똑
삶의 생체기 골고루 씻어주는
사랑의 세례비가 되어
차분한 음계로 감미롭게 흐를 날 손꼽아 기다린다. //
6. 필연
차가운 겨울밤비
가슴 깊이 회한으로 젖어들고
눈 우물 언저리에 슬픔은 깊어져
침울한 고독 속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너와 나의 필연이란 질긴 고리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어!
빗방울에 섞인 삶의 소리 높아져
잡초처럼 짓밟힌 상흔
인내의 상처 빙점이 되어도
왜 그 인연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지. //
[시작메모] 필연, 겨울비가 고통의 덩이를 후비지만, 여전히 사랑의 세례비가 되기를 기다린다.
~~~~~~~~~~~~~~~~
7. 마음의 창 / 정정숙
세월 저 쪽
석양이 곱게 물들며
소설바람 스치는 맑은 호수
노을이 일렁이는 마음 한 켠
저 창 밖에 빗살 치는 비바람
지는 해 비켜 무릎 꿇고
나부끼는 꽃잎 하나
두 손으로 꼬옥 말아 쥐면
은하가 흐르는 여울목
별꽃들이 사랑을 속삭일 때
계수나무 빈가지 사이로
초승달 하얀 눈썹 웃음 짖던 날
고독한 춤사위 한판
자유를 갈망하는 갇힌 새의 열망인 듯
저 홀로 노래하는 앵무새 한 마리
오작교 건너 그 가장자리
고결한 선비의 소신은
꿈이 있는 수채화 한편으로 물들고
견우직녀는
다만 침묵하는 사랑으로 서로를 포용한다
긴긴 세월 어둠의 터널
믿음 소망 사랑
삼색댕기 엮는 마음의 창
마침내 꿈을 쫓는 앵무새가
바위틈에 뿌리내린
구절초를 입에 문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메모}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다지는 영원한 세레나데와도 같은 것일까.
~~~~~~~~~~~~
8. 마음의 풍경 / 정정숙
눈꽃이 휘날리는 날
환상여행의 유혹
이방의 고독이 여울지는 길을 나선다
벤쿠버 매트로 타운
센추럴 공원길은 온통 눈 덮인 미로
기억의 상념은 회한의 이정표로 먹빛이다
풋풋한 청춘 한 쌍이
눈꽃 놀이 여행하듯 속삭이며 스친다
젊은 날의 자화상 세상이 내 것 인양
두근대는 저 가슴은 분홍 장미빛깔일까,
하얀 이불 두 집어 쓴 공원호수
갈매기 떼 짝을 지어 하늘 높이 날아가고
청동오리 떼 사랑놀음 파란 다이빙을 한다
새하얀 융단 길 위로
청설모 한 쌍이 화들짝
검은 눈알을 말똥이며 허기진 먹이를 쫓는다
하늘을 가린
상록수 군락이 눈꽃을 피우는
나무와 나무사이 하얀 드레스 커튼
너울대며 춤사위를 하고
이별을 알리는 오동도 선착장도 아닌데
빨간 동백꽃이 자꾸만 벙글고
눈꽃환상에 동백꽃조차 눈부시다
내 가슴에 피멍이 든 진주의 그리움처럼.//
~~~~~~~~~~~~~~
9. 계절의 교차로 / 정정숙
가는여름 아쉬워 목놓아 부르는 메미 이별을 고하는 노래소리
파란하늘 메아리되어 날아가면 고추잠자리 갈색 옷 갈아입고
들판을 무대로 화려하게 수 놓는다
여름날 열병에 늘어진 피부 간지르는 바람 한자락 내려 안는다
한가위가 있는 천고마비의 계절 황금빛 익어가는 들판
높은 하늘 펼쳐보는 수채화 가을을 천국으로 장식 해야지
정오를 지난지도 그 엇그제 석양 노을 보는 계절의 전환 점
보내는 아쉬움 맞이하는 설레임 아직도 예민한 반응
남아 있는 젊음에 대한 꿈이렸다,
이여름 가볍게 비겨가기를 하늘을 우러러 두손 모으자 - //
10. 너 / 정정숙
밤새 내린 비
말갛게 세수한
길 옆 은행나무
온 가족 도란도란
노란 손수건 흔들며
외로운 길손을 반겨 맞고
바람 한 소절 가슴을 흔든다
체념, 잊혀질 듯 밀려오는
내러놓지 못하는 별리의 아픔
문득 자신의 뒷모습이 보고 싶을 때
영상으로 떠오르는 방긋 웃는 너
석양에 나부끼는 갈대
홀로서기 짙은 슬픔에 겹치는
맑은 미소를 닮은 저 하늘 냄새
아픈 이웃과 어깨동무하고
군중과 한 몸 되고 싶은 날
같이 손잡고 떠나줄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세월을 낭비한 청빈
당신은
바로 햇살 닮은 너.
[메모] 가정을 떠나고 군줄을 외면한 그 세월 앞에서 ... 너를 그리워 하는 이 마음.
~~~~~~~~~~~~~~~~
11. 가을 향기로 온 임 / 정정숙
- 시등단 하는 날-
가을향기를 품고 임이 왔습니다
홀로 설레는 마음에 예쁜 미소로 당신이 왔습니다
안개처럼 막막한 시야를 헤치고
촉촉이 젖은 옷깃을 감싸주는 그대 웃음을 마주합니다
찬연한 가을 풍경 숲에는 새들이 날고
하늘에는 살랑이는 바람 첫사랑 임를 향해
감춰두었던 시인의 길을 가라고 등불로 밝힙니다
살아 내며 사랑하는 일 서툴은
아픔과 고독 시련의 연단도 때로는 낯설어
이슬방울 똑 떨어지는 내 슬픈 마음 밭에
님의 환한 모습이 십자가를 밝혀 줍니다
문명과 세상의 뒤안길에서닿을 것 같은 아슬아슬한 곡예 긴 결별의 아픔에
허기진 빈 가슴 한 켠 투병의 터널에서 시어를 줍습니다
사랑합니다
가을 풍경은 아름답고 세상은 살만 한데
숲은 끝이 없어 인생도 사랑도 문학도 그러합니다
이 결실의 끝자락에 유혹하는 세상 숲으로부터
문득 잠을 깨우는 당신은 이슬로 왔습니다
시 한 토막 짊어지고
그토록 서원 하던 등단이라는 고운 향기 날리며... //
[메모] 참 신기하기도 하지요. 손길이 스치기만 하면 이토록도 부드러워지는, 어쩌면 스스로 녹아버릴 것만 같은 그 신비의 능력. 종종걸음 땀을 흘리면서라도 쫓아갈 수만 있다면...'게 섰거라' 하고 외치고 싶어요. 그러기에 새하얀 밤을 밝히는 요술방망이 그 마음 창! 고독의 술잔에 안주없는 글쟁이로 만인의 연인!
[시평] 시인 등단을 축하드리며 늘 충만한 시심으로 가득한 행복한 날들 가꾸시기 바랍니다.
12. 단풍향기 / 정정숙
- 시 등단 소식 -
나뭇잎 얼굴에 연지 곤지 찍고
입술은 빨간 홍시처럼 그리고
만지면 터질 것만 같은 고운 피부
석류 빛 네 모습에 마음 빼앗길 때
알록달록한 색동치마 두르고
소슬한 바람결에 춤사위를 하는
그 향기 찬란한 아름다움에 실려
날아든 '시 등단'이라는 희소식
소녀의 마음 나비 되어 창공을 오른다
나부끼는 너의 모습 책갈피에 꼽고
또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라고
몰려오는 시련의 연단도 질병의 아픔도
보듬고 참아내야 하는 11월의 너처럼,
이별을 알리며 님이 떠난 그 곳에
동지섣달 긴긴 밤 모진 바람 몰아쳐도
예술은 길고 사랑은 아름다운 것
장미 빛 인생을 설계하고
시인은 시어를 줍고 세월을 낚으며
너처럼 떠나는 거라고 슬퍼하지 않으리. //
[메모]: 나부끼는 단풍향기에 실여온, [한국작가 겨울호] 시 등단이란 소식을 접하고 그동안 지도 하신 선생님께 감사들입니다. 05,10월 -청향 드림
13. 피안의 저 언덕으로 / 정정숙
오늘은 내 생의 최고의 날
아프고 곤혹스러웠던 어제는 망각의 늪으로 흘려보내고
만년 소녀의 자화상을 그려 가는 고통의 미학
투명한 사랑하나 담을 수 있다면,
쓰라린 목 줄기에 새긴 맑은 이름 그대
순결한 인내의 꽃 인동 초 너처럼
밤새 마디마디 젖은 몸 일으켜
은밀한 속살 살포시 첫사랑에게 내밀었다
오늘도 생의 최상의 순간
마음 한 켠 수묵화(水墨)로 새겨진 꿈과 소망
인생역전 달리는 시련도 좌절도
차안에서
피안의 저 언덕으로
내 진정 임을 위한 정결한 그리움
지워지지 않는 진주 빛 고운 향기로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한 줄의 혼(魂)글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리하여 새아씨의 뒷모습처럼 살 수 있다면.
[註釋] 수묵화(水墨?): 채색을 쓰지 아니하고 수묵의 깊고 옅은
조화로 천인일치(天人一致)의 초자연적 표현을 주로 하는 그림 //
[메모] 투병 간증수필 - "인생 수기 마지막 후기 에 싣고 싶은 글입니다. 시가 되는 지요."
"시가 되다니요. 순결하고도 단아한 여인의 서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거듭 수필집 발간을 축하드리며 이 기분으로 열심히 창작활동 하시고 늘 꿈을 성취한 파랑새로 푸른 하늘을 마음껏 비상하시기 바랍니다."
```````````````````
14. 정(情), 겨울 강같이 / 정정숙
너와 내가 이어 온 건
강물의 얼음과 같지 않으랴
찰랑이는 물결에
찬연히 아롱지는 유년을 거쳐
격류를 타고 떠내려 온 물살 고리
살갑게 날리던 풀내음 기억 속에
이마 숙이며 깊어가던 꿈
세월 저쪽에서도
너와 내가 그리워하는 건
강물이 얼어붙듯 맺어진 끈이 아니냐
너는 나를 잃지 않고
나는 너를 버리지 않으며
동지섣달 찬바람 맵고 짤 때
느슨한 인연의 출렁거림도
정으로 넘쳐흘러
반석으로 반짝이리 겨울 강같이. 청향 //
[메모] 외로움도 그리움도 사치라고 극기하던 가슴에 생각나고 보고싶고 겨울 강을 건너온 정이 그리운 것은 푸른 하늘아래 가을결실이 일렁이는 재생의 희열일는지
.~~~~~~~~~~~
15. 아름다운 동행/ 정정숙
-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사람보다는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행의 길동무가 아닐까,
부끄러우면 부끄러운 대로
남루한 나신(裸身)을 적나라하게
내보여도 좋을 속내란 속내 다 쏟아내고
고뇌를 물레질하며
세상살이 흉허물 주고받는
차 한 잔 같이 하고 싶은 그대가 못 견디게 그리운 날이다
함께 할수록 정감이 흐르는 사람
만날수록 그리움을 일으키는 사람
대화를 나눌수록 기분 좋아지는 그런 사람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을 그로 인해 보완하고
고독이 춤사위로 통곡하는 밤
생각나는 소중한 그 사람을 위하여
순간도 인생의 나그네길을 서성이는지 모른다 //
16. 사막의 오아시스 / 정정숙
현대라는 인간의 사막에서
현실에 홀로된 고아에게
반가운 이웃, 정겨운 옛친구
그런 오아시스를 만났으면 정말 좋겠다
아니, 그 보다는
내가 먼저 목마른 길손에게 다가서는
먼저 주고 오래 기다리는
'베풀 수 있는' 내가 된다면 이보다 더 멋진 삶이 있을까,
하늘에서 별과 달이 만나듯
시원하고 달콤한 청량감 넘치는
그런 삶을 살아간다면 너와 나는 정말 행복할거야
그렇지, 보고 싶은 나의 사람아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은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동행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청향
[시평] 님의 열정적인 창작열을 보면서 참 욕심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욕심 없는 창작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남보다 앞서갈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지요. 다시금 정열적으로 샘솟는 창작에 격려와 박수를 보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정 소중한 것은 님의 말씀대로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더불어 자신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그런 사람이 된다면 그 삶의 가치는 더욱 빛나겠지요. 많은 날들을 작품과 더불어 작품 속의 화자와 같이 감미로운 삶을 가꾸어 가시기 바랍니다.
17. 황혼의 찬가/ 정정숙
석양에 걸린 하루
수평선에 머문 은빛 파도처럼
노을 길 따라 피어나는 그리움
돌아 갈 날 하마 그립다
별을 헤는 밤 이방의 길손
요양하는 이역 하늘 마냥 허허롭고
핏방울마다 빗발치는 아우성
혼(魂)불 타는 석양에
오색 무지개가 동그라미를 그린다
날아라, 돌아가리라
굳은 가슴 타는 목마름
이젠 꿈과 소망도 빛이 바래
타는 노을에 한 줄기 애절한 연가가 슬프다
차마 알지 못하는 것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함께 울어주어야 할 사람
따스하게 안아 주어야 할 영혼
사막 같은 세상, 별처럼 많은 사람들,
귀를 기울여야 할 별처럼 수많은 애련한 사연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
위기를 기회 삼아
검붉은 절규로 갈고 닦은
진주 빛보다 더 고운 깃털을 달고서
태평양을 건너서 회귀하는 고향 길
황혼의 아름다운 찬가
한 폭 수묵화(水墨畵)가 가슴에 꽂힌다. // 청향
[메모] 고향으로 돌아오는 황혼길에 꿈꾸는 파랑새는 진주빛 깃털을 달고 '재생의 찬가'를 부릅니다
[시평] 집요함을 넘어선 창작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경이롭습니다.
이젠 황혼의 찬가를 희망의 찬가로 색칠할 때도 되었지요.
18. 자화상 나목(裸木) / 정 정숙
폐악스런 짐승들의 추악한 발톱과
불을 켜고 도사린 욕망의 눈과
다스릴 수 없는 이기심까지도
말없이 품고 앉은 저 눈부신
안락의 그늘을 주시어
죽음 같은 침묵 속에
한 가지 꿈과 소망을 얻기 위해
인내에 침묵을 거듭한 자와
천만가지 유혹과 고뇌를 안고도
한 줄의 시와 한편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그 간절함을 주시고
겨울이 짓밟은 당신의 상처위로
홀로 봄을 잉태하고 새살 돋게 하셔
긴 머리카락 치렁치렁 신록 드리워
이방의 길손 된 투병인의 허기짐에
은혜의 참 평안 주시니
시간은 언제나 꿈꾸는 자를 위하여
저리도 무성히 생명을 약동시키고
겹겹이 둘러 처진 이 푸르른 은총에
서럽던 영혼의 모든 것 말끔히 거두고
자화상이 된 나목을 향해
오늘도 눈 씻고 마음 열어 기꺼이 동행합니다. // 청향
[시작메모]
타국에서 요양하는 동안, 나목(裸木)이 나에게 보여준 데 대한 감사의 편지다.
처절한 투병생활에 나목은, 슬픈 마음의 상처를 헤아리는 듯 가슴 넓게 품어 주었다.
겨울의 시련을 딛고 일어선 의지의 화신인 양 침잠된 내 의식을 일깨워 주었고.
인내의 결실인 ‘고통의 미학’ 수필 등단이라는 또 다른 꿈의 날개도 달아주었다.
나목(裸木) 같은 꿋꿋함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저 황혼은 정말 아름다워 질거야.
[시평] '나목을 은혜로운 신앙의 절대치에 비유한 자체가 이채롭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이 인간의 스승이며 교훈인 게지요. 나목을 자화상으로 가꾼 님의 예사롭지 않은 투혼과 의지를 대하는 것 같습니다.
"````````````````````````````
19. 패랭이 꽃, 그 여자 / 청향
섬보다 외딴 비탈에
깊은 시름 다독이는 햇살에 기대어
애틋한 한 잎 꽃으로 피었다
앙 다문 입술
혀끝을 날름거리는 그대, 되새김질할수록
자꾸만 작아지는 가슴은
한 모금 바람에도 가뭇없이 취해서
비틀거리는 먼 하늘에 헛손질만 하는데,
잦은 허기로 절름거리는 꿈
기어이 엮어들고 제자리로 돌아와
가냘픈 모가지에 감아두는 저녁이면
무수한 별 꽃으로 뜨는 속엣 말
속눈썹에 환히 새겨 넣는다
또 다시
귓불 붉힌 그리움 한 장 펼쳐들고
꼿꼿이 내일을 기다리는 수줍은 그 여자
척박한 땅에 혼을 심는
허기진 그 여자. // 청향
[시작노트] 화려한 정원의 꽃보다 아무렇게나 피어 제몫을 다하다 사라지는, 이름모를 꽃이 얼마나 많은지.
경북청도 시어른님 산소벌초로 따라 나선길에 눈에 들어온 가냘픈 패랭이꽃을 보노라니... 사랑하는 어느님의 시가 그리움으로 다가 왔습니다. '첫사랑을 기다리는 수줍은 여성으로 보이더라'는... , 아니, 자기 이야기 습작에 혼을 심는 여자로 보이 더라는. 여전히 꿈과 소망은 ~ 앙다문 입술 속으로. [시평] 칭찬 같지만 이 작품은 예전에 보지 못한 보기 드문 좋은 작품입니다. 제목을 비롯
작품 전반이 시의 형식에도 어울리거니와 그 나름의 시적 기교가 가미되고 이미지가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앞으로 이처럼 시작에 꾸준히 정진한다면 님의 시전이 한결 빛을 발하리라 믿습니다.
거침 없이 창작에 정진하는 자세에 경의를 표하며 글로 풍성한 그런 가을이 되기 바랍니다. -촌장. ~~~~~~~~~~~~~~~
밴쿠버에서
20. 미로 / 정정숙
꽃을 보고 하루를 살고
그린잔디에 누워
내 마음 구름에 실어 뒹굴다 보면
그리움이 제 홀로 신명이 난다
날아가는 새 때들의 날개에
노을이 타고
상상의 나래 펄럭이면
공허한 보금자리
찾아드는 마음도 아름답다
가시 돋친 건강
정지 된 꿈들이
자꾸만 날고싶은
해 아래 고독의 춤사위어라
소리 없이 적시는 빗방울 같은 눈물
가족이 그리워 목 메이는 이 마음
등불이신 그 임은 아실까,
이국 하늘에 어둠이 내린다
초생달이 눈을 뜨고
푸른 별이 은하수로 흐른다
길고 긴 하얀 밤 지새도록. // 청향
[메모] : 때로는 투병 살이도 산다는 것도 기복이 심한 마음도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일 때도 많았습니다.
[시평] 어쩌면 모든 인생의 삶이 미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미로로 끝이 나는 것이겠지요. 시는 항상
깊은 사유와 관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더 깊게 생각하고 이미지의 확대와 수사적 기교에 천착하시기 바랍니다.
~~~~~~~~~~~~~~~~~
23. 불치병/ 정정숙
창문으로 비치는
초생달 가녀린 웃음
침잠하듯 외로히 잦아드는
밤을 지새우는 별들의 속살거림
언젠가
이루어질 수 있는 꿈
꾸다 지우고
엮다 버리고
다시 또 꾸고 엮어가며
일상처럼 물레질하는
나의 불치병
마음 한 켠
이글거리는 혼 불의 화신인양
꺼지지 않을 호롱불 심지
고독이 춤을 추는
그 상상의 날갯짓
이 밤도
아픈 상처 조각들 모아
대장의 진주에 빛 고운 수를 새긴다. // 청향
[시작노트] : 불치병 무엇을 말하고 싶어서일까요. 진정 시를 노래하는 시인이시라면
'일생의 꿈' 기찬 작품을 표현할터인데 석양에 걸린 머리로 시를 그린다고 참으로 웃기지요.
[시평] 세상에 불치병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적어도 진주 빛 고운 수를 놓을 수 있는 그런 꿈이 존재하는 한 말이지요.
글과 함께 삶을 영위하는 한 불치는 곧 완치가 될 것입니다. 건필하세요. - 촌장.
~~~~~~~~~~~
24. 능소화의 넔 / 정정숙
빈자등 켜지듯
능소화는 피어나고
넝쿨에 달린 꽃빛깔이 하도 밝아
행복한 기억조차 가뭇없다
사무친 기다림에
계절이 깊어 갈수록 쌓인 그리움
능소화 그늘아래
사랑은 안개처럼 자욱하다
구중궁궐 환영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여름장마 울울한 날
고된 절개 형처(荊妻)일지도 몰라,
높디높은 돌담길
능소화 지고 필 때마다
어김없이 꿈과 소망은 반복되고
가고 나면 그뿐인 속절없다는 말
세월이야 더욱 그러하겠지
행여 내 님 보이실까,
발자국 소리 들릴까,
님 그리는 일편단심 자화상
능소화 지고지순한 넋
별리의 아픔 세월 저쪽에서
한결같은 사랑으로 순환하고 있잖아. // 청향
[시평] 좋은 시를 쓰려면 우선 시작의 기본방법을 숙지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를 읽고 감상하는 독자들이 감동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미적 쾌락의 절대요소입니다. 앞으로 이 점에 유념하면서 시작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촌장.
````````````````````````
25. 진주의 꿈/정정숙
삶이 녹록지 않아
이물질로 인한 상처를 감싸려고
애써 분비한 체액이 쌓여서
내장 안에 파종된
또 다른 분신, 눈물의 덩이는 꿈만 머금고
색 바랜 빨랫줄에
강남 제비 날개 펼치듯
종달새 하늘 높이
맴을 돌며 지저귈 때
아픔을 견뎌낸 결정체로
건강과 장수, 그리고 부를 상징하며
몸살 앓는 6월 탄생석 천연진주
내밀한 의식의 눈에 소망의 불꽃을 켠다
동지섣달 긴긴 밤
고독을 노래 삼아 끊임없이 꿈을 꾸고
설사와 구토 심한 날엔
하얀 살갗에 까만 반점 문신 꽃도 새겼다
아픈 몸뚱이에
눈물이 응축된 고통의 덩이
경혈마다 쑥뜸 침 상처는 깊어
여름 화상물집 열꽃을 피워도
은은하고 신비스런 고운 빛 발한다면,
나로 인해 너에게
반지 목거리 귀거리
세련된 세팅으로 뭇 사랑 받을 수 있다면,
내장 안 귀퉁이에 생성된
눈물의 여왕 천연보석은
지고지순한 처녀의 심볼로 다시 태어날 게야. // 청향
[시작메모] : 제철만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소서민을 슬프게 하는 여름장마 울울한데
대장의 분신인 '상처난 진주'는 치료하는 침과 쑥뜸으로 열꽃을 토해내며 지금 '소망을 향한 꿈'소리 듣습니다.
[시평] 꿈은 꿀수록 좋은 것이지요. 아니 이 땅에 모든 생명체들은 살아있는 한 꿈을 꾸어야 합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더구나 고통 속에서 꾸는 꿈은 그 결실 더욱 풍성하고 향기롭겠지요.
~~~~~~~~~~~~
26. 세 월 / 정정숙
먼동이 트는 강가에 서면
밤새도록 달무리 쫓다 지친
검은 주름살 물살을 본다
가족 그리움에 하품하는 강
해님은 밝은 빛으로
거친
물줄기의 숨결을 다독인다
저녁노을 짖게 깔린
발갛게 익어 가는 산 허리에
감춰둔 일기장에서 훔친
작은 글귀하나 물갈래로 남긴 채
세월의 그림자와 어깨동무 하고 함께 걷는다. //
<시작노트> 아침저녁으로 산책길에서 돌아보는 뒤안길은 여러 가지 색깔로 다가온다. 생각해보면 참 용케도
견뎌온 아득한 날들이다. 그래도 이젠 세월과 함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는 날들이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평] 시인에게 있어서 강이나 바다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지요. 비록 짧은 소품이지만,
세월과 더불어 팔짱을 끼고 걷는 여유로움이 날로 충만한 시심이 샘솟기를 기원합니다.
~~~~~~~~~~~~~
27. 소망의 열꽃 / 정정숙
- 투병 살이-
바람이 춤춘다고 꽃잎이 나무랄까,
찬란한 노을이 남은 시간을 원망할까,
폐품이용, 재생의 희열에 며늘아기 흉볼까
아무데도 쓰임 받지 못하는
불구의 몸뚱이라고 버릴 수 없어
가도가도 끝이 없는
투병살이 고독한 길
이방의 꽃들이 눈웃음에 손 흔들면
고향하늘 찾아가는 흰 구름에 눈짓하고
저 바라기 동트는 미명을 희망 삼아
시어미 빈자리 어여쁘다 다독이며
상처 난 진주 사랑으로 감싸리라
바람 향기에 웃음 짓는 꽃망울도
소중한 생명을 꿈꾸고
나는 은혜의 날개아래
건강을 위한 '소망의 열꽃' 피워 올리며
살아 있음이 진정 행복하다. //
[메모] 시는 상징과 은유로 대별되는데 시어의 남용을 어쩔 수 업다.
자신의 아픔이나 고통의 극복을 이미지화 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 '소망의 열꽃' ...
~~~~~~~~~~~~~
.
28. 진주 / 정정숙
누굴 연모하듯
절절한 안타까움 물레질 하며
뜨겁게 나눈 열정
숨 가쁘게 피어오른
오르가즘에 찬 몸짓
농익은 오색 무지개를 만들고
성난 파도 소용돌이 삶
고독한 아우성
절규와 함성으로 쏟아진다
육신에 파종된 천연 진주
함께한 세월의 길이만큼
그 순결의 상징
보석 같은 눈물의 결정체
팍팍한 날엔
아득한 지평(地平)의
깃발로 펄럭이면서
만인의 아름다운 장신구로
숨어있던 별과 달도 친구가 되는구나.
`````````````````````
30. 고백/ 정정숙
죽음 목전까지 치닫는
삶의 고비마다
울부짖던 무채색 절규
대나무 마디마디
뼈아픈 삶의 생채기 엮어가며
올곧게 하늘을 향한다
생(生)이 소중한 것은
고통의 소용돌이가
질서와 조화를 이뤄
한 알의 밀알이 될 때
황혼도 더 눈부시게 빛나는 것을,
체험은 자기 성숙
시련을 헤쳐온 산 교육
가라앉지 않으면 뜬다
삶의 모든 것들
하늘을 달리던 희망도
생을 갈라놓을 절망까지도
시간의 굴렁쇠 그 빛과 그림자
불변하는 천연계
한결같이 하는 말
'이것이 사랑이야' 라고 실눈을 반짝인다. //
메모: 능력있는 사람은 행동을하고 그렇지 못한사람은 가르치고
가르칠 능력도 없는 사람은 관리자가 된다고 하던가. 영원하지 않은 삶을 위하여
쌓아올린 힘겨운 시간의 구렁쇠 영원스러운 듯 만들어 가려면 끝맺음이 중요하겠다.
~~~~~~~~~~~~~~
31. 달 거울/ 정정숙
동그란 얼굴
감추어진 눈물
계수나무아래 산토끼
백발의 긴 머리카락 드리우고
시공을 뛰어 넘는 언어
그늘을 지우는 손수건
다만 고요한 곳으로
가장 깊고 낮은 곳으로 흐르며
흐느끼는 영혼을 달래는
모나리자의 가냘픈 미소
일렁이는 그대 모습
세상을 적시는 한 소절 노래로
침묵으로 쌓인 언어 빗질하며
얼룩진 마음의 창 불을 밝힌다
티 없이 청정한
풀내음 가득 찬 곳으로
귀뚜라미 울음 따라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이끼 낀 오감도 그리 투명해질까. //
[메모] 누구나 높은 곳으로 향하면서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면 낮은 곳에서도 정상을 정복할 수 있는 것.
'달 거울'에 비친 자화상이 이처럼 청명하고 고결하다면, 어찌 이끼 낀 오감인들 투명해지지 않을까,
~~~~~~~~~~~~~~~
32. 수마(水魔) / 정정숙
빗줄기 진을 치고 성난 태풍은 무시무시한 소용돌이를 토해내고
소서민의 한 맺힌 절규 외면한 채 위로만 치솟으려던 푸른 나무둥치 소 돼지 집기 가구 뒤엉켜 황토 급물살에 떠내려 오던 날
무서운 굉음을 들어며 몸스리 치던 사라호 태풍 철없던 어린시절 뒤돌아
수마(水魔) 매미가 할퀴고 간 생체기 피눈물 뿌리던 어느 님 생각 방향감각을 잃고 속수무책 ... 지금 후리치는 빗줄기를 바라본다
무너져 내리는 천재지변 흙탕물 속 돌부리 춤사위 무수한 언어들이 내몸을 뚫고 빠른 속도로 어디로 흘러가는가. //
|
[메모] 어쩌면 우리의 삶이나 인생 자체가 비틀거리고 넘어지면서도 목표지점까지 완주해야 하는 운명.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는 것'처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참된 삶을 장만할 수 있을까.